홍콩의 맛
홍콩은 전 세계의 요리들을 한곳에서 맛볼 수 있는 미식의 도시이지만 나는 홍콩의 대표적인 딤섬 문화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딤섬(點心)이란 한자로 마음의 점을 찍는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말로 하면 점심이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먹는 점심하고는 그 의미가 다르다. 꼭 한낮에 먹는 것만이 딤섬은 아니며 주로 차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교자나 국수, 간식 등을 말한다. 홍콩의 딤섬 집은 어디가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때문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겸상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점원이 가져다 준 찻물에 찻잔과 식기를 씻는 것은 딤섬을 먹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차를 마시며 점원들이 이동식 카트에 실어 나르는 딤섬을 고르면 된다. 아침에는 죽과 요우티아오라는 튀긴 빵도 먹을 수 있고 고기완자와 같은 간단한 요리도 먹을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새우소가 들어간 하가우와 슈마이다. 딤섬집을 둘러보면 새장을 찾을 수 있는데 과거 애완용 새를 기르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 사람들이 딤섬집에 와서 식사를 할때 새장을 걸어두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딤섬집의 상징같은 것이지만 현재는 위생상의 문제 때문인지 모형으로 대체하였다.
홍콩 전역에는 정형적인 딤섬집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현대식 딤섬집이 있다. 차찬탱이 그것이다
차와 음식을 파는 곳이라는 이름 답게 차와 간단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지만 중국 전통의 음식보다는 서양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간단한 토스트나 햄버거, 면요리 등을 판다. 특히 맛이 좋은 밀크티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며 밀크티와 함께 간단한 음식을 먹는 형식이다. 아마도 현대 직장문화가 발달하면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곳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 같다. 밀크티와 토스트, 햄버거 등은 서양의 음식이지만 차와 간단한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이 곳 차찬탱은 광동 딤섬의 연장선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에 놓인 차와 음식이 서양식으르 바뀌었다 하더라도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점을 찍고픈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마지막으로 홍콩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완탕면이다. 탱글 탱글한 새우 만두와 고소한 에그누들이 일품이다. 거의 주문과 즉시 음식이 나오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에겐 제격이다. 미식천국 홍콩에서 식도락을 즐기는 것은 이 도시를 방문한 여행자의 숙명이다.
차(茶)에 대하여
홍콩을 여행하면서 중화권의 차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딤섬집에서 마셨던 우롱차, 차찬탱에서 마셨던 밀크티 등 홍콩에서 차를 접하기는 너무 쉬웠다. 마치 차를 마시는 것이 생활화된 느낌이랄까. 동양에서는 차를 마시게 된 것이 꽤나 오래된 모양이다. 우리가 쓰는 언어에도 차라는 존재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마음에 드는 누군가와 시간을 보낼 때 보통 차 한잔 같이 마시자고 하지 않던가. 여기서 차 한잔이란 커피일 수도 있고 밀크티일 수도 있다. 차 한잔이란 특정 음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마실 따뜻한 음료를 통칭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만큼 차를 마시는 습관이 우리의 언어나 사고방식에 관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마시는 음료의 종류가 많지만 본래 우리 조상들이 마시던 차라는 것은 초록잎을 가진 잎차였을 것이다. 차에는 카페인이 들어있어 오후의 나른함을 쫒는데 제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항암, 항염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 또한 채소나 과일을 구하기 어려운 초원지대에서는 비타민 C 등의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때문에 차는 때로 중요한 교역품이 되기도 했다. 사실 아편전쟁이 일어난 것도 차 때문이지 않은가. 차로 인해 아편전쟁이 일어나게 되었고 그 결과 홍콩이 영국으로 할양되게 되었으니 차 한 잔에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