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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죽의 마카오 여행 - 마카오 4-1

아시아의 연꽃, 마카오

by 넙죽

아시아의 연꽃, 마카오


홍콩을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함께 방문하는 연계 관광지로도 유명한 마카오는 하루나 이틀 정도 관광으로 스쳐가는 가벼운 여행지로 인식될지도 모르겠다. 페리를 타면 한 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니 당일 여행지로 이보다 적격인 곳은 없을 터이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카지노와 도박의 도시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카오라는 도시가 가지는 매력은 카지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가볍게 스쳐 지나가기엔 아까운 많은 매력들을 품고 있다. 홍콩과 마카오를 모두 방문한 사람들 중 마카오가 더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생각을 나만 가지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포르투갈이 아시아 거점 마련을 위하여 중국으로부터 할양받은 이 땅은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으면서 독특한 문화적인 매력을 가지게 되었다. 아시아에서 포르투갈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지 싶다. 이와 더불어 예수회의 천주교 전파의 거점이었다는 사실 또한 이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여행 와중에 성당에서 단체로 순례를 온 사람들도 꽤나 많이 보였다. 도시의 골목마다 배어있는 마카오의 매력을 맛보러 가자.


포르투갈의 아시아 진출


대항해시대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포르투갈과 스페인이다. 대서양을 면하고 있는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국가들의 숙명이었는지 이 두 국가는 경쟁적으로 항해 사업에 뛰어든다. 그 사업의 성과로 포르투갈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향하는 항로를 개척하였고 스페인은 신대륙을 발견해 그 대륙의 물산을 독차지하였다. 두 국가의 해양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그들 간의 라이벌 의식도 팽배해져만 갔다. 양국의 갈등이 불거지는 것을 방지한 것은 교황의 중재였다. 교황은 지구본에 자오선을 그어 그 선을 기점으로 양국의 확장 방향을 정해주었는데 이 중재를 토르데시야스 조약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남미 대륙에서 브라질이 유일하게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되었고 마카오나 동아시아 지역에 포르투갈이 진출하게 되었다. 마카오 관광의 중심인 세나도 광장에는 바로 교황의 자오선을 형상화한 지구본이 자리 잡고 있다. 세나도 광장에는 포르투갈의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광장 바닥에 깔린 타일 또한 그중 하나이다. 물결무늬의 타일은 포르투갈 본국에서 들여온 것이라고 전해지는 데 수도 리스본에도 똑같은 모양의 타일이 있다. 세나도 광장에서 길을 하나 건너면 당시 마카오의 통치를 담당했던 상원의원 건물이 있다. 그리고 그 건물 안 정원에는 포르투갈의 국민시인인 카몽이스의 흉상이 놓여 있다. 카몽이스 스스로도 항해 경험이 많은 대항해시대의 일원이었으며 바스코 다 가마 등 포르투갈의 영웅들에 대한 서사시를 써 포르투갈인들의 심금을 울려 포르투갈의 국민시인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마카오 시내에서 제일 높은 언덕에는 마카오를 지키던 포르투갈의 기아 요새도 있다. 요새의 등대는 아직 그 기능을 다하면서 마카오를 오가는 배들의 앞길을 비추고 있다. 도시 골목을 다녀도 포르투갈의 흔적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포르투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줄레주 장식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내가 찾은 아줄레주는 마카오가 포르투갈과 중국, 예수회의 도시였음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현재의 마카오의 상황을 잘 나타내 주는 상징물도 존재한다.성 바울 성당 앞 작은 성당에 한 서양 청년과 중국 여인의 동상이 서있다. 서양 청년이 중국 여인에게 연꽃을 넘긴 모양새의 이 동상은 포르투갈이 중국에게 마카오를 반환한 을 상징한다. 아시아의 연꽃이었던 이 도시는 중국의 품으로 돌아갔다.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인 카몽이스
기아 요새
포르투갈의 상징과도 같은 범선과 예수회의 수사의 모습이 아줄레주를 장식하고 있다
중국여인의 손에 마카오를 상징하는 연꽃이 쥐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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