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죽의 베네룩스 여행-벨기에 브뤼셀 3-3

벨기에의 맛

by 넙죽

벨기에의 맛


벨기에의 먹거리는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에 있는 우리나라에까지 그 명성이 전해질 정도로 너무나 유명하다. 특히, 와플은 길거리에서 1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데 토핑이 추가될수록 비싸지긴 하다. 아무것도 뿌려지지 않은 와플에도 설탕은 뿌려져 있어 충분히 달다. 나는 아무것도 뿌리지 않은 간단한 1유로짜리 와플이 제일 맛있었는데 같이 간 친구는 초콜릿 잼에 바나나를 바른 와플을 더 좋아했다. 이때 이 친구의 취향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는데, 항상 와플이나 크레페를 주문할 때에는 초콜릿 잼과 바나나가 들어간 것을 먹고 싶어 했다. 룩셈부르크에서도 그랬고 여기에서도 그랬다. 하긴, 여행 내내 음료 중에 최고는 오렌지 주스라고 외치며 다른 음료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항상 오렌지 주스만을 입에 달고 살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긴 했다. 다른 것에는 전혀 고집스럽지 않고 참 온유하여 여행 내내 나와 단 한 번의 다툼도 하지 않은 그 친구는 식성 하나만은 참 일관되었다. 여행 내내 많은 것들을 나에게 양보해준 그 친구에게 나는 그의 식성 하나만이라도 존중해주는 것으로 보답했다.

토핑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와플
나는 기본적인 맛이 제일 좋았다

와플만큼이나 유명한 것은 초콜릿인데 한 집 걸러 한 집이 초콜릿 집일 만큼 참 가게가 많았다. 내가 여행했던 시기는 초겨울이라 추워를 달래기 위해 막대 초콜릿을 따뜻한 우유에 풀어먹는 방식의 핫 초코를 즐겼었다. 한국에서 먹던 핫 초코와는 다르게 달지 않고 쌉싸름한 맛이 더 강했다. 원래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는 남미 지역에서 생산되는데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 진출 이후에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매우 쓴 맛을 가진 카카오는 처음에는 유럽인들에게 인기가 없었으나 따뜻한 물에 녹인 카카오 가루에 설탕을 가미해 쓴맛을 중화시켜 핫 초코의 형태로 먹기 시작하면서 유럽 전역에 퍼지게 되었다. 당시 설탕은 매우 비쌌기 때문에 신분이 높은 귀족들의 전유물이긴 했겠지만 말이다. 지금도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모두가 초콜릿의 달콤함을 즐길 수 있으니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브뤼셀 시내를 거닐다 보면 초콜릿 가게가 참 많이 보인다
종류가 너무 많아 맛을 고르는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생각보다 달지는 않았다

벨기에의 먹거리 중에는 벨기에 사람들이 원조라고 자부하는 감자튀김도 있다. 때문에 감자튀김을 프렌치프라이라고 부르는 것을 참으로 싫어한다. 2유로에서 3유로 정도면 둘이 먹어도 다 못 먹을 정도의 감자튀김을 담아준다. 현지 사람들은 마요네즈소스를 곁들여 먹는다고 전해 들었기에 나도 마요네즈 소스에 도전했으나 결과는 너무 느끼해 끝까지 먹지 못했다. 첫 입은 참 고소해 맛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먹기엔 느끼하고 양이 많았다. 아마 콜라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마저도 다 먹지 못하지 않았을까. 역시 내 입맛에는 감자튀김엔 토마토케첩이다.

벨기에에는 간식들만 유명한 것은 아니다. 벨기에가 자랑하는 음식 중 하나가 홍합 요리인 뮬이다. 북해와 인접한 덕인지 싱싱한 홍합을 기반으로 각종 허브를 곁들여 찜을 해 먹거나 프랑스의 유명한 달팽이 요리인 에스카르고처럼 홍합을 삶아 그 위에 소스를 올려 내놓기도 한다. 사실 홍합만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자랑인 감자튀김을 곁들여 뮬 프리츠라는 요리로 먹기도 한다. 뮬을 파는 레스토랑에는 항상 사람들로 넘쳐난다. 사실 유럽에서는 해산물 가격이 참 비싸다. 한국에서는 몇 천원 정도면 홍합이나 굴을 질릴 정도까지 먹을 수 있지만 유럽에서는 그 열 배되는 돈을 써야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라면 한국에서 사는 것이 행복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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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벨기에 하면 떠오르는 맥주도 빼놓지 않고 맛보았다. 벨기에에서 맥주가 다양하게 발전한 이유는 과거 각지에 퍼져있던 수도원 등에서 전해진 다양한 맥주 제조법들이 잘 남아있기 때문이란다. 처음에는 한두 잔만 맛볼 생각이었으나 옆 테이블에서 여섯 잔 짜리 샘플러를 시키는 것에 자극되어 나도 역시 여섯 종류의 맥주가 한꺼번에 나오는 샘플러 메뉴를 주문했다. 흑맥주도 있고 달큼한 향이 나는 에일맥주도 있었으나 사실 맛이 정확하게 기억에 남지는 않는데 방심하고 마시다가 만취해버렸던 탓이다. 숙소에 돌아온 것도 가물가물할 정도였으니 위험한 맥주였던 셈이다. 벨기에의 맛 기행은 나의 만취로 마무리되었다.

다양한 종류의 벨기에 맥주들, 나폴레옹이 패한 전투인 워털루 전투의 이름을 딴 맥주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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