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맛
베이징에 왔으면 베이징 덕은 먹어봐야하지 않을까. 베이징 덕은 중국어로 카오야라고 한다. 중국의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어떤 거리를 다녀도 이 카오야를 파는 가게들을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전취덕이다. 나도 이 식당에서 카오야를 맛보았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음식도 매우 맛이 있긴 했지만 고급식당이어서 그런지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카오야는 남녀노소가 좋아하다보니 그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바로 붙어있는 가게끼리도 가격이 차이가 난다. 때문에 어떤 가게에서 어떤 카오야를 먹는가도 부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카오야 다음으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가게의 간판이 북경작장면이다. 작장면 어디인가 익숙한 발음아니던가. 바로 짜장면이다. 호기심에 들어간 가게에서 작장면을 시킨다. 작장면이라는 이름 대로 볶은 춘장에 여러가지 야채가 곁들여 나온다. 간짜장과 비슷한 모습인데 막상 비벼보니 춘장의 양이 면에 비하여 한참 모자란 느낌이다. 허여멀건한 모양새가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맛을 보니 왜 춘장을 적게 줬는지 알 것 같은 맛이다. 맛이 우리나라의 짜장면 보다는 짜고 그에 비해 단맛은 거의 없다. 담백하고 기름기가 거의 없어 아침 식사로 먹기에는 적당했다.정갈하게 나온 북경 작장면은 짭잘한 맛을 낸다. 사실 우리나라의 짜장면은 중국의 산동성에 주로 살던 중국 화교들이 우리나라의 인천 지역에 거주하면서 탄생하게 된 요리이다. 처음엔 우리나라의 짜장면도 춘장에 면을 비벼먹는 형태였지만 점점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맛이 점점 달짝지근해졌다고 한다. 중국의 작장면과 확연히 다른 맛을 가진 것을 보니 이제 짜장면은 온전한 우리 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북경에 맛보아야 할 또다른 별미는 훠궈이다. 커다란 냄비에 육수를 끓이고 얇게 저민 고기와 야채를 살짝 익혀먹는 요리로 육수의 종류부터 고기, 야채의 종류까지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유목민족의 요리방법이 전파되었다고 추정되는 요리이기에 먹으면서 유목민이 된 듯한 호방함을 느낄 수 있다. 유목민들이 고기를 얇게 저며 끓는 물에 데쳐먹는 방식으로 고기를 먹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편리한 방법으로 익힌 고기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 초원에서의 생활이란 한가롭게 요리를 할 시간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바쁜 유목민의 입장에서 빠른 시간 내에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이만한 것이 없는 것이다. 고기를 얇게 저밀 수록 표면적이 넓어져 열전도가 빨리 되어 고기가 빨리 익는다. 또한 질긴 고기도 얇게 저미면 씹기 편해지기 때문에 맛도 좋아진다. 훠궈의 육수는 보통 붉은 색의 홍탕과 햐얀 색의 백탕으로 나누어지는데 특히 홍탕은 매운 양념이 가미되어 있는 육수로, 기침이 절로 날 정도로 매운 것으로 유명하다. 백탕은 양념을 하지 않은 육수로, 한국 사람들이 먹기에 무난하다. 관광객들은 보통 경험삼아서 홍탕과 백탕 두가지를 주문하는데 나는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홍탕 대신 토마토 육수를 주문했다. 육수에 토마토를 넣은 맛이 섣불리 상상되지는 않았지만 막상 먹어보니 적당히 깔끔하고 감칠맛도 있어서 꽤나 맛있었다.
중국에 왔으니 만두를 빼먹을 수는 없다. 중국의 만두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홍콩을 포함한 광동지역에서 즐겨먹는 샤오마이다. 얇은 피와 새우 등의 해산물로 만두소를 채워넣은 것이 특징이면 만두피보다는 만두소가 주인공이다. 다른 하나는 쟈오즈라고 불리는 교자로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만두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만두피와 만두소의 적절한 균형이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베이징에서 맛본 파오즈이다. 두툼한 만두피가 매력적이며 한두개만 먹어도 금세 배가 부른다. 가격도 매우 저렴해서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다. 한입에 음식을 가득 베어 무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만족스러운 음식이다. 바다와 가까운 광동지방과는 달리 만두소로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가축의 고기를 즐겨쓰는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어향육사, 마파두부, 홍샤오러우 등 긴격이 저렴하고도 맛있는 요리들을 맛볼 수 있어서 여행의 밤이 즐거웠다.나는 홍샤오러우를 특히 좋아했는데 돼지고기의 두툼한 지방에 스며든 짭쪼름한 양념이 달콤하게까지 느껴졌다. 물론 약간의 맥주를 곁들였음은 물론이다. 여행자의 밤에 맥주가 빠지는 일은 없다. 여행이 끝난 후 늘어난 뱃살을 보며 후회할 지라도 여행지에서의 만찬에 후회나 아쉬움이 있어서는 안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