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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죽의 간사이 여행 - 교토 3-2

막부 정치의 흔적, 니조성

by 넙죽

쇼군의 교토 거처, 니조성


일본의 정치의 대부분이 막부에서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표면적으로 일본의 지배자는 천황이고 천황이 있는 교토를 등한시할 수는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에도 막부시기, 도쿠가와 가문은 그들이 천황을 알현하기 위하여 교토에 방문할 때 머물 거처를 마련하였다. 바로 그곳이 니조성이다. 사실상 일본의 최고 권력자의 거처인 만큼 니조성은 크고 화려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특히 니조성의 가장 중요한 건물인 니노마루는 당시 도쿠가와 가문의 영광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곳의 특이한 점은 나무 마루를 밟을 때마다 삐걱하는 소리가 크게 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건물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나는 소리가 아니라 외부의 침입자를 알리기 위함이다. 마치 현대의 경보음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동서고금 권력의 정점에 선 자를 노리는자는 끊이지 않았으니 현명하다고 해야 할까, 아님 매우 치밀하다고 해야 할까.

니조성의 니노마루


대정봉환의 역사적 순간


쇼군의 실질적인 일본 지배는 대정봉환이 공표되면서부터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쇼군의 일본 지배권을 원주인인 일본 천황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를 가진 대정봉환은 바로 이곳 니조성에서 이루어졌다. 권력을 가진 자가 스스로 그 권력을 내려놓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고 보통 그 속사정을 살펴보면 권력투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일본의 대정봉환도 사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막부 설치 이후 평화로운 시대를 맞고 있었던 에도 막부는 서구열강의 아시아 진출로 인하여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페리제독에 의한 강제개항 이후 막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으며 막부에 불만을 품은 사쓰마(가고시마), 조슈(야마구치)와 같은 번들의 성장과 도전으로 인하여 결국 막부는 자신들의 권력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형식상으로 대정봉환은 쇼군에게서 천황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상 당시 천황의 뒤에 있던 것은 사쓰마, 조슈번의 유력 무사가문들이었기에 또다른 무사가문들로의 권력이양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다. 이 대정봉환으로 인하여 막부의 시대는 비로소 끝이 나고 메이지 유신과 같은 일본의 근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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