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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죽의 간사이 여행 - 교토 3-3

많은 물이 흐르는 곳, 청수사

by 넙죽

맑을 물이 흐르는 곳, 청수사


교토에서 꼭 한 곳을 방문하라고 한다면 청수사를 추천하고는 한다. 청수사라는 사찰도 아름답지만 사찰을 향하는 거리를 거닐다 보면 왜 사람들이 교토를 보고 천년의 도시라고 하는 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거리 자체가 일본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하기도 하고 거리 곳곳에서 일본이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즘은 우리나라의 고궁들이나 한옥마을 등에서도 개량 한복을 입고 다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외국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주변의 건물들과 잘 어우러져서 분위기가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관광지에서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꼭 멋진 건물들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를 따라 청수사에 올랐다. 어느 사찰이나 그 사찰의 주인공은 본당이다. 특히나 청수사의 본당은 아름답기로 유명해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늦가을 무렵이라 빠알간 단풍과 청수사의 본당이 잘 어우러져 멋들어진 풍경을 만들어 냈다. 인생 풍경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본당 아래로 이 절의 이름의 유래가 된 오토와 폭포를 마주한다. 사실 폭포라고 하기는 좀 작기는 하다. 이 오토와 폭포는 세 줄기로 나눠서 떨어지는데

어떤 줄기로 흐르는 물을 마시느냐가 가장 중요하단다. 각 줄기 마다 지혜, 연애, 장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소원을 이루고 싶다고 하여 세 줄기의 물을 모두 마시면 안된다고 한다. 오히려 불운이 따른다고.

무엇이든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큰 해가 따르는 것 같다.


어렴풋한 수학여행의 기억


사실 나는 이 곳 청수사를 방문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쯤 수학여행으로 교토에 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봐도 꽤나 파격적인 해외 수학여행이니까 나는 인생에서 꽤나 큰 행운 하나를 가졌던 것 같다. 당시 청수사를 왔을 때는 까까머리에 교복을 입고 같은 모습을 한 친구들과 함께 꽤나 들떠있었던 것 같다. 일본 학교들에게도 이 곳 청수사가 수학여행의 단골 코스였던지 역시나 교복을 입고 이곳을 방문한 일본 학생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당시에는 무슨 용기가 나서인지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 괜히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인사도 건넸던 기억이 난다. 한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잊고 있었는데 이 곳 청수사에 오니 그 때 생각이 났다. 나도 참 그때는 생기가 넘쳤었지. 참 그때는 즐거웠지라는 생각과 함께. 당시에는 어른들이 그때가 참 좋을 때라는 말씀을 왜 하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능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고 내 앞에 놓여진 것들이 버겁다고 느껴졌으니까. 그저 대학생이 되면 마냥 즐거울 것만 같았으니까. 근데 대학생이 되니 또 다른 고민이 생기고 직장 생활을 하니 또 다른 고민이 생기더라는 거다. 그리고 이제는 왜 '그때'가 참 좋았는지 알 것만도 같다. 그때는 고민이나 버거운 일이 있어도 고민을 들어줄 친구가 항상 내 옆에 있었던 것 같다. 동네에서 연락하면 투덜대면서도 나오긴 하는 친구. 어른들 몰래 소주 한 잔을 같이 나눠마시면서 대체 왜 이런 것을 마시는 지 모르겠다고 같이 투덜 댈 친구. 사회에 나와보니 다들 힘든 지 친구를 만나서 술 한잔하기도, 같이 하루 놀기도 참 힘들다. 물론 결혼하면 더 힘들긴 하겠지. 그래도 오늘은 연락 한번 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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