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죽의 간사이 여행 - 간사이의 맛
간사이의 맛
간사이의 맛
한국 사람들이 일본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 입에 맞는 먹거리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우리 것과는 다른 맛이 매력적이다. 특히나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간사이 지방을 방문하는 이유 중 하나도 맛있는 일본 음식을 맛보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 곳의 음식들을 탐닉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선술집인 이자카야에서 술 한잔과 함께 요리를 맛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사케와 함께 즐기는 다양한 요리들은 낮 동안의 피로를 잊게 한다. 은은한 선술집의 조명 아래서 도란 도란 들리는 현지인들의 대화 소리도 음식의 맛을 더해준다.
일본식 닭꼬치인 야끼도리는 일본 선술집 요리 중에서도 백미라 할 수 있다. 닭의 살코기 뿐 아니라 염통, 간 등 내장 부위까지 숯불에 구워낸 야끼도리는 숯불향이 닭 본연의 맛과 어우러져 감칠맛을 만들어낸다. 야들 야들한 식감도 야키도리의 매력 중 하나다. 꼬치 하나당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부담도 없다. 양 또한 부담이 없어서 저녁을 먹은 후에도 부담없이 맛볼 수 있는 좋은 안주다.
돼지고기 등을 꼬치에 끼워 튀겨낸 요리인 쿠시가츠도 별미다. 바삭바삭한 튀김옷과 그 속에 숨겨진 풍부한 육즙 또한 매력있었다. 비슷한 꼬치류인 야끼도리와는 전혀 다른 식감이지만 그렇기에 더 돋보이는 맛이었다.
일본 현지에서 맛보는 스시도 놓칠 수 없는 별미이다.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진 스시를 입에 넣으면 하루의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다.
도톤보리에서 만나는 길거리 음식도 입맛을 당긴다.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타꼬야끼는 언제 먹어도 일품이다. 타꼬는 문어라는 뜻이고 야끼는 굽다는 뜻이니 문자 그대로하면 문어구이쯤 되겠지만은 실제로는 밀가루 반죽 안에 문어 조각을 넣어 동그랗게 익힌 볼의 형태다. 그 위에 가다랑어포를 얹어 마무리한다.
얼큰하게 취했을 때 길 모퉁이에서 만난 작은 우동가게에서 맛보는 카레우동도 나에게는 잊히지 않을 맛이다. 아주머니 한분이 운영하는 작은 우동가게기에 분명 특별한 맛을 기대하고 찾은 집은 아니었으나 한 젓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느껴진 감칠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어느 가이드 북에도 소개되지 않을 소박한 가게였지만 나만의 가게를 찾은 거 같은 뿌듯함도 느껴졌다. 일본의 방문한다면 나만의 가게, 특별한 추억들을 쌓아보는 것은 어떨까.
튀긴 닭은 언제나 옳다
퇴근 후 먹는 바삭한 치킨과 시원한 맥주의 조합은 우리나라에게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인기 메뉴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우리나라 치킨과 비슷한 가라아게라는 닭튀김 요리가 있다. 튀김 옷이 두툼해서 바삭한 느낌을 잘 살린 우리나라의 치킨과는 달리 튀김 옷이 얇고 약간 더 짭쪼름한 맛이다. 이자카야에서 많은 요리들을 시켰지만 내 입맛에는 요녀석이 딱이다. 사실 튀긴 닭이 맛없기도 참 쉽지 않다. 내 친구 중 한 녀석은 한동안 나를 만날 때마다 치킨을 먹자고 해댔다. 하루는 물론 치킨이 맛있기는 하지만 왜 그렇게 치킨을 좋아하냐고 물었었다. 그때 그녀석의 명답이 나왔다. 맛있게 먹는 치킨은 몸과 마음이 영양간식이라고. 사실 이제 치킨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나 다름없을 것 같다. 그만큼 치킨에 얽힌 추억이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하나 있는데 할머니와 관련된 추억이다. 어렸을 때 방학 때면 며칠씩 할머니 댁에 가있고는 했는데 당시 초등학생 정도 되었던 우리가 심심하다고 조를 때마다 할머니는 통닭 한마리를 시켜주시고는 했다. 종이봉투에 담겨온 정말 옛날스타일의 통닭이었는데 그것이 그렇게 맛있을 수 가 없었다. 여행 중 가라아게 한접시를 눈 앞에 두고나니 옛날 생각이 나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