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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죽의 북규슈 여행 - 북규슈 4-1

온천의 땅, 북규슈

by 넙죽

온천의 땅, 북규슈


한국에서 한시간 정도에 위치한 규슈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규슈 곳곳에 많은 온천이 있다고 보면 되지만 특히 유후인, 벳푸 등이 유명하다. 실제로 많은 관광객들도 이 지역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맨처음 방문한 곳은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이었다. 사진으로 본 긴린코 호수의 모습이 인상적이라 꼭 가보고 싶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점심 때 즈음이었는데 비가 살짝 내리기 시작한 때라 긴린코 호수는 매우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유후인에는 많은 료칸들이 있어서 숙박을 하면서 여유롭게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다. 그러나 나는 규슈의 또 다른 온천마을인 벳푸로 이동했어야 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유후인에서 시골길을 따라 자동차로 한시간이 되지 않게 이동하면 벳푸가 나온다. 마을 여기 저기서 밥짓는 연기가 아닌, 마을 곳곳에 위치한 온천에서 솟아오른 하얀 연기가 하늘을 덮고 있었다. 다른 곳보다 벳푸를 가고 싶었던 이유는 벳푸의 명물인 지옥순례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옥 순례란 벳푸 곳곳에 위치한 각양각색의 온천들을 둘러보는 것을 말한다. 온천들을 둘러보는 코스에 지옥순례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마도 뿌연 김을 뿜어내며 팔팔 끓고 있는 온천의 모습이 불가에서 묘사하는 지옥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추측해보았다. 더군다나 온천이라 하는 것은활발한 지각활동의 결과물이며 온천이 있다는 것은 그 지역의 화산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화산이 폭발할 때 하늘에서 불비가 떨어지는 지옥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기에 이런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을까하고 추측해보았다. 활발한 지각활동이 항상 안좋은 것만 가지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화산활동은그 지역의 땅을 옥토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화산활동이 휩쓴 땅은 화마가 삼킨 식물들이 토양의 거름이 되기도 하고 토양의 온도가 높아져서 미생물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기도 한다고 한다. 그들의 삶의 터전을 덮쳤던 화산 활동이 때로는 그들의 터전을 풍요롭게도 해주니 아이러니 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벳푸가 속한 규슈지역은 아직까지 일본의 곡창지대로 유명하다. 규슈에서 운전하면서 가장 많이 본 풍경이 끝없는 논들이었다. 그러나 다른 이점을 빼놓고서라도 가장 큰 이점은 온천이다. 온천이 있는 것만으로도 추운 겨울에 열에너지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특히 나같이 피부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좋은 치료가 된다. 여담이지만 나는 피부에 염증이 발생할 때마다 온천에 가는데 그때마다 즉각적인 효과를 보아 온천을 매우 사랑한다. 그리고 온천에서 삶아진 맛좋은 달걀도 온천이 주는 또다른 선물이다.

벳푸의 온천은 각 온천마다 그 모습이 제각각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이가장 많이 찾는 가마도지옥은 각 온천의 모습을 집약해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같은 곳이라 시간이 없는 패키지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그러나 나는 모처럼 자유여행을 왔으니 벳푸의 모든 온천을 다 둘러보기로 했다.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다지옥과 피지옥이다. 왜 그런고하니 같은 지역에 있는 온천인데도 물의 빛깔이 달랐기 때문이다. 바다지옥은 오키나와의 바다빛같이 파란 색을 가지고 있고 피지옥은 피처럼 붉은 색이었다. 물의 빛깔을 결정짓는것은 물을 구성하는 물질과 물의 온도다. 아마도 저 두 온천간의 온도가 다르지 않을까 추측해볼 뿐이다. 허나 워낙 고온이기때문에 손을 담그는 등의 방법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외 인상적이었던 것은 악어지옥이었다. 열대지방에 주로 사는 악어가 벳푸의 이 악어지옥에서 길러지고 있었다. 온천에서끊임없이 흘러져 나오는 온천수들이 기후의 차이를 극복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일본의 활발한 지열활동은 일본인에게 지진과 화산 폭 발이라는 재앙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옥한 토지와 건강에 좋은 온천을 선사하기도 하니 자연은 인간에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한 가지만을 주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인생사가 새옹지마인 것 처럼.

바다지옥

피지옥
도깨비가 테마인 가마도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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