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죽의 베네룩스 여행-네덜란드 잔세스칸스

풍차마을, 잔세스칸스 그리고 치즈 샌드위치

by 넙죽

풍차를 만나러 가다, 잔세스칸스


네덜란드 하면 풍차를 빼놓을 수 없으나 암스테르담에서는 풍차를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교외로 조금만 나가면 그림과 같은 풍경의 풍차마을을 만날 수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잔스칸스다. 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자그한 강 주위로 풍차 여러 대가 늘어선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암스테르담 교외의 작은 풍차마을 잔세스칸스

주변의 푸르른 풀냄새와 풍경이 어우러져 머리 속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 이 순간을 마음껏 음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가적인 분위기의 마을을 걷다 보니 풍차를 겉에서만 보기엔 아쉬웠다. 마을의 풍차는 약간의 입장료를 내면 안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관광객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작은 풍차를 선택해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최적의 선택이었다.

풍차에 들어서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있었는데 주인아저씨가 우리에게 익숙한 영어를 건넸다. 역시 과거 전 세계 바다를 주름잡던 해양대국 네덜란드의 후손다운 솜씨다.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이 풍차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설명해주셨다. 아저씨의 풍차는 아마씨 등을 이용하여 기름을 짜내는 풍차였다. 아저씨의 권유에 따라 아마씨 한 줌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고소한 맛이 입안에 돌았다. 이 정도 고소함이면 충분한 기름을 뽑아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풍차의 힘으로 맷돌을 움직여 아마씨를 가루로 만든 다음 가루가 된 아마씨를 가열한다. 열이 가해진 아마씨 가루를 자루에 담은 후 가죽으로 감싸 나무틀 사이에 넣는다. 여기서 또다시 풍차의 힘으로 나무틀에 압력을 가해 기름을 짜내게 된다. 간단한 공정이지만 풍차의 힘이 없다면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우연히 중국 관련 다큐에서 유채 씨로 기름을 만드는 공정을 본 적이 있는데 사람의 힘으로만 해내다 보니 매우 고되게 보였다. 풍차의 힘으로 만들어진 기름은 풍차 지하에 보존되곤 했으나 요즘은 보존 기술이 발달되어 드럼통에 기름을 보관한다고 한다. 아저씨는 마치 주식처럼 기름의 가격이 오르면 팔고 내리면 비축해둔다고 한다. 기름을 짜고 남은 가루들은 블록 형태로 가공되어 가축들의 먹이로써 주변 농가에 제공된다고 한다. 아저씨가 생산한 기름은 식용으로도 쓰이지만 페인트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 곳 잔스칸스의 대부분의 집의 색이 그가 만든 기름에서 비롯되었다며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자랑을 늘어놓았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넘치는 장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풍차는 아저씨의 풍차처럼 기름을 생산하는 데에도 사용되지만 목재소에서 목재를 자르는데 쓰이기도 한다. 또한 과거에는 바닷물을 퍼내는데 쓰이기도 했다. 저지대 국가라고 불리기도 하는 네덜란드는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이 것이 가능했던 것은 네덜란드의 간척사업 때문이다. 댐을 이용해 바닷물을 막고 댐 안쪽의 바닷물을 퍼내는 것이다. 그러면 금세 새로운 땅이 생긴다. 역시 간단한 과정이지만 풍차의 힘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니 풍차는 네덜란드인의 진정한 동반자인 것 같다.

20171124_102934 (1).jpg
20171124_103502.jpg
20171124_103222.jpg
20171124_102934.jpg
20171124_102724.jpg
풍차의 힘으로 돌아가는 멧돌이 아마씨를 곱게 가루로 만든다
아마씨 가루에 열을 가해 습기를 제거한다
습기를 제거한 아마씨 가루를 가죽으로 감싼 후 나무틀에 넣어 풍차의 힘으로 압력을 가해 기름을 짠다
과거에는 기름을 이렇게 지하에 저장했다
요즘에는 드럼통에 밀봉하여 보관한다
가공하고 남은 아마씨 가루는 블록형태로 가공되어 가축의 먹이로 제공된다
풍차는 예나 지금이나 네덜란드인의 중요한 동반자이다

네덜란드의 맛


네덜란드는 훌륭한 목초지를 가지고 있어 낙농업이 유명하다. 특히 가우다 치즈가 유명한데 어렸을 적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보았을 법한 노란 빛깔에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나는 작은 치즈 상점에서 파는 치즈 샌드위치로 간소하게나마 네덜란드 치즈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꾸덕 꾸덕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호밀빵과 잘어울렸다. 저렴하고도 간편한 치즈샌드위치. 시간에 쫓기고,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에게 이보다 반가운 성찬은 없는 것 같다.

벨기에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도 감자튀김이 유명한가 보다. 따로 감자튀김을 주문하지 않아도 접시에 수북하게 감자튀김을 얹어준다. 사실 나는 스테이크를 주문했었는데 산을 이루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감자튀김의 양에 비한다면 스테이크의 양은 참 빈약했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그래도 감자튀김을 참 좋아하는 터라 맛있게 먹었다. 두툼하게 자른 감자로 만든 감자튀김이라서 그런지 맛이 훌륭했다. 처음에는 바삭한 식감뿐이지만 치아가 튀김을 뚫고 들어간 후에는 포슬 포슬한 감자의 질감이 튀어나오고 감자 특유의 감칠맛이 배어나온다. 감자튀김은 역시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기에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유럽에서 며칠 지내다 보니 쌀밥이 먹고 싶어졌다. 그나마 베네룩스 지역에서는 감자 튀김이 있어서 다른 지역만큼 밀가루를 많이 먹는 일은 드물었지만 그래도 30대가 지나고 보니 어느 새인가 쌀밥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20대 때에는 유럽까지 나와서 한식을 찾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나이가 먹어서도 유럽에서 현지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나이를 먹고 나니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일행과 함께 쌀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니 딱 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고기와 야채 등 원하는 토핑과 소스까지 입맛대로 골라 주문할 수 있는 상당히 트랜디한 중식 프랜차이즈 식당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샌드위치 전문점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선택지가 너무 많다보니 매우 고민스러웠으나 다른 사람들이 많이 주문하는 메뉴가 실패의 위험이 적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무난하게 새우와 숙주, 간장 소스 등을 골라 주문했다. 막상 음식을 받아서 맛을 보니 너무 무난한 맛이어서 약간 모험을 해보는 것이 나았으려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네덜란드에서 무슨 중국요리이냐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게에는 동양인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은 느낌이었다. 사실 암스테르담에서는 네덜란드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찾는 것보다 다른 나라의 요리집을 찾기가 더 쉽다. 특히나 아르헨티나식 스테이크 집은 어딜가나 있더라. 중국식 냄비인 웍을 위해 걷는다는 이름을 가진 이 식당도 최근 암스테르담에서 꽤나 주목 받는 식당이란다. 전세계를 누비던 네덜란드 상인들의 후예들이 사는 이 도시는 이제 전세계의 음식을 담고 있나 보다.

아르헨티나 음식점.jpg 네덜란드 요리집보다 아르헨티나 식 스테이크 하우스를 더 쉽에 찾아볼 수 있었다.
wok.jpg 종이박스 하나에 웍에서 방금 볶아낸 중식 볶음밥이 가득 담겨있다


공공장소에서 과한 애정 표현은 자제를!


벨기에 브뤼셀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두 도시 간의 기본 이동거리가 상당하기도 했지만 중간에 앞에 가던 차량들의 사고가 있었던 듯 교통 정체도 발생해서

다섯시간이 넘는 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냈다. 그러나 나를 괴롭힌 것은 버스 안에 갇힌 답답함 보다도 뒤에 앉은 커플들의 과한 애정 표현이었다.

그들의 달콤한 속삭임과 그들이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소리는 이동 시간 내내 버스 안을 가득 채웠고 나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듣고 있던 음악의 볼륨을 올려야만 했다. 불편했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던지 나의 친구도 그들의 사랑의 몸짓에 한 숨도 자지 못했다고 불평을 토로했다. 나는 우리가 동양인이라서 너무 보수적이라서 이렇게 불편하게 느끼는가 생각했지만 버스를 내릴 때 다른 외국인들도 그들 커플을 째려보는 것을 보아서는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닌 듯 싶다. 공공장소에서의 과한 스킨십은 모두를 불편하게 하니 제발 자제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넙죽의 베네룩스 여행-네덜란드 암스테르담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