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자의 도시, 옹플뢰르
노르망디는 북쪽의 사람들의 땅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지역이다. 여기서 북쪽 사람들이란 노르만족이라고 불리는 북유럽 바이킹의 한 계파이다. 프랑스를 지독히도 노략질했던 노르만족에 대해 프랑스 왕은 한 가지 꾀를 낸다. 이들에게 프랑스 땅을 떼어주어 그곳에 정착시키는 것. 대신 그에 상응하는 조건이 있었다. 첫째 프랑스어를 사용할 것. 둘째 프랑스 왕의 신하가 될 것. 노르만족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프랑스의 일원이 되었고 그들에게 주어진 땅이 지금의 노르망디였다. 노르만족들이 노르망디에 정착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노르만족들 중에 야심 찬 지도자 한 명이 나타났다. 노르망디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그는 바다 건너의 다른 땅에 관심을 기울였다. 프랑스 왕의 신하가 되기로 맹세하였으니 프랑스 쪽으로는 영토확장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야심가의 타깃이 된 바다의 건너의 땅은 곧 야심가의 호전적인 부하들에 의해 순식간에 굴복하게 되고 그를 왕으로 받들게 된다. 노르만족의 이 야심가의 이름은 기욤, 영어로는 윌리엄이다. 그리고 그가 정복한 바다 건너의 땅이 바로 지금의 영국이었다. 그는 영국을 손에 얻고 후대에 정복왕 윌리엄이된다. 북유럽 혈통이기는 하나 불어를 사용했던 노르만족이 영국의 지배층이 되면서 영국도 프랑스의 영향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요리에 주로 쓰이는 소나 돼지를 일컫는 단어인 비프나 포크 등의 단어는 불어에서 비롯되었는데 주로 고기 요리의 소비층이 이들 프랑스계 지배층이었기 때문이다. 영어에서 소는 카우(Cow), 돼지는 피그(Pig)라고 부르는데 요리에서는 비프(Beef)나 포크(Pork)라고 지칭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프랑스 왕의 신하였던 그가 영국의 왕이 되자 말 그대로 족보가 꼬이게 된다. 프랑스 왕의 입장에선 영국의 왕은 여전히 그의 신하였고 일국의 왕이었던 영국 왕의 입장에서는 상황이 달라졌으니 대등한 관계를 맺고 싶었다. 후대로 갈수록 이러한 갈등이 심해져 후대에 백년전쟁의 원인이 된다. 이때 노르망디 또한 전장의 중심이 된다. 백년전쟁이 벌어지자 영국군은 파죽지세로 프랑스를 점령한다. 프랑스는 한동안 고전하다가 신의 계시를 받은 잔다르크의 활약으로 승기를 잡게 되어 노르망디를 포함한 프랑스 전역에서 영국군을 몰아내게 된다. 프랑스 왕과의 계약을 파기한 노르만족은 계약의 대가였던 노르망디를 잃어버리게 된 꼴이 되어버렸으니 재미있다. 이후 노르망디는 한 번의 격변기를 더 겪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역전의 기회를 준 것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이었기 때문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연합군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고 당시 프랑스의 지도자였던 샤를 드골은 프랑스의 영웅이 되었다.
노르망디에 위치한 작은 항구도시인 옹플뢰르는 항구도시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이 도시의 주택들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의 주택들과 같이 폭이 좁고 옆 건물과 벽을 맞대고 있는 것이 특징이지만 암스테르담의 건물들이 세금 때문에 그런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면 옹플뢰르의 건물들은 목조건물이어서 바닷가의 강풍을 견디기 어려웠기에 서로의 벽을 맞대게 된 것이란다. 옹플뢰르가 항해자의 도시인 이유는 이 도시가 캐나다의 퀘벡을 건설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북미대륙에 위치한 퀘벡지역까지 항해할 정도로 옹플뢰르의 사람들은 항해술이 뛰어났던 것이다. 이 도시 사람들 중 상당수가 퀘벡지역으로 이주하여였기 때문에 현재 퀘벡지역은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옹플뢰르의 대성당도 이 도시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그들의 또 다른 집인 배처럼 그들의 정신적 중심지인 성당도 목조로 만들어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성당의 천장 부분이다. 뱃사람들이 만든 성당이다 보니 성당의 지붕 부분이 마치 배를 뒤집어 얹어놓은 것처럼 되어 있다. 옹플뢰르의 성당처럼 뱃사람 심의 자부심을 잘 나타내는 건축물은 없을 것 같다.
북해가 가까운 지방이라서 그런지 노르망디의 날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었다. 출발할 때는 흐려서 비가 올 것 같아 실망감을 안기더니, 막상 옹플뢰르에 도착하니 티 없이 파란 하늘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도시를 떠날 때에는 다시 굵은 빗줄기가 떨어진다. 노르망디의 또 다른 명소인 몽생미셀에 도착할 때 즈음에는 비바람뿐만 아니라 우박까지도 만날 수 있었다. 살면서 우박이라는 것을 처음 만나보기도 했지만 그 우박이 뺨을 때리는 경험은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영국만 날씨가 변덕스러운 줄 알았더니 영국과 바다를 두고 마주 보는 노르망디 지역의 날씨도 참으로 변덕스러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