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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죽의 시고쿠 여행 4-2

일본의 정원을 만나다

by 넙죽

나만의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이상세계, 정원


처음 정원의 시작은 자연을 내 공간으로 들여온다는 것에서 출발한 것일지 모른다. 어린 시절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방을 꾸미는 것과 비슷한 감정.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찬 공간은 내가 누구인지 나타내주는 좋은 지표이다. 하물며 작은 방도 그러한데 정원은 어떠할까. 특히나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취향을, 자신들의 이상세계를 정원의 형태로 재현해냈다. 작고 아기자기하지만 세계를 압축한 것 같은 공간.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작고 아담하기에 더 함축적으로 느껴진다. 때로는 그런 이유로 온전히 내것으로 느껴지는 공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일본의 정원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다.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카가와현 다카마쓰의 린쓰린 공원이었다. 이 공원의 작은 호수들과 그 위에 떠있는 작은 인공섬들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그 호수에 놓여진 아름다운 다리까지 더해지니 동양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무릉도원이 재현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름 밤 개구리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저 아름다운 다리에 걸터 앉아 호수에 낚시대를 드리우면 달이라도 건질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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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정원은 에히메현 오즈의 가류산장이다. 한자로는 와룡산장인 이곳은 주변의 산수가 용이 누워있는 것 같은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산장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산장 정원의 아름다움이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끼로 덮인 바닥은 신비한 분위기를 더하고 정원 곳곳을 장식한 소품들도 이곳의 미적 가치를 높인다.

가류산장의 절정은 후로안이라는 공간이다. 창 너머로 산장 주위를 휘감아 흐르는 강이 한 눈에 보인다. 세상사에 초연해지는 기분. 모든 고민도 하찮게 만들어줄 것 같은 공간이다. 이 공간이 바로 정원이다.

이번 여행은 너무나 더운 날씨에 진행된 강행군이었다 게다가 햇볕은 너무나 강렬해서 처음에는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정원 관광을 하는 것을 망설였었다 특히 부모님과 같이 하는 여행이었기에 부모님의 건강이 우선적으로 걱정되었던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가을에 함께 여행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직장에 다니는 입장에서 내가 원하는 시점에 여행을 간다는 것은 참 힘든일이니까. 오랜시간 고민하긴 했지만 우리가 여행한 시고쿠는 정원이 워낙 유명하기에 놓칠 수 없었고 이번이 아니라면 부모님과 다시 이곳을 찾을 기회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부득히 하게 정원 투어를 진행했다 린쓰린 공원과 가류산장을 돌아보면서 걱저스러운 눈빛으로 부모님의 안색을 살폈다. 그런데 예상외로 부모님이 너무 좋아해주셨고 이 곳에서 사진 찍는 것 또한 즐거워 하셨다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이 부모님의 인생에서 참 좋았던 순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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