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llup lady
보글 보글 소리와 함께 즉석 떡볶이가 만들어진다.
빠알간 국물과 함께 졸여지는 떡볶이. 윤경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혜선에게는 그저 소주 한잔하기 위한 안주에 불과하지만. 떡볶이를 사이에 두고 혜선과 윤경이 마주 앉아 있고 이 날도 여지없이 테이블 위에는 초록병 한 두개가 놓여져있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 혜선은 떡볶이 집에서 하루종일 틀어져있는 티비를 지긋이 응시한다.
티비에서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고 그 뉴스에서는 노량진에서 컵밥을 먹는 공시생들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있다.
또 새벽부터 나와 수업을 듣기 위해 줄을 서고 밤늦게 까지 공부하는 공시생들의 모습도 나왔다.
"윤경아 너도 저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된거야?"
혜선이 윤경에게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계속 노량진에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몇개월정도는 노량진에서 컵밥 먹어가면서 공부한 적은 있지. 나는 학교 도서관에서 주로 공부해서 특강을 들을 때만 갔었어"
윤경은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답했다.
"근데 왜 저렇게 공무원이 되고싶어들 하는거야?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9급이면 그렇게 권력이 있는 자리도 아니잖아. "
혜선은 소주 한잔을 들이킨 후 의아한 표정으로 윤경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 아닐까. 나는 그래. 네가 보기엔 어떨 지 몰라도 우리 집은 그다지 넉넉한 집은 아니거든. 하지만 대기업에 들어가려면 스펙이란 것을 쌓아야하는데 토익이니 어학연수니 하는 것들은 꽤나 돈이 들더라. 그리고 나도 학벌이 나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대기업에 무난하게 들어갈 정도는 아니고. 게다가 인맥이라던가 학벌과 상관없이 오로지 시험 결과로만 채용이 이루어지는 곳은 생각 외로 잘 없어. 나로서는 공무원이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이지. 수능과 비슷한 객관식이라 익숙하기도 했고 말이야.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때쯤 우리나라에 IMF가 온 것 기억해? 그 때 티비에서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일터를 잃는 모습이 많이 나왔었잖아 . 그때 나는 많은 불안감을 느꼈어. 그래서 그런가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다는 소망같은 것도 있었고 말야. "
윤경은 20대 때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듯 잠깐 생각에 잠긴 후 혜선에게 답했다.
" 윤경아 너는 그래도 2년 정도 만에 합격했잖아.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왜 몇년씩 걸려도 합격하지 못하는거야? 3,4년이 넘게 공부해도 안되는 것이라면 포기를 하고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잖아."
혜선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윤경에게 되물었다.
" 나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돈 걱정하지 않고 듣고 싶은 강의를 듣고 먹고 싶은 것도 먹어가면서 공부할 수 있었어. 근데 그래도 참 힘들었다. 근데 너 내 남자친구 현식이 알지? 현식이도 공무원 준비를 하는데 아버님이 갑자기 회사 다니시다가 권고사직을 당하셔서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차리셨어. 그런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나봐. 부모님 사정이 뻔하니 손을 마음껏 벌릴 수도 없어서 학원 강의를 동영상으로 녹화해주는 일을 하고 공짜로 수업을 들어. 그리고 간간히 단기간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생활비도 하고 말이야.그렇게 열심히 살고 남는 시간 열심히 공부하는 데에도 매번 한두문제차이로 떨어져. 옆에서 바라보는 나도 애가 타고 속상할 때가 많아. 사람들이 장수생에 대해서 한심하게 생각하거나 놀림의 대상으로 삼을 때 참 슬프기도 해.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도 환경이, 아니 돈이 있어야 가능한데 말야."
윤경은 말을 마친 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윤경의 말을 들은 혜선도 마음이 그다지 편치 않았다. 단순히 공시생들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세대의 구직은 우리의 부모 세대에 비해서 참 어렵고 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경 자신도 당장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 둔다면 어찌 될지 막막한 것은 피차일반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때때로 말한다. 우리 세대가 눈이 너무 높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일자리 자체도 구하기 힘든 시대인 것을 어른들이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아 야속하다. 윤경과 혜선을 말없이 소주 잔만을 기울인다. 때마침 쏟아지는 여름날의 소나기 소리가 이 둘의 정적이 만들어낸 공백을 채워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