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소라게

Pullup Lady

by 넙죽

소라게


한 평생 자신의 집을 등에 메고 사는 존재. 소라게.

자신의 집인 소라껍데기가 아무리 무거워도 그 집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

혜선은 우리와 이 소라게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혜선의 소라껍데기는 두평 남짓한 고시원 방이었다. 소라게의 소라껍데기는 소라게가 커지면서 점점 커지는 것에 반하여 혜선의 집은 점점 작아졌다. 첫 대학생활을 시작할 때는 작은 원룸이었지만 별도의 화장실도 있었고 창문에 볕도 잘 들어왔었다. 세탁기와 티비, 냉장고 등을 넣을 수 있을 만큼 공간도 넉넉했다.

하지만 빚을 갚기 위해 보증금과 월세를 줄여야 했기에 혜선은 점점 작은 집을 찾아다녀야 했다. 결국 찾은 그녀의 안식처는 이곳 고시원 방 하나였다. 좋아하던 옷들도 둘곳이 없거다 관리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중고로 팔아치우거나 버렸다.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 혜선의 집이, 그녀의 세계가 점점 작아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월 지급해야하는, 혜선의 어깨를 짓누르는 월세의 부담은 사라지지 않았다.
자신의 집을 짊어진 사람은 혜선만은 아니었다.

아침에 회사에 출근 하고나면 각자 자신의 소라껍데기를 등에 질어진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번에 옆단지 같은 평수 아파트는 1억이 올랐다는데 우리 아파트는 아직이구만"


혜선의 직속 상사인 최팀장은 아침부터 부동산 문제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50대 중반의 평범한 가장. 매달 받는 봉급은 아직 취업 전인 아이들의 용돈과 학비, 생활비 선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슬슬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야 할 시기이지만 그러기엔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 그저 아이들이 취업때까지 자리를 보전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나 할까. 몇년전 은행 대출을 끼고 무리해서 구입한 아파트 한 채가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아파트 값이 조금 오르면 그것을 팔아 노후자금으로 삼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대출금과 그 이자가 너무 버겁다.


"그래도 팀장님은 집이라도 있으시죠. 저는 신혼집 구할 생각에 막막하기만 하네요 장가라도 갈 수 있을지...하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는 이 대리도 집이 고민이다. 혜선의 바로 옆자리에서 근무하는 동료. 최팀장이 집이 있어서 고민이라면 이 대리는 집이 없어서 고민이다. 오랫동안 교제한 여자친구가 있는 모양이었지만 같이 살 신혼집을 구하기 어려워 자꾸 결혼식을 미루고 있다. 서른 셋의 나이 . 빨리 가정을 꾸려 안정을 찾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아버지의 사업이 잘될 때는 걱정하지 않았을 일이지만 경제가 어려워 아버지가 사업을 접으신 지금에서는 본가에 손을 벌리기는 죄송스러운 일이었다.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구해보려 하지만 여자친구가 구한 집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고민중이었다.

혜선은 이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이들은 자신보다 처지가 낫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집 마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고.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이 있는 최팀장도 은행 빚에 허덕이는 지금으로서는 온전한 내 집을 가졌다고 볼 수 없었다.

혜선은 자신의 주변에서 유일하게 집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사람은 엄마정도였다. 아버지가 평생 일한 댓가가 섯부른 보증의 결과로 은행에 넘어가버린 이후에도 엄마는 무너지지 않았다.

엄마는 그저 능력이 없는 자신이 딸에게 과한 짐을 짊어지게 한 것을 미안해했다. 가족이 같이 살던 집이 사라진 후 엄마와 혜선은 같이 살 집을 구할 수 없었다. 때문에 혜선의 엄마는 지방에 사는 이모에게로 갔다. 지방에서 작은 기사식당을 하는 이모의 일을 도와주며 이모의 집에서 같이 살았다. 그리고 간간히 혜선에게도 돈을 부쳐주셨다. 자신도 살기 버거우면서. 엄마는 그렇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했다.

혜선은 그저 인생의 소망이 하나 있다면 엄마와 같이 살, 햇볕이 잘 드는 집 하나를 가지고 싶었다. 다시 엄마와 아침 밥상에 앉아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하며 웃고 싶었다. 그런데 그 평범한 일상이 자신에게는 왜 이리 힘든지 멀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Ep3.나는 커피가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