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사이드 프로젝트] #4. 페인 포인트 해결하기
팀에 합류해 구성원들을 만나고 논의를 하면서 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아이템은 육아 공백을 이모님이 채울 수 없을 때 소수의 부모들이 활용하던 방법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독박육아를 하거나, 이모님이 있는 상황이어도 손이 모자라는 순간이 분명 있다. 앞선 글에서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내가 갑자기 배가 아픈데, 화장실 문을 닫고 들어갈 수 없고 눈으로 계속 아이의 안전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나 이모님이 잠시 집안일을 해야만 할 때, 요리를 하느라 불을 다루고 있을 때 다만 아이를 바라봐 주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순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게 우리만 이렇게 힘든가? 해외에서는 어떻게 해?
해외에서는 '내니' 문화가 익숙하다. 영화에서 많이 봤을 거다. 아이가 집에 혼자 있는 게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외출할 때면 옆집 대학생 형누나가 아이들을 봐준다. 진짜 봐만 준다. 그냥 같이 있는 것 외에 다른 걸 바라진 않는다. 형누나는 함께 티비를 보거나 그림책을 읽어주는 정도. 그저 아이들이 하고 있는 걸 같이 할 뿐. 그래도 부모는 안도한다. 아이들은 멋지게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부모님과 굿나잇 키스를 한다. 물론 그런 멋진 파티 참석이 아니라도 육아의 공백을 짧게, 혹은 길게 메꾸는 사람을 구하는 일에 외국 문화는 익숙해져 있다. 그렇게 이런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든 한국에 살면 그들은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알음알음 주변에서 찾아 물어 구하거나 상주 이모님을 집에 들이게 될 거다. 한국에서 이모님의 문제는 또래의 시각으로 놀아주는 건 아니라 안된다고 하는 것들이 많거나 체력적으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고 쓰는 언어가 다르면 아주 간단한 소통외에는 언어를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거다. 궁여지책으로 그들은 해외에서 쓰던 내니 구인 사이트를 통해 한국거주자가 있는지 찾으며 서비스를 쓰고 있었다. 당연히 그 서비스는 영어기반에 사용자의 사용성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는, 불친절한 것이었다. 그저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는 다소 고압적인 태도의 서비스. 쓸려면 쓰고 말려면 말지. 의 마인드다.
실제로 언니는 이 서비스를 쓰며 급할 땐 이 서비스를 써보라고 주변에 소개했지만 언어장벽과 들여야 하는 공수가 너무 크기에 육아도우미를 집에 도착하는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탈한다는 허탈한 이야기를 했다.
"영어 못하고 구인 구직에 시간 많이 못쓰는 부모는 그럼 어떡하라는 거야?"
우리는 최대한 많은 부모들이 쉽게 자신들이 필요할 때 육아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도구를 쉽고 편하게 활용하길 원했다. 이런 생각들을 살펴보는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각자의 삶이 바빠 서면으로 진행했는데, 그에 돌아온 꼼꼼한 답변들이 그들의 삶의 애로사항과 이 서비스에 대한 진정성,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영어라는 언어에 아이들이 자연스레 노출되는 기회를 보는 인사이트들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이 인터뷰 과정을 통해 나는 '내니'를 좀 더 멋지게 부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언어와 우리의 문화로 만들
수 있는 포인트가 스토리텔링으로 나오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