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나는 1년째 명상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적어도 그 질이 낮든 높든 최대한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으려고 노력했다.
달라진 게 있냐고 물으면 나는 아직 모르겠다고 하겠다.
다만 그 시간 동안 나의 조급함, 나의 슬픔, 나를 많이 마주했다고 고백한다.
그 자리에 앉으면 나는 두려워질 때도 있었다. 나를 그렇게 알고 싶어 하던 나도 더 들어가니 이쯤 알고 모른척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보일 것 같으면 여러 핑계를 대고 도망쳤다.
그러나 이제 그런 요행을 부리는 자체도 지겹다.
이러다 문득 머리를 깎고 절로 들어가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그럴 수 있는 위인은 못된다는 걸 알고는 있다)
그런 걱정이 들 바에 단기 출가를 해보기로 한다. 나의 절박함, 답보상태였던 아힘사에서의 수련, 새로운 인연들이 만들어낸 결심이다.
출장으로 며칠이고 집을 비우는 일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데, 모든 전자기기와 연락이 끊어지는 열흘을 견딘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운 생각이 든다. 부담스럽고 억지스럽다.
출발하기 직전까지, 1년 간 품어놓은 사이드프로젝트를 공개하고 계좌를 채워두고 메일을 챙기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이거 정말 가능할까.
그래도 나는 해보겠다.
내가 참여하는 명상 프로그램은 고엥까 선생님의 가르침 그대로 실천하는 위빳사나 명상을 지향한다. 전 세계에 센터가 있고 비용은 없다. 철저히 기부로 운영되며 내가 명상을 종료한 뒤에 내 임의로 액수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부디 내가 끝까지 마치고 돌아올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