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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Dec 07. 2023

연말에 빠지지 않는 리츄얼, 결산

2020 결산 그리고 2023 결산 예고

 각종 앱들은 연말이 되면 나를 요약 정리해 주느라 바쁘다. 당신의 2023 플레이리스트(*pple music), 당신의 움직임 보고서(*trava) 등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또 재미도 있다. 남들이 해주는 건 예측하지 못한 재미가 있다지만 나도 꽤 오래된 나만의 리츄얼이 하나 있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 나는 이글루스 계정을 꽤 오래 가지고 있었다. (*이글루스는 이제 서비스를 중단했고 올해 12월 18일까지 데이터 백업이 가능하다. 나는 현재 백업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 둔 상태다.)


 이 연말결산은 매 해 12월 마지막주에 위스키든, 커피든, 차든 따라두고 약간은 경건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식이 되었다. 이것의 시작은 아마도 세검정 작업실에서 선배들 어깨너머 곁눈질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2006년부터 쌓아뒀다면 꽤 많은 양인데 이글루스 백업 문제로 거의 20년 치의 결산이 사라지고 없다. 아마 대학 때부터 시작했을 테니 벌써 꽤 쌓였을 텐데, 백업문제가 잘 처리되어 한 판에 한번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결산의 경험을 나는 그 시절 소중한 사람과 같이 나누기도 했다. 의미 있는 일이었다. 따로 또 같이의 이야기로 가득한 한 해를 두고 보며 뿌듯해하기도, 문득 떠올린 영화나 노래가 같았을 때 느끼는 동질감도 좋았던 것 같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브런치의 너저분한 서랍 속 2020년의 결산이 남아있어 가져왔다.


2020년 결산

1. 2020년의 영화: TENET
2. 2020년의 노래: 취중진담
3. 2020년의 책: 보고서
4. 2020년의 음식: 보이차
5. 2020년의 술: 복원창호와 위스키
6. 2020년의 여행: N/A
7. 2020년의 인물: S
8. 2020년의 사건: 2020년 5월 25일
9. 2020년의 말: 욕심


 일 년 열두 달이라는 약속만 없어진다면, 우리의 하루하루는 늘 특별할 것 없이 같은 날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늘 한 자리씩 늘어가는 번호표를 달고 열두 조각의 고됨을 견디는 일의 연속이기에.

12월 31일과 1월 1일 사이에는 아주 가늘지만 깊은 벼랑 같은 틈이 존재한다.

 12월 31일까지 외면하며 묵혀 둔 먼지들을 벼랑 끝까지 몰고 와 마지못해 쓸어 넘기면, 아주 무거운 것들은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게 깊은 어둠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공중으로 부유한 가벼운 것들은 들숨에 섞여 다시 폐 속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언젠가에 몇 번의 한숨으로 다시 꺼내야 할 것들.

덮어놓고 감상에 젖어 헛된 희망을 다시 품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잘 지키기로 마음먹어본다.
묵은 때는 벗겨내고 광나게 닦아주며 사이좋게 지내보자.

올해도 잘 부탁한다.


 2020년에 남긴 결산의 글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21년, 22년도 결산은 계속했을 텐데, 어쩐지 기록이 없다. 아마 태풍의 눈에 들어앉아 있어 이것저것 남길 정신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2020년의 책이 '보고서'라는 걸 보니 정신없이 일을 했던 것 같고, 아마 20년이 보이차를 시작한 첫 해였던 것 같다. 보이차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을 끝내고 또 시작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나는 저 때 느끼던 12월 31일과 1월 1일 사이의 아주 가늘고 긴 벼랑을 조금씩 촘촘히 메꿔내기 시작했다. 다시는 묵은 먼지 따위가 끼어들 수 없도록, 쓸데없는 감상에 젖어 그 깊고 가는 틈을 하염없이 들여다보지 않도록.


 매일은 그저 매일일 뿐. 동그란 원을 야무지게 자를 대고 그어 계획을 한 들, 늘 그 계획표는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라도 결산을 이제부터 안 하겠다는 얘긴 아니다. 그래도 리츄얼은 리츄얼로 의미가 있으니:) 재밌고 가볍게 올해를 돌아보니 꽤 빠르게 채울 수 있었다. 그래도 12월 첫 주부터 결산을 채우고 있자니 남은 3주가 서운 할 것 같아 올해 결산의 내용은 조금 미뤄두고 싶다. 이 글과 인연 닿은 사람들이 한 번쯤 떠올려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을 함께 모아두고 함께 채워봐도 좋을 것 같다. 따듯하고 모여드는 밤, 서로에게 감사하는 밤들이 많을 12월이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채워 들고 마지막주에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2023년 결산

1. 2023년의 영화:

2. 2023년의 노래:

3. 2023년의 책:

4. 2023년의 음식:

5. 2023년의 술:

6. 2023년의 여행:

7. 2023년의 인물:

8. 2023년의 사건:

9. 2023년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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