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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Dec 14. 2023

'다움'을 알고 '스러움' 실천하기

정교한 단어 사용 #4. 의미의 중요성

 우리는 때로 단어의 의미, 즉 정의를 확인하는 수고로움에 대해 인색할 때가 있다. 때로 '말장난'이나 '말꼬리 잡기' 정도로 가볍게 여겨질 때가 있지만 사실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이정표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과학자들의 과학적 사고체계가 가장 좋은 예시일 수 있다. 범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예능에서 과학자를 만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우리도 모르는 새 과학적 사고체계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알쓸시리즈 때부터 신선한 자극을 주는 다정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영상을 가져와봤다. 박학 다식한 그에게 패널들은 궁금한 게 생기면 여러 종류의 질문을 하는데, 그때마다 그의 반응의 패턴이 늘 비슷한 걸 알 수 있다. 


누군가 "과거로 시간 여행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1. 먼저 그 질문이 유효한지? 가능한지 확인한다. 



" 이 질문이 가능하려면 과거가 존재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데, 과거가 존재하나요?" 


2. 이 질문이 가능한지의 판단을 본질적 질문으로 확인한다. 


"과거가 어디 있나요?"


3. 질문이 성립하기 위한 물질적 증거가 있는지 확인한다. 


"우리가 과거라고 인식하는 것은 기억입니다."


4. 쉬운 언어로 과거가 존재한다고 사람들이 착각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김상욱 교수는 어디서든 늘 질문을 받으면 "그럼 먼저 000이 무엇인지의 정의부터 이루어져야 하는데요.-"로 확인작업에 들어간다. 과학자인 그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그 기준값이 있어야 비로소 그다음의 의견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그뿐 아니라 법의학자 이호 교수 역시 라틴어 어원에 빠삭한 면모를 방송 중에 여러 번 보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FQB8399sU08) 법의학과 라틴어가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현상의 원인을 찾아 나가는 분야이다 보니 그는 모든 관점은 본질로 다가가는 방식으로 그 프로세스가 짜여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브랜드 영역으로 잠시 가져와 '-다움'과 '-스러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어떤 브랜드를 유지 운영하기 위한 모든 활동(유관 부서 및 관련한 업무를 진행하는 구성원들이 수많은 의사결정을 일관성 있게 결정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편적으로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업무에서 이 과정을 설득하거나 설명할 때 유독 혼용해 쓰는 단어가 '-스러움'과 '-다움'이다. 어떤 때에는 두 가지를 섞어 쓰기도 하고 비판적으로 구분해 설명할 때 인용되기도 한다.


그 차이를 살펴보자.


"우리 첫째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편이지."라고 표현한다면 우리 아이가 아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과 같은 행동과 말, 생각을 한다는 뜻이다.


"역시 어른다운 결정이야."라고 표현한다면 그건 응당 어른으로써 할 수 있는 결정  했다는 뜻이 된다.



'스러움'은 대상에 대한 유사성을 이야기한다.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닮아있음을 표현할 때 쓴다.

예시에 대입한다면 아직 어른이 아닌 존재, 즉 아이에게 쓸 수 있는 말이다.


'다움'은 모방 불가능한 정체성을 의미한다. 

예시에 대입한다면 어른답다는 이미 어른인 대상에 쓰는 말이 된다.


이 정의를 확인했으니 그다음 단계로 가 확인해 보자.


 브랜드를 유지 운영하기 위해 수많은 의사결정을 하려고 할 때 그 기준이 되는 브랜드의 본질을 정립하는 것은 '브랜드 다움'이다.


 이 '브랜드 다움'이라는 기준을 충분히 내재화하고 다양한 브랜드의 접점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행위들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스러움'이 구현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적어도 내가 사용하는 단어는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두들겨 보고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본질에 대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내는 기획자에게는 늘 과학자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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