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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Dec 19. 2023

사장이름은 "안알랴줌", 20대는 못 가는 위스키 바

싱글몰트 입문기에 대한 추억

 얼마 전 송년회에서 위스키 얘기가 나왔다. 주섬주섬 추억을 꺼내어보니 위스키를 처음 배운 것은 2015년, 한창 허세라는 것이 나를 지배하던 때였다. 

 JJ의 치즈피자 한 판에, 롱아일랜드티를 몇 잔씩 마시며 춤추고 노래하던 아기 간 시절이었다. 주머니 사정보다 늘 풍족했던 술자리였기에 내가 먹고 마시던 위스키가 내가 사면 얼마인지 알게 된 건 더 나중이었다. 중국으로 출장을 빈번하게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였는데. 면세점 한 병 가격과 위스키 바에서 한잔을 비교해 보게 되면서 나는 무조건 출장 가방은 가볍게 비우고 술을 두병씩 꼭꼭 챙겨 와야 직성이 풀렸다. 

 

 이 술 저 술 가리지 않고 재밌어 경험해 보는 게 좋았고 술도 안취했? 기 때문에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아예 분해가 되지 않는 상태였다) 혼자 위스키바 가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8시 반이 오픈인 한남동 스피크이지몰트바를 무슨 용기로 당당히 혼! 자! 위스키가 궁금하니까! 찾아갔던 때에, 지금 생각하면 바텐더도 놀랠 법 한데, 이것저것 배우고 싶어 왔다고 하니 반갑게 맞아주더니 "혹시 나이가..." 하고 내 나이를 확인했다. 두루 어설퍼보였을테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 그는 


"사장님이 20대는 받지 못하게 한다. 여긴 30대부터 출입이 가능한데... 혼자 오셨으니, 처음이시라고 하니 그럼 오늘 즐겁게 마시고 가라."라고 허락해 주셨다. 


 그날 나는 발베니를 종류별로 마셨다. 더블우드, 카라비안 우드, 포터우드, 트리플 캐스크 등등 우아하고 그 고급스러운 맛에 5잔은 먹은 것 같다. 위스키 5잔에 서비스로 마신 몇 잔 값으로 몇 십만 원을 결제하면서 나는 꽤나 어른이 된 것처럼 으스대기도 했던 것 같다.


 영수증 대표자 성명에 "안알랴줌" 이 쓰여있어서 이 사장님 언제 나오냐고 다시 자리에 앉아 버티던 그날이 떠오른다. 그 뒤로도 홀로, 또 같이 가더라도 늘 똑같이 맞아주셨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 배우도 나는 그곳에서 만나 뵙기도 했다.


술은, 위스키는 그런 힘이 있다. 나도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부터 양조장들을 돌아다니며 한 잔씩 맛보고 즐기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히비키 가격 / 버번 위스키를 공부하던 어떤 때... 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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