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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Dec 13. 2023

'어떻게 쓰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쓰는지'다.

석곡실 배움 일지 _ '뭐시 중헌 지' 알고 쓰자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붓을 잡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널뛰는 마음을 잡으려던 일이 벌써 6개월이 지나고 있다. 작심삼일과 싫증이 고정값인 나에게는 이로써 서예 역시 어떤 관문을 통과했다고 봐야겠다. 이젠 제법 익숙한 생활이다.


보통 아침명상을 하고 나서 업무일정이 바로 시작되지 않으면 1회 정도 쓴다.


그 과정을 잠시 기록해 본다.


1. 먹을 간다. 적어도 20분 이상 천천히 갈아낸다.

2. 화선지를 쓰고 싶은 글자 수에 맞게 접는다. 

3. 적당한 크기의 테이블에 화선지를 깔고 움직이거나 들뜨지 않도록 고정한다.


4. 붓에 먹을 충분히 먹여 적시고 먹의 물이 고여 떨어지지 않도록 사방을 벼루 모서리에 긁어낸다.

5. 처음의 붓질은 먹이 번진다.

6. 중간 어느 정도까지의 선들은 부드럽고 매끄럽다. 붓의 허리가 휘는 탄력이 정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흡수된 먹이 모두 사라질 때쯤엔 붓이 갈라져 갈필이 나오기도 한다.


다시 붓에 먹을 먹여 적신다 (... 4-6 반복)


글자 몇 개를 써 내려가는 동안 반복적으로 느끼게 되는 변화들이다. 이 반복되는 변화들은 붓을 놀리는 사람이 '어떻게 놀리냐에 따라' 다르게 기록된다. 


오늘의 서실에서는 '행초서'에서 '붓을 놀리는' 방법에 대한 가르침이 있었다. 물론 나는 아직 예서를 쓰고 있지만 선배님들의 수업을 어깨너머로 듣게 된다.



글씨의 '大(대)와 小(소)'

: 큰 글씨는 크게, 작은 글씨는 작게 쓰되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필압의 '强(강)과 弱(약)'

: 전체의 구성이 평면적으로 보이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염두에 두며 실획과 가획, 글자와 글자 간의 굵기 차이가 있도록 쓴다. (5배 정도가 되는 것이 적절하다.)


먹의 '潤(윤)과 渴(갈)'

:  붓의 놀림에 리듬이 있어야 하며 그 속도감에 의해 윤택하고 마른 정도가 드러나야 한다.


운필의 '遲(지)와 速(속)'

: 가지런한 가운데 들쭉 날쭉하고 평정함 속에서 험준함을, 인쇄로 한 듯함이 없이 자연에 맡겨 손이 아닌 몸 전체가 가는 대로 쓴다.



 물론 이 모든 기법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알고 쓸 것"이다.

내가 쓰는 내용을 알고, 어디에서 멈추고 어떤 글자를 힘주어 쓸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그리지' 않게 된다. 


정신없이 뽐내려는 마음이 앞서다 보면 '무엇을' 쓰는지는 잊은 채 '어떻게' 쓰는지에 몰두하게 되는 때가 있다. 


이게 비단 글씨의 문제겠나. 어디서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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