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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Jan 16. 2024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한국적인 것은 뭘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한국적인 것에 대한 해답 찾기 01

 킨츠기 수업을 하며 점점 선생님과의 대화 총량이 누적되기 시작하자, 우리의 취향이 어딘가에서 계속 겹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척 신나서 선생님 약속도 잊고 계속 떠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도쿄에 있는 히가시야마 도쿄 때문. 18년 12월이라니, 코로나 전의 일이라 그런지 워낙 아득했다. 이젠 쓰지도 않는 계정 비밀번호를 찾느라 고생했다. 우리 얘기 중 등장한 히가시야마 도쿄는 오가타 신이치로의 심플리시티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내가 인물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정말 드문데, 그의 행보가 궁금할 때마다 사실 찾는다고 고생하다 여러 번만에 입력이 되었다.(반복만이 힘이다.) 오가타 신이치로는 일본 문화와 디자인의 방향성을 확립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디자이너다.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18년 그 당시의 레스토랑에서의 경험 때문인데, 모든 것이 일본스러운데 이상하게 모던한 느낌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여백이 더없이 충분한데 무언가로 가득 채운 느낌. '대체 이게 뭐지.' 같이 동행했던 이가 요리에 진심이었던 원테이블 레스토랑 셰프님이어서 같이 더 놀래기도 했을 것이다. 그가 이끄는 심플리시티 스튜디오는 일식 다이닝부터 찻집, 전통 디저트 브랜드, 제품 브랜드 등 다양한 티, 요리, 공예, 환대 및 문화 이 다섯 가지 문화 영역 전반에 걸쳐 일본의 전통적인 요소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다. 


왜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걸까?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을 "과거와 미래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기술을 전달하는 공급자"라고 정의한다. 


이쯤 되니 그의 배경이 궁금해지게 된다. 오가타 신이치로는 일본 규슈의 나가사키 현에서 태어났다. 나는 일본인이 아니니까, 그 도시가 가지는 특유의 느낌을 알기 어렵지만 그의 말을 빌리자면 그가 사는 지역의 문화 자체가 이국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능력이 있었다고 한다. 지리적인 특성이나 문화적 배경을 살펴보면 한국으로 치자면 부산 정도가 아니었을까. 맞춤 맞게 그곳에 태어나버린 그는 새로운 것을 갈구하던 그 가락으로 나가사키에서 도쿄로, 다시 동양에서 서양으로  새로움에 대한 추구 대상이 바뀌었던 것이다. 20대가 되고 나자 그는 뉴욕으로 다시 유럽으로 넘어가 새로움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는 서양을 동경해서 외국으로 나갔는데 정작 나가서 확인한 것은 일본에게서 영향받은 결과물들이었다. 건축이나 회화, 프랑스 요리 등에 끼친 일본의 영향을 확인하며 그는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고 했다. 이 두 가지 감정 때문에 일본 문화를 현대에 전승하기로 다짐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 시간을 일본과 일본인으로서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기회라고 회상한다. 


 그 결심을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은 98년, 도쿄에 돌아와 히가시야마 도쿄를 오픈했다. 요리부터 시작한 이유는 공간, 사용하는 식기 영역의 공예품, 차 문화까지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접점이라고 판단했던 듯하다. 같은 해 그는 스튜디오를 설립해 케이터링, 호텔 등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의 스토리 자체가 의미가 있는 이유는 새로움에 대한 갈구와 동경이 다시 자신의 출발로 돌아왔다는 점 때문이다. 


'전통을 존중하고 혁신을 촉진한다'라. 대체 그걸 어떻게 한다고?

물론 무지 브랜드도 Found MUJI라는 방식으로 장인을 현대인에게 소개하는 일은 했지만, 그건 '원래 우리 이렇게 훌륭한 걸 하고 있었는데 우리 왜 몰랐지?'의 관점이라면 그가 하고 싶은 것은 명백히 [재해석]이었다. 그의 결과물들을 경험하다 보면 '이건 분명 일본의 것인데, 왜 이렇게 모던하지?'라는 느낌을 준다.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은 느낌이 아니라 전에 없던 신선한 것인데 익숙하다. 일본 전통 양식을 오늘의 일상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더욱이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일본식 접객에서 대표되는 정신인 오모테나시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졌다. (이것 역시 놀랍다. 이 역시 브랜딩의 산물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한 가지는 '모노즈쿠리'라는 개념이다. 일본의 장인 정신이라고 풀어놓으면 전혀 감흥이 없는 이야기. 좀 더 풀어내어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고 해도 '아, 장인정신을 좀 더 길게 표현했나 보다.' 할 것이다. 사실 그 보다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모노즈쿠리는 물건을 뜻하는 '모노' - 物 와 만들기를 뜻하는 '즈쿠리' - 作り가 합쳐진 합성어다. 이 정신에 빠져 물론 일부 IT, 반도체, AI 등의 산업에서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지만 명백한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모노즈쿠리의 성과는 이 의미를 번역할 말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노즈쿠리는 한동안 manufacturiing으로 번역되다가, 그 의미가 온전히 옮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보통명사로 "Monozukuri" 그대로 표기하기에 이르렀다. 단순한 제조가 아닌 조율형 아키텍처 제품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는 일본 제조업 특유의 조직 능력, 즉 제조 + 일본식 혼이라는 차별점이 생긴 것. 이것은 또 다른 방식의 혁신이라고 봐야 한다. 정량화하기 어려운 정신으로 이뤄낸 혁신.


한국으로 바꿔 질문하게 된다. 우리가 잘하는 것들에 대한 이유는 킹덤, 오징어게임, BTS의 성공 이후 외신이 먼저 찾기 시작했다. 2024년 지금, 우리가 가장 한국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뭘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걸까?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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