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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Jan 18. 2024

종일 떠들다 헤어지며 한 말 "자세한 건 전화로 해."

하루종일 얘기했는데 뭐?

 Y를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물론 SNS에서, 톡에서 할 얘기들은 다 했는지도 모르지만 만나도 만나도 할 말은 가득이었다. 물이 끓는 팽주 자리만 앉으면 망부석이 되어 해가 지는 것도 뜨는 것도 모르게 된다. 물을 끓이고 데우고 밥을 먹고 또 차를 마시고. 


특히 그녀가 큰맘 먹고 장만한 Lumix LX100m2 모델의 카메라를 주로 가지고 놀며 세팅을 해봤는데, 몇 년째 아이폰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은 역시 잘못된 것이구나. 또 한 번 깨닫는 날이 되고야 말았다. 라이카와 거의 모든 부품을 공유한다는 이 파나소닉의 모델은 그녀가 고르고 골라 구한 것이었는데, 역시 그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따듯한 특유의 감성이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물론 사진을 한 장 한 장 짊어지고 옮기는 듯한 블루투스의 속도가 슈욱- 띵, 에어드롭의 속도에 익숙한 나에게는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실컷 떠들고 일 얘기며 사는 얘기를 잔뜩 했는데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저녁을 차려먹고 디저트를 먹었는데도. 기어이 막차시간이 다가오고 나서야 엉덩이를 뗐다. 


그녀를 내려주는 길에도 수다가 끝나지 않아 결국, 

"자세한 건 전화로 해." 


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남기고 간 그녀.




그 덕분에 호로록 말아 올리는 오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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