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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Jan 19. 2024

CHAYOGA BI Design project

2021 프로젝트 리뷰

 

나의 보이차 첫 스승이자, 인생선배인 J대표님, 주로 나는 쌤이라고 부른다. 선생님과 제자로 시작된 인연이기에 더 그렇다. 보이차를 6g씩 거침없이 우리는 못된 버릇도 함께 전수해 주신 분이다 :-) 어제도 좋은 생차 노차를 꺼내 먹었지만 세네 번째 탕이 되어서야 먹을만할 만큼 뭉텅 넣어 먹으면서도 웃으며 또 그를 떠올렸다. 


한 사람을 알게 되는 일이 한 세계를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하듯, 그를 알고 지내는 것이 꽤 느슨하게 몇 년째이지만 23년에는 나 스스로가 명상에 좀 더 다가가게 되니 다른 것들에 가려져 그동안 잘 알 수 없었던, 명상에 대한 그의 깊은 열정을 만날 수 있었다. 


21년 여름에는, 반포에 있던 차예관을 압구정으로 옮기며 그의 숙원(?)이었던 차요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때 BI 작업을 하면서도, 한창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작년에 또다시 새롭게 다가왔던 것을 보면 나도 계속 변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지금의 압구정 차요가가 생기기 전에도 그가 만드는 차예관을 경험했던 때를 기억해 보면 여느 곳과는 달리, 전통과 현대를 적절히 조화롭게 두고 있는 가장 편안한 상태라는 인상이었다. 중국 고대의 차를 다룬다고 해서 지나치게 올드하지 않고, 그렇다고 인스타그래머블에 신경 써 너무 보여주기식이거나 가벼운 느낌도 들지 않는 상태. 그렇지만 곳곳에 세심함이나 취향이 엿보이는 공간.


결국 그런 미묘한 공간의 감도는 그 공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오너의 취향에 달려있기 마련이다. 그 취향은 요가원으로 그 공간의 성격을 바꾸어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차요가 프로젝트 말미에 그의 이 공간과 시작된 철학에 대한 내용을 담아 구현해 주는 일을 도왔다. 대체로 기획 자체를 내가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나지만, 클라이언트의 의도와 방향, 스토리가 이미 견고할 경우에는 그것 그대로를 따르는 것 역시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더 늦기 전에, 그 내용을 정돈된 언어로 다시 한번 남겨두고 싶다. 그의 공식 인스타 계정에서 막 브랜드를 론칭하던 시점에 올라온 소개글의 일부를 발췌해, 좀 더 그의 의도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글을 옮겨본다.




CHAYOGA


차와 요가의 조화를 통해 심신의 평안과 무한함을 탐구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곳, 차요가에서 많은 이들이 자연의 소중함과 삶의 깊은 가치를 깨닫기를 기원합니다.



차요가는 차로 시작해 요가와 만나는 여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Leaf 

차요가의 첫인상, 상담의 공간은 숙년의 풍미를 담은 차예관입니다. 20년 이상 정성스레 숙성된 찻잎 사이로 도심 속에서도 산림의 기운을 느끼며 일상의 템포보다 조금은 느리게 자연으로의 회귀를 체험합니다.


Stone

차요가 수련 공간의 진입로는 걸음걸음에 조금은 주의가 필요한 자갈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친 돌이 주는 자연스러운 촉감은 당신이 걸음걸음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하며 정신을 집중시켜 내면의 깊은 곳과 마주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Wood

요가원 내부의 목재로 완성된 매트장은 144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08가지의 번뇌를 36가지 계책으로 소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풍부해지는 원목 특유의 질감과 매트장에 과거의 자신과 번뇌를 묵상하며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을 담았습니다. 


Clay

요가원의 벽면은 진흙을 손수 발라 완성된 흙의 내음으로 가득합니다. 모든 존재가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는 자연의 순환을 이곳에서 느끼며, 우리 삶의 궁극적 깨달음을 찾아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차요가는 인생의 고통과 유한한 신체에 대한 성찰을 담으며, 차와 요가를 통해 영혼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경험을 지향합니다. 차요가와 인연 되는 모든 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고귀하게 만들어줄 근원적인 진리를 만나며 새로운 관점으로 일상을 바라볼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실제 공간 자체가 위의 의도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요가라는 것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매트를 깔고 내가 앉는 곳에서 곧 수련이 가능한 것이지만, 오랜 시간 명상과 요가, 차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민을 담아 만든 이의 안내서에 따라 일상의 자극들로부터 잠잠해지는 경험을 하는 일을 추천하고 싶다. 




CHAYOGA 차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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