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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격투장 외줄 타기 일인자

침착맨 前 上書

by JuneK

요즘 몹시 빠져있는 것이 침착맨의 유튜브.(https://www.youtube.com/channel/UCUj6rrhMTR9pipbAWBAMvUQ) 매체에서 침착맨을 주목할 때도 심드렁했다. 그의 웹툰 작가 시절 그림체는 내가 접근할리가 없는 취향이었기 때문에 그가 담는 내용과 서사가 어떻든 지금 보라고 해도 보지 않을 콘텐츠였던 것 같다.(이렇게 단정했던 일이 지금 와 생각하니 안타깝다.)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 건 유퀴즈부터였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인터뷰에서는 다소 장난처럼 말했지만 그의 유튜버 생활은 생각보다 진지했던 것 같다. 게다가 아기자기의 대타로 나왔던 편들에서는 '아, 이 사람의 스펙트럼이 꽤 넓거나, 넓지 않다고 해도 천부적 센스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웹툰 작가라는 직업 자체가 다양한 주제에 대한 관심과 창의성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에 대한 나의 뒤늦은 찬사가 다소 길었는데. 관련 영상은 그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본 누군가가 이미 친절히 정리해 두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ags0_Hkv3k&t=615)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이슈는 개인방송을 진지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조 방송국 놈, PD가 본업인 나영석에게 유튜브와 이 생태계에 대한 조언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물론 누구에게든 어떤 식으로든 배워야겠다는 자세를 가진 나PD의 마인드도 훌륭하나 다른 관점으로 보면 '도대체 그가 이룬 업적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방송 짬바가 수십 년인 PD가 견학을 오는 걸까?'라는 점에서 그는 (감히) 새로운 미디어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원조 방송국 놈? 에게도 유튜브는 과제이자 숙제, 고민이었다는데 결국 혁신은 모든 걸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서론이 길었지만, 그가 유튜버로 흥하는 이유는 결국 방송쟁이들이 결코 할 수 없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방송은 철저히 '사전에 계획되고 편집' 되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많은 연예인들의 개인 채널들도, 작은 방송국화가 되어 각자의 팀을 꾸려 돌아가는 방식인데 결국은 개인 채널에서의 송출의 자유가 있을 뿐 제작 구조는 레거시를 따르고 있다. 리스크 헷징을 위한 여러 장치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들은 존재 자체가 콘텐츠이기 때문에, 논란 혹은 리스크가 제 때 해결되지 않으면 그 가치를 되찾고 호감을 찾아오기 어렵다. 반면 침착맨이 추구하는 지하 격투장에서의 '외줄 타기'(일명 라이브) 형식은 결국 최대 리스크가 최대 리턴을 가지고 온다는, 공격적 투자 심리와 같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내 맘대로 하겠다는 주체성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개미지옥처럼 실시간 시청자 수를 야금야금 모으는 것. 말 그대로 침착맨의 유튜브는 날 것 그대로이기에 아슬아슬하다. 그의 동선도 다음 발언도 예측할 수 없다. 그걸 보는 시청자들의 댓글도 자기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각자 자유로이 할 뿐. 그러니까 골 때리고 재밌을 수밖에. 며칠 업무를 하며 그의 방송을 보고 있자니, 이 이상한 재즈 스캣 같은 조화가 몇 시간이고 혼돈의 케이야스 상태를 유지하며 외줄의 종착점까지 도달할 때 모두가 각자 원하는 지점에서 즐거움, 희열, 하찮은 웃음 등 각자가 바라던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그게 다다. 정말 키즈카페 주인처럼 완급 조절과 관찰자 역할에 충실한 것 같기도 하다. 자본주의가 제공한 틀 안에서 자신의 내면세계와 대중 사이를 가장 창의적인 방식으로 균형 잡고 있는 그가 놀랍고 재밌다. 그의 영향력은 이미 발휘되기 시작해 속성과외를 받고 간 1호 제자 나PD는 자기 채널에서 '나영석의 나불나불', '스탭입니다.' 등의 시리즈물을 만들어내며 첫방부터 불국사 주지스님을 보내버리는 대주작가의 말실수로 외줄을 제대로 탄 결과 조회수가 74만 회를 넘고 있다 ㅎㅎㅎ 그와 그의 제자들이 분발해 새로운 미디어 경험을 더 많이 선사해 주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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