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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으로 통일!

메뉴 통일, 유구한 우리의 역사

by JuneK

나는 가리는 게 많다. 대사회복을 위한 식단을 시작하면서 밀가루, 정제 탄수화물, 튀김 등이 금지 음식이다. 이 식단은 몸이 바로 반응 신호를 주기에, 이 효과는 나에게는 엄청난 혁신에 가까운 것이었다. 인간은 원래 뭔가 먹으면 배가 부풀고 가스가 차고 방귀를 뀌어대는 동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식단 조절 후 내가 느끼는 편안함을 보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안정적인 공복의 느낌, 가스를 유발하지 않는 장의 고요함 그리고 편안함. 아토피의 가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수면 시간 등이 삶의 질을 올리자 면과 떡, 케이크 같은 입에 달고 맛있는 것들을 자연스레 참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식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우리는 메뉴를 통일하는 문화가 익숙하기에, 서로 각자의 메뉴를 주문하고 자신의 음식만 맛보는 서양의 문화는 왠지 선을 긋고 정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누구를 위한 통일인지 모르겠는 짜장면으로 통일 같은 것은 중국집 사장님이 웍질을 한 번만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인지, 우리 모두 동시에 식사를 시작해 알맞게 마무리 하자는 군대식 마인드인지, 이걸 어서 먹고 나가서 커피라도 한 잔 더 하자는 돈독함의 바람인지.
많은 심리학자들이 관계중심 주의 우리나라 문화를 이야기할 때 단골로 나오는 일화다. 이 문화에서 다이어트(식단)를 하며 살아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 보니 아파서, 약을 먹고 있어서, 식사를 하고 왔기 때문에 같은 핑계를 대고 마음 편히 홀로 식사를 하는 시간을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이제는 요령이 생기고 식단도 예전만큼 엄격하게 하지는 않기에, 좀 더 편안해진 것은 사실. 그래도 "짜장면으로 통일!"이라는 선언적 외침에 '아니, 저는 면 없는 기스면 이요…'라고 하기엔 좀 더 많은 내공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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