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골린이여도 괜찮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소통되는 밈[Meme](모방에 의해 전수되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기적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처음 언급함, 최재천 교수님이 자기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서 자세히 설명해 두었다. 연예인들이 밈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데 도킨스가 얘기한 밈을 아는 건지 궁금했다는 교수님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72i0RmBJ-zo)은 무궁무진해졌고 일상에 이미 들어와 유래도 모른 채로 활용되는 것들도 많다.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단어들도 그렇게 흘러 흘러 대중화된 것들이겠지.
그중 하나가 요즘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는 표어처럼 되어버린 “중꺾마”가 아닐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의 준말로 그 유래는 어김없이 게임 씬에서 시작되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은 리그 오브 레전드 2022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한 프로게임단 DRX 소속 프로게이머 김혁규(Deft) 선수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의 제목에서 유래된 유행어로, 줄여서 '중꺾마'라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2022년 말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쓰인 유행어로 평가된다.)
나의 첫 차, DDPP(a.k.a.뛰뛰빵빵)를 구매하고 같은 차를 타는 서울 지역 커뮤니티에 가입했던 건 21년 여름쯤이었다. 그 방에서 만난 마음 맞는 여자 셋이서 수다를 떨다 즉흥적으로 압구정 현대아파트 상가에 있는 골프클럽 레슨에 등록을 했다.(도무지 왜 그랬는지 난 지금도 모르겠다.) 뭐 회사 근처였고 퇴근하고 나면 당연히 갈 수밖에 없는 집에 가는 동선 상에 있는 한 블록 만큼의 거리였지만, 어쩐지 흥미가 생기질 않아 수업 1번을 듣고는 거의 가지 않았다.(물론 현대아파트 주차난이 한몫하기도 했다. 그땐 운전까지 초보여서 평행주차를 하려면 핸들을 몇 번을 돌리고 풀어야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내길 1년, 이제는 그 동네 근처를 갈 일도 갈 마음도 줄고 흥미는 더 떨어져 있었기에 골프는 나로부터 더욱 멀어지고 있었다. 다행도 너무 멀리 가기 전에 다니던 요가원에서 프로를 만나게 되고 다시 마음먹고 레슨을 받기로 했지.... 만 흥미는 여전히 없었고 게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성실하지도 못한 학생을 데리고 무던히도 애썼던 그녀. 그녀를 들들 볶아 머리 올리는 전날, 벼락치기 속성 과외를 받고 나가서 어쨌든 나쁘지 않게? 심지어 즐겁게 놀고 돌아왔다. 첫 라운딩의 기억이 즐거웠던 덕분일까? 나는 주위에서 라운딩을 나가야 골프를 재밌어할 거다. 라고 했던 말들을 기억해냈다. 과연 그랬다. 나 역시 다시 골프에 대한 열정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계기를 떠올려 보니 첫 라운딩의 진한 여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시원한 타격감 때문이었다. 그 첫 라운딩에서 내가 잘 따르는 선배님의 세련된 폼에 매료되어 홀린 듯 그녀를 따라 집에서 36킬로 거리의 김포까지 가서 나의 두 번째 스승을 만나고, 무려 오늘까지 꾸준히 골린이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골프 지도자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는 나의 애정하는 선배님은 언젠가 꼭 골프와 인생을 버무려 책을 쓰겠노라 선언할 만큼 골프와 인생에 대한 진한 스토리와 실력을 가지고 있다.
비록 나에게 있는 것은 나의 튼튼한 하체와 ‘중꺾마’ 정신뿐이지만 그래도 좋다. 골프의 매력은 그 과정까지도 즐겁다는 것인데 전날 비장하게 보스턴백을 꾸리고,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 시간 골프장으로 가는 길 위에서 홀로 사색을 즐기거나 동행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좀처럼 내 맘 같지 않은 공에 애달파하다가도 문득 고개를 들어 흘러가는 구름이나 병풍처럼 둘러 선 멋진 나무들을 보며 돌연 힐링을 하게도 되는, 따로 또 같이의 스포츠.
올해 최고 더웠다는 오늘, 33도 뙤약볕에 땀을 주룩주룩 흘리며 소금을 집어먹고 돌아와 얼굴에 슬라이스 된 오이를 붙이고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웃음이 터진다. 애니웨이 골프, 중꺾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