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서고 잘 걷기 위해 해야할 일
위 이미지들은 런던 출신 팝아트 작가 줄리안오피 도시 연작이다. 서울역을 지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군중'이라는 작품이 서울스퀘어 벽면을 모두 채운 미디어아트를 한 번은 봤을 것이다. 어딘가를 향해 계속 걷고 있는 사람들의 옆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자세한 묘사를 생략하고 두꺼운 굵기로 단순화된 사람들의 모습은 일종의 익명화 작업이라 볼 수 있고 그 익명화는 관객이 자기 자신을 쉽게 이입하도록 돕는다. 바쁘게 걷는 현대인을 주목하는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새롭게 환기할 수 있도록 한다. 런던과 신사동의 작품을 비교해 보면 색감도, 걷는 사람의 시선도 다르 듯 그 사회가 집중하고 있는 가치나 문화를 조명하기도 한다.
성격이 급할수록 빨리 걷는 경향이 있다거나, 좌우 골반의 높이를 누르며 걷는 메릴린 먼로의 먼로 워크처럼 걸음걸이로 성격을 가늠하기도 하고, 걸음걸이 그 자체가 한 사람의 특징이 되기도 한다. 우리도 친한 친구나 함께 사는 가족이 멀리서 걸어오면, 그 실루엣 만으로 알아보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그알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전문가의 법보행 분석 역시 그 사람이 구현하는 걸음걸이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처럼.
우리는 과연 제대로 걷고 있을까?
걷는다는 것은 우리가 태어나서 걸음마(어린아이가 걸음을 배울 때 발을 떼어 놓는 걸음)를 떼고 일어나 걷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늙어 쇠약해져 더 이상 거동할 수 없을 때까지는 멈출 수 없는 행위다. 큰 능력이 없어도 누구나 하고 있는 행위이지만, 잘 걷고 있는지 살피기 시작하면 또 제대로 걷는 사람이 드물다.
지난여름 체중 감량을 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4개월 넘게 매일 만 오천보 이상을 꾸준히 걸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잘못된 보행 습관이 누적되어 증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오른쪽 무릎이 불편했다.
처음엔 약간 뻐근한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자세를 취하면 불편한 느낌을 받는 단계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요가의 자누시르사사나를 할 때 오른 무릎을 바깥으로 접어 펼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던지.
이런 통증의 이유를 살펴보려고 하니 결국 몸의 균형을 전체적으로 분석해야만 했다. 같은 시기에 요가 지도자 자격증 과정을 이수중이었기 때문에 내 몸을 교보재 삼아 균형에 대한 분석을 했다. 모든 결과는 원인에 기반하기 때문에 지금 내가 가진 몸의 모양은 내 습관의 축적이었고 그 습관의 실체는 곧 수면 위로 드러났다.
나는 평소 오른쪽으로 발을 위로 얹어 꼬아 앉는 것이 익숙하다. 그만큼 오른 골반이 뒤로 빠져 회전해 있고, 회전한 만큼 같은 쪽 측면의 근육들은 짧고 타이트 해졌다. 그러다 보니 둔근의 발달 정도도 달라서, 오른쪽 엉덩이가 조금 더 작게 발달되었다. 상대적으로 근육이 부족한 오른쪽은 어떤 시점부터 근육대신 관절에 기대 움직임을 구현했을 것이다. 그게 짧은 시간 갑자기 늘어난 걷기로 누적되니 오른쪽 무릎으로 증상이 나타났던 것. 가장 근본적 문제는 Grounding. 발바닥과 발가락 열개가 지면과 고르게 밀착하는 힘을 가지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결국 제대로 서고 나서야 제대로 걸을 수 있는 것.
몸의 불균형을 알게 된 이후로는 웨이트 할 때도 오른쪽의 횟수를 늘리고, 요가를 하기 전 웜업에서도 늘 오른쪽을 먼저 하게 된다. (나는 태생적으로 왼손잡이다.) 그렇다고 해도 금방 좋아지지는 않는다.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자는 동안 나는 아주 쉽게 이전의 습관으로 돌아가 오른쪽을 가능한 많이 접고 잔다. 그럼 다시 아침에 일어나 접힌 오른쪽을 다시 펼쳐주는 식이다.
바보 같은 일이지만 우리는 왜곡된 균형을 다시 중립으로 돌려놓기 위해, 나아지는 것이 아닌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는 가능하면 주위 지인들에게는 이런 불균형과 교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듣는 이의 마음이 열려야 가능한 것이지만, 지금이라도 좋으니 언제든 나를 보면 요청해 주면 좋겠다. 우리가 모두 함께 좀 더 멀쩡히 오래도록 잘 걷기 위한 노력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