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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Jul 07. 2023

니가 사는 그 집

그 호떡이 내 호떡이었어야 해

요즘 살림 1등, 육아 1등, 멋진 엄마 1등을 꼽으라면 노필터 TV 주인 김나영일 것이다.
https://www.youtube.com/@nofilterTV


 그녀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각 잡은 콘텐츠보다는 편안하고 친근하게 대화하듯 일상을 공유하는 '입어만 볼게요', 아이들의 일상을 담는 '신우 TV', '이준 TV', 동네 산책을 하며 지수 씨(PD? 반쪽?)와 두런두런 수다 떠는 '그냥 걸었어'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 가장 매력 있는 모먼트는 김나영이 주방 싱크 앞에 섰을 때인데, 그녀의 길쭉길쭉한 손가락으로 무심하게 썰어대는 오이나, 갓 삶아 낸 메밀면을 얼음 가득한 볼에 와르르 쏟고 씻어내는 걸 아무 생각 없이 멍- 하게 바라볼 때 느껴지는 편안함이 있다. 그녀의 요리 과정을 몇 번 보고 조금만 익숙해지면 저 그릇은 어디서 파나, 저 프라이팬 특이하네. 그녀의 살림템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보통은 친구 집에 놀러 가더라도 실례되는 성역이라고 생각하기에 주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뿐더러 그렇기 때문에 남의 살림살이를 속속들이 볼 일이 적다. 이 집 채망이 어디껀가, 국자 곡선이 아주 좋네. 이런 건 잠깐 봐서는 느낄 수가 없으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oc706oekIqs&t=913s

"떨어지면 또 사고 떨어지면 또 사는 나영이네 식료품 찐템"


 이 콘텐츠에서 양희은 선배가 가끔 챙겨 주는 간식거리라며 피코크 호떡을 소개했는데, "이미 품절이 많다며~ 팬케익 같으면서도~ 호떡 같으면서도~" 라며 사각팬에 딸기우유 네일을 바른 길쭉길쭉한 손으로 호떡 한 장을 종알종알 수다를 떨며 굽는 단 몇 분 동안 나도 모르게 SSG닷컴에 접속하고 있었다. (나는 호떡은 궁금해하지도 않고 스스로 사 먹는 사람도 아닌데, 없던 욕망을 일으켜버린 선견물 후생심의 현장, ㅅㅅㄱ 마케팅 팀 성공하셨다.) 어느새 다 구워진 호떡 한 장을 예쁘게 플레이팅 해서 썰어 먹는 동안 이미 재입고 알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마케팅의 패러다임은 연예인 > 연반인 > 비연예인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미 김나영은 연예인이지만 이런 메커니즘으로 살림이나 인테리어, 스타일링 까지도 나와 체형이 비슷한, 나와 취향이 잘 맞는 내가 직접 팔로우 한 '일반인'들의 삶에 더 귀 기울이는 시대인 것이다. 좀 더 손에 잡힐 듯한 느낌이기도 하고, 그들은 넓은 취향을 타깃 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여줄 뿐. 당당하고 과감한 룩들을 망설임 없이 시도하는 것에 새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여전히 연예인들을 삼삼오오 케미 맞게 짝 지어 해외여행을 보내는 다수의 예능이 존재하지만, 지구마블 세계여행처럼 진짜 여행 인플루언서들을 과감한 기획으로 주사위 던져 보내버리는 예능도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TEO는 무도 때 이렇게 저렇게 연예인 눈치, 회사 눈치 보며 못해 본 일을 원 없이 풀어봤을 것 같다.)


 이제 트렌드는 잘게 쪼개져 동시다발적으로 우리의 근처에서 만들어지고, 우리의 주변에서 소비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 글을 읽고 호떡을 먹고 싶다 생각 든 당신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 즐겁게 영업당하는 불금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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