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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Jul 20. 2023

한심한 남자, 조병운의 매력

마음껏 폐 끼쳐도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비록 하비에르바르뎀, 조지클루니, 데이비드간디, 이드리스엘바, 추성훈 같은 심미적 측면의 이상형의 맥락을 가지고 있지만 ‘싫어할 수 없어 미워 죽겠는’ 현실적 애증의 캐릭터를 고르라면 여전히 멋진 하루의 조병운이다.


 하정우가 분한 조병운은 캐릭터의 강력함과 하정우 본래의 성격에 시너지가 난 케이스 같다. 여자친구에게 350만 원을 빌린 채 이별했고, 그 돈을 받지 못한 여자친구 희수가 조병운을 찾아가면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담은 로드무비다.


 이 영화에서 하루동안 같이 돌아다니면서 350만 원을 빌리는데, 조병운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각자 사정은 아랑곳 않고 어떻게든 그에게 좀 더 돈을 빌려주려 노력한다. 또, 그렇지 못해 애달파한다.


 왜 이 인물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을까. 관객인 나에게도, 극 중 다른 인물들에게도.


 한심하긴 해도 그저 맑고 늘 진심인 사람이라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세를 질 땐 지고, 도울 수 있을 땐 망설이지 않는 - 자기의 약점도, 두려움도 온전히 인정하고 동시에 자신을 믿고 오롯이 자기 기준으로 사는 삶이라 그랬던 것 같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나에게 조병운은 이상형의 남자가 아니라, 이상적인 인간상이었다. 그 강력한 자존감이 만드는 단단한 중심이 나의 결여였을지도 모른다.

 희수가 350만 원을 핑계로 병운을 찾았듯, 이런 류의 ‘드문’ 인간들이 뿜는 긍정적이고 건강한 에너지에 누군가는 치유를 받고 또다시 내일을 산다. (물론 경마장에서 매일 돈을 잃고, 견인된 차를 찾으러 가면서 실없는 농담을 하고, 투자받아서 스페인 빠에야 집을 차린다고 하면 속은 꽤나 썩을 거다.)


 얼마 전 동료 디자이너가 나에게 폐 끼치는 것을 주저하며 미안해할 때

“그럼 서운해- 나도 폐 끼칠 건데!”라고 말했다.

 그녀가 그만큼 나에게 편한 존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는 삶에서 그런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인 삶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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