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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Aug 01. 2023

거대한 그물망 안에서 출렁이는 모든 언어들에 대하여

'나의 고유의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몽골의 내륙으로 이동하며 류시화의 책을 읽었다. 


오늘은 구절의 인용으로 글을 대신한다. 


만약 남인도로 당신이 간다면 처음 듣는 타밀어(고대의 드라비다어)에 자못 놀랄 것이다. 그들의 언어에서 ‘나’는 ‘난’이고,

‘너’는 ‘니’다.(…) 한 언어는 세상의 다른 언어들과 거대한 그물망 안에서 출렁이며 만들어진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듯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다른 나라의 언어들을 하나씩 배워 가면서 나는 ‘순우리말’에 대한 주장이 허구에 가깝고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아가 이 관찰은 ‘나의 고유의 것’에 대한 의구심으로 확대되었다. 

나는 ‘내 생각’, ‘내 마음’, ‘내 자아’라는 말을 당연하게 쓰는데, 과연 그것이 정말로 ‘내 고유의 생각’이고 ‘내 고유의 마음’이며, ‘나만의 고유한 자아’일까?


마음이라는 공간 안에 담겨 있는 ‘나의 고유의 생각’들은 수많은 ‘타인의 생각’들과 혼합되어 있다.(…) 혹시 외부와 상호작용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나’인데도 내가 마음이라는 공간 안에

가상의 고정된 나를 만들어 놓고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어제저녁자리에서의 대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오갔다.

가장 어려운 것은 고정 불변한 나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이다.


대자연에 던져져 있는 현재의 나를 본다. 아직도 여전히 랩탑을 부둥켜안고 내가 세운 규칙에 어긋나지 않으려 유목민족의 이동 가옥 안에 들어와서도 연연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때로 허울에 갇히지 말고 중심으로 들어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게르 위로 빗방울이 떨어져 제법 아늑한 소리를 만들고 있다. 이 시간엔 포일에 감자를 싸 모닥불에 던져 넣고 불멍을 하는 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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