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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Jul 31. 2023

피안의 세계를 향해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한 곳에서 저 너머 한 곳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다리를 놓았다. 때로는 돌로 징검다리를, 징검다리를 높게 쌓아 돌다리를, 나무판자를 엮어 넘실넘실 흔들 다리를 만들기도 했다. 다리는 여기서 저기로 넘어가는 매개가 되었다. 전국 사찰 어디를 가든, 짧게든 길게든 무지개다리가 있다. 개울을 건너게 하고, 일주문이 나오고 천왕문을 만난다. 탑을 지나 대웅전으로 가는 길이 놓인다. 

무지개다리가 상징하는 게 뭘까?


땅에서 우리가 보는 무지개는 반원을 그리지만 공중에서는 완전한 원의 형태라고 한다. 프리즘 역할을 하는 수분 알갱이를 통과한 빛이 굴절하고 분산, 반사되어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원은 완전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무지개의 형태를 본 따 완벽에 가까운 형태인 아치를 기원전 4000년 경 그리스 로마에서 사용하게 된 것이라는 설도 전해진다. 


 무지개다리를 만들려면 수직으로 가해지는 하중을 원호의 무지개 틀에 고르게 분산시켜 지탱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구현해야 한다.  무지개 틀에 가해지는 압축력 중심이 중앙 삼분점 이내에 들어와 있어야 완벽하게 안전한 다리의 역할을 하는 것. 


 불교에선 다리가 중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으로 보았다. 또 좀 더 절을 편히 찾아오라는 포교의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내세에서 피안의 세계로 넘어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여겼기 때문. 그래서 이 촘촘한 물리학의 원리가 작용하는 무지개다리 건설의 기술자 대부분이 승려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빈틈없이 각진 돌의 몸을 서로 의지하여 둥근 모양의 무지개가 계곡의 물살을 비켜 자연에 합류했다. 맑은 물을 투명하다 못해 속속들이 바위가 깔린 바닥을 열어 놓았다. 나뭇가지 잎사귀는 수줍어 하늘을 가린 채 물소리 장단에 춤을 춘다. 승선교 사이로 보이는 강선루는 반원 안에 자그마한 모습으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홍예 위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자연의 석재들은 크고 작음을 적절히 활용하여 빈틈을 두지 않고 정교하게 짜 맞추었다"

-출처 : http://www.ngo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34481


 오늘 몽골 아리야발 사원에 들러 피안의 다리를 건너 108 계단 위의 사원에 들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늘 한 점 없이 끝없이 초원이 펼쳐진 이 대륙의 땅에서 꽤나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리는 이승과 저승, 섬과 육지, 마을과 마을도 잇는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겠다는 적극적인 마음이기도 하고, 그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오라는 기꺼운 마음일 수도 있다. 누군가 나를 위해 다리를 놓아주었다고 생각하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 


 어린 내가 여름 장마에 불어난 계속 물 앞에서 겁에 질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때에 발과 발을 징검다리 디딤돌 하나씩에 올려 두고 나를 향해 팔을 뻗어내던 큰 어른 남자를 기억해 냈다. 저어기 같이 건너 가 차가운 계곡물에 담가 둔 수박 깨 먹을 즐거운 일을 앞두고는 울음바람을 하는 나의 겨드랑이를 번쩍 잡아 올려 자신의 옆구리에 파우치처럼 차고 휘휘 바람을 가르며 자갈밭에 사뿐히 내려 주던 그는 차안과 피안의 세계로 넘나드는 대가를 대신 치러준 걸지도 모른다. 내가 세상에 나오는 매개가 되었을까. 덕분에 차안과 피안의 세계를 겁대가리도 없이 멋대로 넘나들며 살았다. 빽 없이 총알받이로 하루하루를 사는 내가 대견하면서도 그 너덜너덜해진 그의 방패는 모른 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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