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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Jul 28. 2023

"중배 씨, 이 다이아 도로 가져가요."

주얼리는 꼭 누군가에게 받아야 할까?

 남녀가 호텔 파인다이닝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있다. 식사가 길어지는 호텔 밥을 먹던 그녀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 여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매니저와 눈빛을 교환하는 남자는 반지를 미리 꺼내 디저트 플레이팅에 함께 둘 계획을 세운다. 여자가 돌아온다. 잠시 후 매니저 손에 들려 촛불을 붙여 나오는 디저트 디쉬에 다소곳이 누워있는 반지. 반지를 발견한 여자는 이럴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함박웃음을 짓다, 이내 곧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남녀가 테이블을 가로질러 서로의 손을 잡고(...)

- 주얼리에 관한 클리셰 장면을 묘사함


 나는 주얼리보다 금은보화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금은보화는 금과 은, 옥과 진주까지를 모두 아우르기 때문인데 (나는 특히 춘천옥을 좋아한다), 주얼리는 오랫동안 '특별한 날 연인에게 받는 선물'로 인식되어 왔다.


 꼭 그래야 하나?


언젠가에게 누구에게 받을 수도 있는 어떤 상황을 위해 손가락의 여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되도록이면 목걸이나 팔찌를 사고, 되도록 반지는 그에게 양보해야 하나?

 

 명품백도 결국은 삭아 없어질 물질일 뿐이며, 옷은 철철마다 가볍게 세탁하고 활용하기 좋은 것이 좋다. 다다익선이기도 하다. 결국 작고 반짝이는 것이 그 효용 가치가 오래간다는 것은 철든 여자들은 다 이해하는 얘기다.


 나는 '반지'라는 것에 쓸데없는 판타지를 덧씌워두고 몇 번이나 선물 받을 기회를 제 손으로 놓쳤다. 너무 무거운 의미로 받아들였던 일이 늘 받는 손을 주저하게 했다. 지금은 염원한대도 묘연해진 일인지도 모르겠다. 실제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성스럽고 고귀한 상징으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무거운 의미를 담은 선물보다는 오히려 내가 나에게 기꺼이 선물하는 셀프 선물이 때로 마음을 가볍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사랑의 징표로 통하던 금은보화는 이제 "나를 향한 나 스스로의"사랑의 징표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김중배의 고작 다이아에 흔들리지 않고, 수일이를 계속 사랑할 수 있다. 나아가 나 순애로 오롯할 수 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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