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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Aug 07. 2023

몽골 한정판 우유 거품 생크림, 우룸(Urum)

건강한 지방, 몽골의 식문화

 몽골 전통 유목민의 가장 중요한 식량은 고기와 유제품일 것이다. 대체로 이들이 말, 소, 야크, 낙타, 양, 염소, 산양 등의 동물을 키우고 함께 이동하며 생계를 꾸려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영양소 비율 중 동물성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 수밖에. 겨울은 영하 40도까지도 떨어지기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에너지 공급은 중요하다. 평균 고도 또한 높은 지역이다.(이번 주치산 등반이 한국의 낮은 산들 보다도 유독 힘들었던 이유 역시 평균 고도가 높은 탓일 것이다.)

 머문 캠프에서는 이제 비닐하우스를 활용한 자급자족으로 원활하게 다양한 야채를 식단에 활용하고 공급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전통 몽골의 식탁은 유제품이 이루는 화이트컬러와 고기가 이루는 레드컬러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특히 화이트컬러를 이루는 유제품은 살균처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신선한 상태로 생산하는 동시에 소비한다. 박물관에서 봤듯 가죽이나 나무를 이용해서 바로 현장에서 유제품을 가공하기도 한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음식은 우룸(Urum)인데, 응고된 우유의 거품이 굳어 만들어진 크림으로 우유를 끓이지 않고 가열한 상태에서 만든다. 우유를 담은 용기를 천천히 가열하면 가장자리부터 생겨 올라오는 거품층을 굳혀 만드는데 그 층이 두껍게 유지되도록 온도를 조절하며 만드는 것이다.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하고 산뜻한 맛을 가지고 있다. 마트에서 구한 글루텐 프리 통밀 비스킷(알고 보니 made in UK였다.)과 함께 곁들여 먹었던 몽골의 마지막 날 아침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입 안으로 녹아 사라지지만 칼로리 부담스럽게 느끼한 맛은 전혀 없이 산뜻했다. 가공된 우유를 소비하는 나라에 사는 나로서는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었고 우유도 버터도 아닌 어떤 중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 식재료를 이해하는 일이 어렵기도 했다. 우리가 김치의 익은 정도를 굉장히 세분화해서 즐기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다른 문화권에서는 익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만을 크게 나눠 소비한다면, 우리는 갓한 생김치나 바로 무친 겉절이, 적당히 익어 시원한 것, 구워 먹기 좋게 익은 신 것, 끓여 찜으로 내기 좋은 시큼한 것까지 그 맛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한 것과 비슷하다.

 

 여러분이 몽골에 간다면 다양한 형태와 재료를 가지고 가공한 유제품을 접해보시라 꼭 추천하고 싶다. 어디서도 맛보지 못할 고도화된 유제품들을 접할 수 있다. 각종 밀크티나 유산균 사탕, 치즈나 버터 등을 소비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좀 더 길게 머문다면 이것들을 재료로 다양한 요리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와 생활양식이 담긴 식재료가 새로운 관점을 주는 것 같아 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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