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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Aug 14. 2023

오펜하이머를 볼 수 없는 단 한 나라

놀란의 논란적 신작,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의 개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용아맥은 이미 매진매진매진 행진 중) 보통의 신작 영화 개봉일이 매주 수요일인 것을 생각하면 한국 개봉일이 8월 15일 광복절이라는 점은 아무래도 의도한 바가 있어 보인다.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 모두 사랑하는 영화들이지만 직전작 테넷이 매우 버거웠기 때문에(당시 놀란이 버거워하는 관객의 아우성에 대한 화답 인터뷰에서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라고 해서 위로는 받았다 ㅎㅎ) 놀란 그가 너무 멀리 떠나가고 있지 않나 싶었던 차에 그가 차기작으로 1. 전기 영화를 선택했다는 것 2. 그 인물이 오펜하이머라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그래도 tvN 알쓸별잡 인터뷰로 많은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알쓸별잡 인터뷰는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룰 것. https://brunch.co.kr/@junekook/86 ​) 특히 과학자의 윤리적 판단에 관한 질문에는 "그들은 선택권이 없었으며, 자신이 아니라도 누구라도 했을 것을 알고 있었다."라는 시대적 배경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에 보다 많은 입장들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45년 8월에 자국에 떨어진 원폭을 만든 물리학자의 영화를 개봉하는 일은 일본에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임에 분명하다. 원폭 자체를 다룬다는 점 보다 더 불편할 일은, 일본의 패망 과정이 그려지는 것 자체가 두려웠을 것. 원폭을 실행한 나라 미국이 주체가 되어 원자폭탄을 투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한다면 일본이 원폭을 맞을 수밖에 없는, '1억 총 옥쇄(가미가제와 같은 맥락으로 원폭 투하 직전 절대 항복없이 천왕을 위해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지듯 죽음을 맞이하라는 국민 선동 운동)' 등의 이해할 수 없는 당시 일본의 선택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은 놀란의 이번 영화에서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들에게 불편한 일을 수면 위로 올리는 날이 온다는 것이 인과론에 대해 더 선명하게 생각하게 된다.


 다른 얘기 하나는, 오펜하이머가 개봉한 7월 21일에 화사! 발랄!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바비>도 동시 개봉했다는 것인데, 바비라는 것이 미국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거니와 그 문화를 다룬 것이 그레타거윅이라는 점에서 마냥 전형적이지 않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오랫동안 놀란 영화의 배급을 맡았던 워너브라더스와의 갈등을 겪었던 차에 바비는 워너브라더스가, 오펜하이머는 유니버설 픽처스가 배급하게 되면서 개봉 오픈빨을 한 영화에 몰아주는 것에 훼방을 놓느라 바비 개봉날을 같은 날로 맞췄다는 카더라도 들려왔다. 이 개봉일 싱크 사건은 재밌는 상황을 만들었다. 미국 영화 팬들은 두 영화를 합성해 상반된 분위기를 즐기는 '#바멘하이머' 밈을 생성해 냈고 이 재기 발랄한 합성 놀이가 어두운 오펜하이머는 덮어두고 화사한 바비만 개봉하게 된 일본시장에까지 넘어가 불편함을 자아내고 있는 것. '바멘하이머' 게시물을 공식계정에 트윗한 워너브라더스 재팬에게 일본 자국민들은 사과를 요구하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요청하는 등 민감하게 굴었는데, 9.11 테러도 희화화하며 즐기는 미국인들에게는 유난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이러나저러나 이런 다양한 문화적 스파크나 시류 등을 한복판에서 즐길 수 없는 방어적 자세는 관객에게는 손해다. 바비도 보고 오펜하이머도 보고 그 판단은 다들 알아서 다양하게 개인에 맡기는 게 더 건강하지 않을까. (우리는 다시 엔저 여행도 가고, 무인양품도 가고, 유니클로 내복도 사 입고, 기린 이찌방도 사 마시고 있다.)


 다행히 선택의 자유가 있는 한국 관객 1은 두 가지 영화 모두 예매 완료. (물론 하나는 꼭두새벽에 목을 꺾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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