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eK Aug 25. 2023

괜찮다.

어떤 일도 "괜찮다."

8월의 마지막 글은 

17년 10월 27일 손글씨로 꾹꾹 눌러써 전해주어 깊은 위로가 된 시를 필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돌아보면 그 시간은 전부 슬픔에 정수리까지 잠겨 찰랑 거리던 때다.

그곳을 나오고 나서야,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에야 그때 얼마나 잠겨있었는지 가늠이 되었다.



괜찮다.


화를 낸다고 해결할 수 없겠지만

화를 내어도 괜찮다.

슬픔에 잠겨 있다고 나아지진 않겠지만

슬퍼해도 괜찮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울어도 괜찮다.

화창한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세상은 회색빛을 띠고

한걸음 한걸음에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질 것만 같을 것이다.

지금 바닥에 떨어지는 너의 눈물은

피어날 용기의 씨앗에게 주는 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니 화를 내도 괜찮다.

슬퍼해도 괜찮다.

울어도 괜찮다.

후회해도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다.

절망해도 괜찮다.

우리는 언제나 후회하고 실수한다.

절망 속에서 무기력해 봤기에 다른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넘어져도 괜찮다.

당신이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내 두 손을 건네줄 것이다. 


받은 이에게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어리석음을, 분노를, 미성숙함을 판단 없이 그저 받아들여주었던 일에 대해 마음 깊이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 사랑과 넓은 마음으로부터의 거름을 먹고 이렇게 다시 건강해질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매 순간 어리석게 상처를 남기고 또 이기적으로 굴었겠지만. 이 마음을 양분으로 치유한 나의 마음이 누군가를 또 살게 하는 힘이 되기를, 그런 순환의 힘을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8칸 한문공책을 다시 만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