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eK Sep 06. 2023

"그냥 맛집 옆집 가세요, 다 비슷합니다"

유명해서 유명해진 맛집들로부터 해방되는 비결

내가 애청하는 십오야의 [스탭입니다] 코너에, 1박 2일 시절부터 나PD의 예능 장소 답사를 담당한 최재영 작가가 나왔다. 그동안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며 말도 안 되게 고생한 이야기, 그 과정에 발견한 맛집들, 각종 콘텐츠 발굴 관련 무형의 노하우들을 다뤘다. 유튜브 콘텐츠의 특성상 정교하게 계획되지 않은, 말 그대로 만담이 이뤄졌다. 그래도 꾸준히 보게 된다.(아무래도 스승 침착맨의 DNA가 안정적으로 안착된 것 같다.) 그 와중에 인상적인 내용이 이번 주말 경험한 여행과 맞물려 떠올라 다시 영상을 찾아 해당 부분을 캡쳐 했다.

 

 최작가에게 SNS도 없던 시절, 맛집은 어떻게 발굴했냐는 질문에 그 도시의 번화가를 찾는 기준과 함께 지방 맛집은 인스타로 찾기보단 "시청 군청 앞집을 가라"는 팁을 준다.





보통 우리가 맛집을 찾는 루트는 어떻게 될까?


맛집은 네이버에서... 찾으면 옛날 사람이라는 언급, 나영석의 나불나불 중

나영석과 염정아가 서로 맛집 찾는 노하우를 얘기하던 와중에 네이버 검색 후 광고라고 노골적으로 쓰여있는 최상위 몇 개를 제끼? 고 그다음을 찾는다.라는 언급. (내 얘긴 줄 알았다, 귀찮고 급할 땐 이렇게 많이 하게 된다.)



그럼 그것들은 진짜 맛집인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돈의 속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돈을 좇는 것과 맛집에 이끌리는 것은 그 속성이 매우 흡사하다. 저번주 목요일 한국경제 "'유명해서 유명한' 맛집은 진짜 맛집일까?" 칼럼에서 읽은 내용을 기억에 의존해 일부 발췌 한다.


 돈의 속성을 표현할 때 늘 등장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다. 화폐의 가치는 우리의 공통된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지폐의 화학적 구조, 색상, 실용적 가치와 무관하게 심리적 구조물로 변모해 우리들의 인식 속에서 기능하게 된다. 이런 인식이 가능한 것은 그것이 가치 있다고 믿는 집단적 타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화폐의 심리적 구조물로의 인식정도와, 그것을 가치로 치환하는 집단의 규모가 크냐 적냐에 따라 화폐의 가치, 환율이 결정되는 것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돈에 속성을 종교와 비교해 설명했다.


종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믿으라고 요구하는 반면,
돈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믿는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요구한다.

 그렇기에 전통적인 투자자들은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가치에 주목했고 시장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속성을 찾아 그 흐름에 가장 근접한 기업에 투자를 했다. 투자 바이블에서 '펀더멘털에 집중하라, 가치투자를 하라' 같은 말은 다 이런 맥락의 연장선이 된다.  하지만 이런 메커니즘이 통하던 투자의 세계에 SNS라는 변수가 생겼다. 이제는 타인의 기호와 생각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결과는 더 극단적인 쏠림 현상으로 나타난다. 영향력 있는 주식 유튜버가 2차전지에 대한 상징성에 대해 말하면 다음날 시장 자금은 2차전지주에 쏠린다.

 

 다시 맛집 얘기로 돌아와 보자. 식영이 형 같은 유튜버가 [먹을텐데]로 이 집이 맛집이네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나면 빠르면 업로드날 저녁, 늦으면 다음날부터 그 식당 앞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런 줄은 더 많은 발길을 이끄는 미끼가 된다. 이 상황에 이르게 되면 이제 이 집 음식 맛은 중요하지 않다. 유명해서 유명한 맛집이 탄생하는 순간인 것.(물론 원래 맛집도 많겠으나)


 우리는 모두 혼돈이 심화된 세상에 산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변수를 겪어내며 의사결정을 한다. 이 혼돈, 카오스는 보통 두 종류라는 주장이 있다.

 하나는, 반응하지 않는 카오스, 일기예보가 대표적인데 날씨는 수많은 변수의 총합이지만 이걸 예측한다 해도 오기로 한 비가 오지 않는 일은 없다.

 다른 하나는 예측에 영향을 받는 카오스, 주식시장 같은 것이다. 내일의 주가를 맞히는 슈퍼 컴퓨터가 있다고 해도 내일의 주가는 예측대로 흐르기 어렵다. 이런 예측에 반응하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또 다른 흐름을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의 생각에 너무 쉽게 흔들리며 산다. 예전보다 그 강도는 더 쎄서, 다른 사람이 맛있대면 난 잘 모르겠어도 입꾹닫 하고 '오 맛있네.'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주말에 완주에서 1박을 했다. 초대해주신 호스트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극진한 대접을 받고, 다음 날 갑자기 쏟아진 비와 굶주린 산모기 군단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무얼 먹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기에 안내해 주시는 동네 두부집을 갔다.


전골은 흥분해서 먹느라 사진이 없다, 이 집에서 국산콩으로 직접 만드는 모두부

 소박하고 깔끔한 내부, 많지 않은 가짓수이지만, 장난치지 않은 담백 진솔한 밑반찬들에 이미 메인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맛집임을 직감했다. 김치와 양파절임, 평소에는 먹지도 앉는 콩자반을 뭐에 홀린 듯 퍼먹고 있으니 나오는 메인, 아니나 다를까 모두부, 두부전골 등 시킨 음식들이 푸짐하고 맛이 좋다. '와, 서울에서 먹은 두부전골은 장난이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맛이었다.


 정신없이 남은 일정을 소화하고 서울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다 문득 당연히 좌표를 찍을 수 있는 맛집이겠거니, 검색하는데 안타깝게도 맛집 별점 플랫폼에도, 인스타 지도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당최 믿을 수가 없다. '왜 아무도 여길 안 가냐.' 이제까지 리스크가 두려워 남들 다보는 네이버 맛집을 찾아다닌 나의 안일한 선택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SNS의 진짜 좋아요와 만들어진 좋아요가 서로 뒤섞인 세상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실패할 용기'를 가지고 '직접' 새로운 집의 문을 '내 손으로 열어 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발견하는 맛집은 더욱 귀하고 소중해질 것.

 모든 기준은 '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이 오염된 세상에서 찐을 발굴해 내는, 나만의 리스트를 꾸리는 방법이 될 것이다. 세상사는 방법을 찾는 일 또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값진 경험을 선사한 두부전골 맛집의 좌표를 공유하며 이 글을 마친다.



대흥전통순두부

매일 10:30-20:00

(첫째, 셋째 화요일 오후 2시 이후 휴무)

063-244-7980

전북 완주군 소양면 송광수만로 282-3

(https://m.blog.naver.com/yarn76/222004276705)


작가의 이전글 괜찮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