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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N Feb 24. 2021

2021.02.24. 오후 5시

비교의 득과 실 

남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에 집중하라. 거의 매 요가 수업에서 강조되는 이야기 기다. 업 독에서 다운 독을 몇 차례 반복하고 속도가 빨라지는 구간이 있는데 몸이 덜 풀려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그 구간에서 다른 사람들의 리듬을 따라가지 않고 본인 상태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또 전굴 자세를 할 때면 무리하게 많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등을 편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숱하게 들은 얘기지만 정신 차려 보면 이미 난 어느새 옆사람과 비교를 마친 상태이다. 가르치는 선생님마다 매 수업 시간 비교하지 말 것을 강조하는 걸 보면 온전히 본인에 집중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비록 완전한 몰입은 깨졌지만 나에게 요가를 함에 있어 비교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군살 없이 탄탄하고 몸매를 가진 분들을 볼 때면 나도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저렇게 예쁜 몸매가 될 수 있겠지 하며 동기부여가 된다. 외모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매일 빠짐없이 수련을 하는 수강생들의 성실함에 자극받고, 그들의 성실함은 상당한 근력과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 동작을 척척 해내는 모습에서 증명된다. 


난 어릴 적부터 남과 비교하기를 잘했다. 세상에 나보다 잘난 사람만 있는 것도 못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기에 때로는 비교가 내 자존감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하고 삐뚤어진 우월의식을 준 적도 있다. 그렇지만 난 아래보단 위를 바라보고 사는 부류의 사람이었고 만족하기보단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편이었다. 학창 시절의 비교는 대게 성적과 외모가 주를 이뤘다. 난 잘하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학생이었다. 때로는 과도한 욕심으로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비교는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타고난 머리가 남들보다 좋지 않았기에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나는 줄곧 꽤나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타고나게 예쁘고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지 않았기에 중학교 때부터 살이 찌지 않기 위해 관리했고 나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많이 고민했다. 


업무에 있어서 비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가온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단연 업무량에 대한 비교다. 왜 내가 저 사람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지, 왜 누구는 매일 다섯 시 칼퇴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한 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것을, 정량적으로 따질 수 없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함을 분명 이해하고 있음에도 내 무의식은 끊임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했고 괴로웠다. 과도한 업무량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편 가시적인 보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나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주는 상사가 있었고 위로가 되는 동료들이 많이 있었다. 어찌 보면 난 단 10분이라도 더 일찍 집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하게 업무 효율을 높일 방법을 고민했고 덕분에 단기간에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한켠에서는 유독 예쁨 받는 직원이라는 소문도 돌았으니 나의 과거 바쁜 직장생활이 헛되이 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반면 가장 힘들고 극복하기 힘든 비교는 돈에 관한 문제다. 어떤 차를 모는지 어떤 브랜드 가방을 들고 어느 브랜드 옷을 입는지. 어릴 적에는 보이지 않았던 나이가 들어서도 관심을 갖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 둘 저절로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 다닐 적 집이 어디냐는 물음은 그저 학교 다니는데 '얼마나 걸리냐, 힘들겠다, 가까워서 편하겠다'와 같은 안위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다면, 요즘은 '그 동네는 참 집값이 안 올라, 전세야 자가야, 거기는 신분당선인가?'와 같은 개인과 그 부모의 경제 수준에 대한 추론으로 끝맺음이 된다. 특히 미래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할 때면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안의 친구들에게 보이는 특유의 여유가 참 부럽다. 


부잣집 딸로 다시 태어날 수도, 과거로 돌아가 재수 잠수를 해서라도 의대에 갈 수도, 당장의 직장을 다른 산업군으로 옮길 수도 없는 일이다. 당장 어찌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에 고민을 할 거리도 고통받을 거리도 아니지만, 오히려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그 점이 날 계속 고통의 굴레에 속박하는 듯하다. 아마도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올라버린 서울 집값 그리고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우리 집값에 대한 비교로부터 시작된 고민인 듯하다.  습관적으로 비교하는 성향을 가졌지만, 좀 더 나 자신에 집중하고 나를 둘러싼 환경보다는 온전한 나의 행복을 좇는 일에 대한 고민을 깊게 가져가야 할 듯하다. 그 후에는 무언가 다른 방도가 떠오르지 않을까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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