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 N Mar 02. 2021

2021.03.02. 오전 1시 30분

프로페셔널함에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대학교 2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어느 전공과목 수업에서 '정장을 입고' 과제 발표를 하라는 교수님의 지시가 있었다. 그동안은 발표 복장에 크게 구애를 받은 적이 없었기에 대다수 학생들은 굉장히 의아한 반응이었다. 나 역시 발표 복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때였고 그저 너무 편하지 않은 가지고 있는 옷 중에 깔끔하고 예뻐 보이는 옷을 입고 발표하는 편이었다. 마땅히 입을 만한 옷을 못 찾아 결국 발표 전날 백화점에 가서 급하게 블라우스 한벌을 샀다. 


학교 다닐 적을 떠올려보면 경영학과 친구들은 학교에 정장을 입고 오는 일이 많았다. 그 친구들은 위아래 양복에 타이, 구두까지 칼 정장을 입고 다녔는데 어떤 날에 그렇게 학교를 입고 오냐고 물으니 학회가 있을 때나 발표가 있는 날이면 그렇게 풀 착장을 하고 온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을 보고 학회라고 해봤자 지들끼리 모여 수학 문제나 푸는 건데 저리 입고 다닌다며 그들을 허세 가득한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겉모습, 외모가 주는 프로페셔널함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유투버의 브이로그를 보며 무릎을 탁 친 일이 있었다. 그녀가 PT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는데, 그녀는 PT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청중들에게 본인의 이미지를 부각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에 맞춰 입을 의상을 선택하고, 헤어 스타일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화장법을 결정해나갔다. 입을 옷의 색깔, 치마의 길이, 립스틱의 색깔까지 굉장히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따져가며 결정해나갔다. 이전의 나는 발표할 콘텐츠에만 집중하고 발표를 하는 나의 모습에 대해 신경 써본 적이 없었터라,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초중고대를 다닌 근 12년간 수백 수천만의 수업과 발표를 들으며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머리를 했는지 목소리가 어떤지 제스처가 어떤지 늘 발표자의 외모를 보고 나름의 평가를 내려왔지만, 정작 내가 발표할 때는 나의 모습을 그토록 신경 쓰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유튜브를 보며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비록 학생이지만 발표자는 청중들에게 정보를 혹은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이기에, 옷차림도 그에 걸맞은 모습이어야 했던 것이다. 


어릴 적부터 상대방의 외모에 대한 평가는 무례한 일이고, 우리는 타인의 겉모습보다는 내면을 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침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들 역시 아름다운 내면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도 배웠다. 하지만 분명 타인은 나의 겉모습을 보고 나의 많은 부분을 판단할 것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고 그저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다. 나 역시도 하루에도 회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고, 그들의 겉모습을 보고, 그저 무의식적으로 많은 것들을 판단한다. 예쁘다, 옷이 좋아 보인다, 멋져 보인다, 편해 보인다 등등. 행여 나의 평상시 이미지로 인해 내가 말하는 내용들까지도 신뢰감 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이 들었다. 반면 조금 더 신경 쓴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 화장을 통해 나의 외적 호감도를 높이고 준비한 콘텐츠에 한층 더 매력을 줄 수도 있다. 오늘도 단 몇 분을 일찍 일어나지 못해 시간에 좇겨 출근을 하며, 내일은 예쁘게 입고 화장하고 나서야지,라고 결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1.02.25. 오전 10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