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 N Mar 23. 2021

2021.03.23. 오전 10시

영어 공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로 근래 가장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특정 시험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진짜 영어 실력 향상을 목표로 하다 보니 맞춤형 교재도 강의도 없다. 어떻게 공부해야 가장 빠르게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지 왕도는 모르겠다.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한다고 외국계 기업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난 정말 영어를 싫어했다. 며칠 바짝 공부한다고 티가 나지도 않을뿐더러 늘 어딜 가나 나보다 영어 잘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무작정 발음이 좋다고 영어를 잘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어릴 적부터 다져진 원어민스러운 발음을 구사하는 친구들을 보면 늘 기가 죽었다. 특유의 그 한국인스러운 억양, 발음이 내 가장 큰 콤플렉스였다. 다른 과목들과 달리 영어는 유달리 학생들 간의 실력 편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정량적인 평가에서는 그 편차를 온전히 걸러낼 수 없지만 발음이나 억양 사용하는 어휘 표현 등 진짜 생활에 필요한 영어 실력의 수준을 따지자면 정말 편차가 크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보다 잘하는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고 믿었고 나는 못 쫓아갈 바에야 그냥 포기하자는 생각으로 대학 입학 이후에는 영어와 담을 쌓기로 결심했다. 


황당하지만 당찼던 포부와 달리 대학에 가서도 난 영어를 놓지 못했다.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서는 토플 100점에 상당하는 점수가 선행되어야 했고 결국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토플 공부를 위해 또다시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교환학생으로 잠시 미국에 사는 동안에도 늘 영어가 스트레스였다. 수업 시간에 느낀 점을 매일 일기 형식으로 써서 제출해야 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교수님으로부터 정확한 표현에 대한 지적을 받은 뒤로 매 수업 전 외국인 학생을 위한 writing center에서 1차 첨삭을 받은 뒤 글을 제출했다. 이후 대학원 입시에서도 텝스나 토플 점수가 필요했고 심지어 석사학위를 마치는 학위 발표회는 영어로 발표하는 게 원칙이었다. 취업을 준비할 때도 대부분의 회사가 토익과 토익스피킹 점수 필수적으로 제출하도록 명시했고 또다시 시험공부를 했다. 

 

애초에 좋아하지 않지만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매 시험 준비만 끝나면 모든 관련 공부 역시 멈춰졌다. 그저 목표 점수를 맞추기 위해 한 달 정도 바짝 단어를 외우고 문제를 풀며 유형을 익히는 것이 내 공부의 전부였다. 그러다 운이 좋게도 그간 모아놓은 그럴듯한 영어 점수로 외국계 회사에 들어올 수 있었다. 어찌어찌 영어 면접도 무사히 끝났고 이제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영어는 훨씬 중요한 듯하다. 대부분의 회의가 영어로 진행되고 모든 공식적인 자료는 영어로 만들어진다. 사실 회의나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남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할지도 모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메일과 보고서이다. 핵심만 요약해서 작성하는 그동안의 이메일 스타일과 달리, 이 회사의 문화인지 아니면 미국의 문화인지 여기 사람들은 유독 이메일을 길게 쓴다. 그래서 한번 메일을 쓰려면 문법을 점검하기 위해 파파고와 구글 번역기를 몇 차례 돌리고 그래도 확신이 없으면 구글에 내가 쓴 표현의 검색 빈도가 몇 개나 나오는지를 확인한다. 늘 하는 말은 술술 나오지만 간혹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 들어오는 경우 단어가 생각이 안 나 종종 곤란한 적도 있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에 놓이다 보니 저절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다. 시간이 많은 날이면 20분씩 전화영어를 3번씩 하고, 늘 말하기 수업만 하고 수업 뒤에 있는 작문 숙제는 과감히 패스했지만 근래 들어는 숙제에 첨삭에 재작문까지 하고 있다. 어제는 영어 공부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다가 가장 효율적인 영어학습법은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독해 능력이 잘 받침 되어야 공부를 했을 때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한다. 독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독해만 느는 것이 아니라 듣기 능력과 말하기 능력 모두가 올라간다고 한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하루에 2-3 페이지라도 영어 지문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다닐 적 아예 지문을 통째 외우며 시험공부를 대비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죽어라 해봐야겠다. 이렇게 한 6개월 정도만 노력하면, 아니 올해가 끝나갈 때쯤이면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나의 부족한 영어로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와 정말 영어 많이 늘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1.03.22. 오전 10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