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유혹: 탄수화물 중독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
밥이 보약이다
먹을 게 부족하던 보릿고개 시절, 한국인들은 밥심으로 하루 하루를 버텼습니다. 당시 '밥'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탄수화물 급원이자, 우리 민족의 생명줄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는 탄수화물이 너무 많습니다. 주식으로 먹는 밥 외에도, 과자, 초콜릿, 빵 등도 즐겨 먹기 때문입니다. 과자, 초콜릿, 빵 등이 왜 탄수화물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당류, 설탕이 들어간 제품은 탄수화물입니다.
< 탄수화물 중독 자가진단 >
위 표는 국민건강관리 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탄수화물 중독 자가 진단 표입니다. 총 10개의 문항 중 8개 이상 해당 시 탄수화물 중독입니다. 한국인들은 밥심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유독 탄수화물 중독 인구 비율이 높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꾸 단것을 찾는다.’ 많은 여성들이 이 구절에 공감할 것입니다. 저는 마음이 불안하거나 긴장될 때, 혹은 단순히 화가 날 때 종종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심리적 불안정으로 인해 단것을 찾을 때도 있지만, 으레 심리적 불안이 올 것을 짐작하고 간식거리를 구비해놓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것을 탐닉하는 데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면 신경세포를 따라 전기자극인 도파민 분비량이 많아지고, 이는 쾌감을 줍니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사람들은 전두엽에서 포도당 대사가 떨어지는 데, 이 경우 뇌의 활동이 저하되어 무기력이나 우울감이 쉽게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맛을 즐기는 것은, 당 중독이라고 불릴 만큼 탐닉을 불러일으키고 금단 증상도 강합니다. 실제로 설탕을 오랜 기간 투여한 쥐들에게 설탕 투여를 중단했을 때, 앞말을 흔들거리고 불안한 증세를 보였습니다. 이것은 모르핀 등의 아편중독과 같은 현상입니다.
우리 몸은 거친 탄수화물을 섭취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요즘처럼 정제된 흰 쌀을 먹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 전부터입니다. 정제된 쌀을 넘어서, 요즈음은 그보다 더 빠른 흡수를 일으키는 단당류 제품이 많습니다. 현 세대의 식습관에 맞춰 진화해오지 못한 신체 구조 때문에, 많은 당 섭취량은 우리 몸에 이상반응을 일으킵니다. 당이 들어오면,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합니다. 이 때, 많은 양의 당이 들어오면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해야 하고, 이것이 반복되면 췌장은 빨리 지치게 됩니다. 훗날에는 인슐린의 절대적인 양이 줄어들거나 불량한 인슐린이 분비되고, 이는 곧 당뇨를 의미합니다.
복합 당질과 단순 당질이 우리 몸에 미치는 차이는 확연합니다. 실제로, 생로병사의 비밀 취재팀은, 임상실험을 통해 현미를 먹었을 때와 백미를 먹었을 때, 우리 몸의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현미를 먹었을 때는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는 반면, 백미를 먹으면 혈당이 급속도로 올라갔고 한꺼번에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었습니다. 즉, 공복감은 백미를 먹었을 때 더 빨리 찾아옵니다. 최근 들어 매스컴에서도 탄수화물 중독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고, 이에 따라 대중들은 ‘당 섭취’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뇨 환자 교육 혹은 다이어트 노하우 등을 통해 ‘GI지수(당지수)’에 대해 들어본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GI지수가 높은 음식은 혈당을 빨리 올려 우리 몸에 부담을 주는 것들입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GI지수는 당도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당도는 단맛을 얼마나 느낄 수 있는 지를 말하는 것으로, 단맛이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당지수가 높은 것이 아닙니다. 쉬운 예를 들면, 고구마와 감자를 비교했을 때, 고구마가 단맛은 더 강하지만 당지수는 더 낮습니다.
즉, 한국인들에게서 탄수화물 중독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밥 양이 많은데 과거와 달리 정제미(백미)를 즐겨 섭취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또한, 식사 후에 설탕이 많이 들어간 디저트류를 먹는 습관도 영향을 미칩니다. 소위 서양인들은 고기를 많이 먹어 살이 찌고, 한국인들은 밥을 많이 먹어 살이 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이 먹는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질병의 발병 양상도 다릅니다. 한국인들은 당뇨 환자의 비율이 높고, 고 중성지방 혈증 환자가 많습니다. 탄수화물이 필요 이상 있을 경우, 지방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탄수화물 중독은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되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백미를 현미나 보리 등과 섞어 밥을 짓고, 식사 후에 인스턴트 커피나 과자, 케이크류 등 디저트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거나, 인스턴트 커피는 설탕이 1/2만 들어간 것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빵이나 샌드위치는 통밀이나 호밀로 된 것을 구입하는 것도 좋습니다. 초콜릿이나 케이크류를 먹을 때에는 먹기 전에 먹을 양만큼을 덜어 놓고 먹으면 과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지나치게 이상적인 목표를 잡는 것보다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의 상태에 맞게 조금 씩 행동을 수정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고: KBS 다큐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 <멈출 수 없는 유혹 - 탄수화물 중독>
국민건강관리 보험공단 (KOREA 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