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찬 공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가을날의 참치김치찌개

혼자서도 잘 해먹어요.

by 수현

9월의 어느 날.


밤공기에서 여름 냄새가 서서히 빠지고 가을 냄새가 스며드는 시기,

이제는 창문을 열면 차가운 공기와 함께 매미 대신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일교차가 유독 심한 요즘이라 그런가 여기저기서 감기에 걸렸다는 소식이 한창이다.


나 또한 대세를 벗어날 순 없었다.

어제부터 몸이 으슬으슬하고 기분 나쁜 두통이 있다가 저녁에 되면 뜨끈뜨끈해지는 게,

아무래도 이대로라면 감기몸살에 걸릴 게 뻔했다.

감기는 무조건 초장에 잡아야 한다.

혼자 사는 때에 아프면 나만 손해.

이럴 때에는 무조건 잘 챙겨 먹고 미리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엄마는 계절이 바뀌면서 입맛이 없어진다 하면 꼭 참치김치찌개를 끓여주셨다.

몸이 좀 안 좋더라도 참치김치찌개가 눈앞에 있으면 쌀밥 한 공기는 뚝딱이었다.


아픈 사람도 식탁에 앉게 하는, <참치김치찌개>

냄비에 참기름을 한 바퀴 두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둔 김치를 볶아준다.

그 위로 간장 크게 한 숟가락, 설탕도 크게 한 숟가락, 김칫국물도 크게 한 숟가락.

안 타게 중불로 잘 볶아주다 보면 볶음김치 냄새가 솔솔.

한입 먹어서 신 맛이 적다 하면 식초도 한 수저 넣어준다.


얇게 썰어둔 양파 반 개를 넣고 고춧가루도 크게 한 수저 넣어 조금 더 볶아준다.

좀 볶아졌다 싶으면 재료가 다 잠기는 냄비의 5분의 3 지점까지 물을 부어준다.

엄마는 쌀뜨물을 사용했지만, 나는 그냥 물을 넣는다.

깊은 맛은 좀 아쉽지만 깔끔한 맛이 나니 이건 취향 차이이다.


다진 마늘 반수저와 참치액젓을 한 수저 넣어 보글보글 살짝 졸이듯 끓인다.

그리고 엄마의 킥이자 나의 킥이기도 한, 떡국 떡을 한 줌 넣어준다.

살짝 걸쭉해지면서 더 맛있는 텍스쳐를 주기도 하고, 하나씩 건져먹으면 쫄깃쫄깃 맛나다.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 한쪽에 전에 먹고 남아 찬물에 보관해 둔 두부를 얇게 썰어 넣고,

기름을 뺀 참치캔 한 통을 다 넣어준다.

마지막으로 쫑쫑 썰어둔 파 한 단을 그 위에 넣고 조금 더 끓여주면 완성.

파가 국물에 다 숨이 죽기 전에 불을 꺼서 먹을 때 파향을 조금 더 느껴지게 하는 게 꿀팁이다.


생각보다 금방 끓여내는 든든한 참치김치찌개.

밥은 햇반을 하나 돌려 밥공기로 옮겨 담아준다.

한 번 또 먹을 걸 생각해서 큰 대접에 국자로 참치김치찌개도 옮겨 담는다.



밥을 크게 한 술 떠서 입에 왕- 넣고,

바로 김치와 참치 그리고 진한 국물을 듬뿍 담은 숟가락을 입에 넣는다.

하, 따뜻함이 방 안에 차오르는 감각.

째릿한 김치찌개와 고소한 참치가 쌀밥과 함께 어우러진다.

밥이 들어가니까 이제 좀 살 것만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다.

이어서 떡국 떡을 한입 국물과 함께 먹어준다.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게 진짜 별미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는 역시, 금방 밥 한 공기를 다 비워냈다.

때마침 약을 사서 온 남자친구의 방문에 남은 참지김치찌개로 상을 차려줬다.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 약을 먹어도 괜찮겠지.


남자친구는 이마에 손을 대어보며 말했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오기 전에 몸이 먼저 알아차린 걸지도 몰라. 천천히 쉬라는 신호."


든든한 한 끼, 다정함이 담긴 말 한마디, 아니면 약효가 벌써 드는 걸까.

몸이 조금은 나아진 것만 같은 건 무엇 때문일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