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어느새 다가온 겨울, 조금 이르게 내린 눈꽃파스타

혼자서도 잘 해먹어요.

by 수현

11월의 어느 날,


가을은 스치듯 지나가고, 겨울이 훅 다가온 듯하다.

부는 바람에 마음이 괜히 숭숭한 요즘, 내일의 하루가 이미 예상이 된다는 것이 생각보다 꽤나 큰 지루함으로 다가온다.


무한 반복되고 있는 일상 속에서 예쁜 것들을 보지 못하고 살면 겪게 되는 증상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이상한 보상심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괜히 더 비싼 걸 가져야 할 것만 같고,

괜히 더 맛있는 걸 먹어야 할 것만 같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괜히 더 좋은 걸 해야 할 것 같은.


그럴 때면 기어이 마음이 끈적한 기름때가 낀 듯 엉겨 붙어 가라앉는다.


내가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해서 생긴 작은 열등감이 나를 덮을 때.

기꺼이 축하해 줄 수 있는 순간에도 마음 한켠이 뒤틀리고,

당연히 응원해야 하는 자리에서도 망설이게 되는,

부러워하면 그만인 걸, 질투까지 하고야 마는 그런 못난이가 되는 때들이 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 감정들이 엉겨 붙어 나를 침전시키는 순간, 이런 때일수록 내 삶 속에서 나만의 특별함을 만들어야 한다.

나 스스로에게 예쁜 것을 선물하는 날.


그래서 오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 중, 간단하지만 호사스러운 걸 해 먹어야겠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예쁜 걸 보러 나가야지.


크림 파스타 위에 간 파르메산 치즈가 눈처럼 소복이 쌓이는 요리, <눈꽃 파스타>

끓는 물에 파스타 면을 삶아준다. 타이머는 9분으로.

팬에 버터를 녹여준다.

버터를 좀 많다 싶을 정도로 넣어주는 게 내 몸에게는 미안하지만, 입은 금세 용서 할 맛이 나온다.


버터에 손질한 양파와 다진 마늘 듬뿍 한 스푼을 넣어 잘 볶는다.

향긋한 마늘 향이 올라오면 잘게 자른 베이컨을 넣어 바삭하게 함께 익혀준다.


그 위로 생크림을 붓고, 천천히 저어 농도를 맞춘다.

살짝 걸쭉한 듯 하지만 주르륵 흐르는 농도가 되었다 싶으면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춰준다.

면수를 한 국자, 참치액젓을 한 수저 넣어주면 감칠맛이 함께 올라온다.


잘 삶아진 파스타를 소스 팬으로 옮겨주고, 불에 잘 볶아 소스와 면이 잘 어우러지게 해 준다.

이 타이밍에 군침이 싹 돈다.


완성된 파스타를 예쁜 접시로 잘 옮겨 담는다.

그리고 개인 취향으로 후추를 톡톡 더 뿌려 올려준다.
마지막에 간 파르메산 치즈를 눈처럼 소복이 쌓이도록 올려준다.

갈, 갈, 갈, 갈갈갈갈.


하얗게 피어오르는 김과 녹아내리는 치즈.

마트에서 사둔 피클을 한 접시, 예쁜 포크와 수저 세트를 꺼내어 준다.

수저와 포크로 녹진하게 치즈로 감싸진 파스타 면을 돌돌 말아 한 입.

하, 맛있다.

금방 추운 겨울이 온다 해도, 이렇게 따뜻하게 쌓이는 것들이 있다.


누가 누구보다 잘 살고 있는 건 없다. 다 각자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거니까.

매일 하루의 삶은 내가 만들어나가는 거다.

오늘의 색깔은 분홍, 오늘의 색깔은 초록, 오늘의 색깔은 회색. 그렇게 모여 예쁜 내 인생이 되는 거다.

그러니 휘둘리지 말고 나의 삶을 살아나가자.

때때로 특별함을 추구하고, 굳이 굳이 예쁜 걸 보러 다니면서.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