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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Aug 26. 2021

스물 다섯, 제주도

01. 제주도는 '방황의 섬' 이다.

나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제주도에 머무르고 있는 시간, 아주 문득 이런 생각이 가끔씩 든다.

"나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나 지금 여기 이렇게 있어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말이다.


스물 다섯살의 중반이 넘어가고 있다.

각각의 나이 별로 물론 정해진 과업은 없다마는,

한국의 가장 보통의 나이 별 이미지로 생각해보자면 스물다섯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사회 초년생으로의 출발을 가장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는 시기, 그 시작점일 것이다.


그런 나이, 스물 다섯. 나는 제주도에 있다. 제주도에 있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취준을 멈추고 있다는 것이겠지.

물론 이곳에 내려온 이유는 분명하다.

글을 써보기 위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조금 쉬어가기 위해서, 인생의 방향성을 재설정 해보기 위해서.


그 목적이라면 나는 나름 하나하나 아직 그 모양새가 단단하지는 않지만 쪼물락 쪼물락 무언가 만들어내가고 있는 중임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 백수로 살고 있다는 현실에 문득 문득, 나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이대로 여기서 머무르고 있어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드는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스물 다섯이기 때문에.

물론 나는 나이에 얽매이지 않기로 매일 결심중이다

오늘 카페 알바 도중, 서른 일곱살의 카페 직원분과 수다를 떨게 되었다.


"시간이 너무 빠른 거 같아요."

"맞지, 야 나는 37km로 흘러가고 있어~ 내 나이가 벌써 서른 일곱살이다. 내년이면 서른 여덟,,, 곧 있으면 와, 마흔?! 나 마흔이 되도록 여기서 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에이 여기서 많은 경험을 하셨잖아요."

"글쎄... 뭐든, 결과가 중요해. 과정도 중요한데, 과정보다도 결과가 어쩔 수 없이 중요하더라고. 과정이 어땠든, 결과가 안좋으면 선택에 대한 후회가 따르더라. 부정할 수 없어."


과정이 더 중요하냐, 결과가 더 중요하냐의 문제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을 것이다.

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도 과정이 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결과에 대한 불안감에서 온 방어 기제로 과정에 더 의미부여를 했을지도 모른다.

과정에서 좋은 경험과 좋은 사람과 좋은 기억들을 만들어낸다면,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하지만, 요즘같은 상황에서 서른 일곱살 인생 선배의 말이 마음 아주 깊숙히 와닿았다.


어쩌면,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결과가 더 중요해질 수 있겠다....


내가 제주에 있든, 서울에 있든 그 결과가 내 기준에서 좋지 못하다면 결국 그 선택을 후회하겠지.

때문에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어떤 선택을 하던간에 그 선택에 대한 결과를 최선을 다해 최고로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그 최고의 정의는 무조건 내가 내릴 것. 


그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느꼈다.


제주도에 있더라도, 내가 제주도에 있기로 한 결심 이후 제주도에서의 삶에 최선을.

서울에 있더라도, 서울에 가기로 한 결심 이후 서울에서의 삶에 최선을.


과연 내가 돌이켜 보았을 때, 어떤 최선에 "그래. 후회는 없었노라."라고 말하게 될 지.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까지는 제주도에서 일단 최선을 다해보기로!

오늘도 제주에 1프로의 마음이 더 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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