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서 친구와 맥주 한캔 하며 연애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다가
나는 누굴 좋아하는 걸 인정하기까지가 참 오래 걸리는 사람이다.
좋으면 좋은 거고, 안 좋아하면 안 좋아하는 거지.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 일은 흑과 백이 아니다.
마치 스펙트럼 같은 문제랄까.
때문에,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구나라고 판단할 만한 그 선을 알기가 참 쉽지 않다. 글쎄 이 정도의 좋아함만 가지고서 내가 연애를 시작해도 될까? 하고 끊임없이 내 마음을 재고 따진다.
이러한 성향덕에 나에게 연애는 사고와도 같은 것일 것이다. 어느날, 예상치도 못한 때, 갑자기, 한 순간에. 그렇게 시작하게 될 사고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그 사고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내가......, 아무래도 사랑을.......,”
“사랑을......?”
“사랑을..., 위험 반입물류로 분류해놓은 것 같아.”
“뭐?"
“나는 완전 안전주의자인데 사랑이 위험하다고 인식되니까. 이게. 여기서 딱. 이렇게 못 들어오는거지. 삐빅- 하고 이렇게.”
“아니, 너는 무슨 개똥같은 소리를 그렇게 정성스럽게 하냐?”
"나는 심각한데..?"
"......."
"됐다. 머리나 빡빡 밀자. 누구 보여주려고 머리를 길어. 빡빡 밀자. 시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