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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Nov 08. 2021

정말이지 신기하지 않아?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다는 게 말이야.

올 해 2월 겨울에 제주에 내려왔는데, 벌써 다시 겨울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부모님 가게 오픈 준비 때문에 정신 없는 요즘을 보내고 있다보면, 새삼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곳에서 이순간을 맞이하고 있을 거라는 걸, 일년 전의 나는 상상이나 했을까?


과거의 선택들과 우연들과 인연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오늘의 순간이 참 매번 새롭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사람으로 살고 있던 나의 지난 25년이라는 시간과는 너무 다른, 제주에서의 1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유학을 선택했더라면, 그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런 대화를 나누지 못했더라면, 막학기에 그대로 취업준비를 선택했더라면, 제주에 와서 알바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용기내지 못했더라면...


이 순간을 만든 수많은 선택과 우연들이.

하나라도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절대 없었을, 그 촘촘하게 쌓여진 내 인생의 한 순간들이.

그리고 그 시간들을 지나온 뒤 만들어진 지금이라는 시간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 신기하다.


나에게 글 쓰는 일은

내 끝도 없는 상상들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두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아 정리되지 않는 너무 많은 생각들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 정리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주에서 있으면서 나에게 글은, 상상의 기록이기 이전에, 눈에 보이는 생각이기 이전에,

'나를 잃지 않음'이 되었다.

곧 가게가 오픈하면 정신 없어서 글을 자꾸 내일의 일로 미루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리게, 꾸준히.

이곳에 나의 일상과 이야기들을 잘 담아놓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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