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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an 29. 2022

( 버킷리스트 )에 대한 기록

아가리파이터로 불려도 좋아. 하고 싶은 게 많은 건 살아갈 원동력이니까.

앞서 이야기 했듯, 나는 파워 j로 엄청난 계획형 인간이다.

이렇게 계획형 인간으로 살면서 가장 버거운 순간은, 바로 계획이 상실되는 순간이다.


계획이 상실되었을 때를 나는 대체로 그 순간을 무기력함이라고 불렀다.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는 순간, 길을 잃은 것 같은 순간, 목표 지점이 보이지 않는 순간.

그런 넘어진 것 같은 순간, 나는 일어나는 시간 동안 해야할 것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것을 미리 적어놓기로 마음 먹었다.

그것이 바로 나의 ‘버킷리스트’이다.


버킷리스트 : bucket list.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규칙이 있다.

하나,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으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꿈도 일단은 적기!

둘, 너무 이루기 쉬운 사소한 것들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일단 적기!

셋, 못 지켜도 미련두지 않기!! 고로 일단 적기!


일단 무조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적는 것이다. 그렇게 적기 시작한 버킷리스트는 지금 300개를 훌쩍 넘어서서 400개를 향해 가고 있고, 이룬 것은 대략 100개쯤?

이것이 나의 때묻은 버킷리스트 수첩이다.

내용들을 살펴보면,

가고싶은 여행지들이나 장소들 가보기, 파자마 파티 하기, 부모님 인생사진 찍어드리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음식 만들어서 대접하기, 초상화 갖기, 베스킨라빈스31가지 맛 다 먹어보기, 노란색 구두 신어보기, 벚꽃길 아래에서 자전거 타기, 해변도로 드라이브 하기 등 소소한 리스트.

유재석 싸인 받기, 비투비 콘서트 가기, 엑소 만나기, 한지민 싸인 받기 등의 연예인과 관련된 리스트.

아무생각도 하지 않아보기, 번지점프 해보기, 패러글라이딩 타보기, 무서운 놀이기구 타보기 등의 나 자신을 극복하기 위한 리스트.

미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강연해보기, 싸이와 무대 위에서 강남스타일 춰보기, 내 이름으로 만든 학교 만들기, 아이들을 위한 재단 만들기 등의 큰 꿈 리스트.

드라마나 영화에 보조출연자로 출연해보기, 내 이름으로 책 출간하기, 내 이름으로 드라마 방영하기 등의 꿈과 관련된 리스트.

남자친구와 한강 피크닉, 남자친구와 남산 자물쇠, 남자친구와 사계절 사진찍기, 남자친구에게 달려가 안겨보기 등등 연애와 관련된 리스트.

웨딩드레스 입기, 신혼여행 스위스로 떠나기, 출산 경험해보기 등등의 결혼과 관련된 리스트도 있다ㅎㅎ


암튼 아주 다양한 나의 버킷리스트들이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건 정말 의외로

존박이랑 평양 냉면 먹기

였다.

그 이유는 존박도 평양냉면도 아닌, 내가 이 리스트를 적게 된 이유 때문이었다.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가 알고리즘에 의해 존박이 평양냉면을 먹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존박은 나에게는 노래를 잘하는, 슈퍼스타k에 나왔던, 눈코입이 모두 좀 큰 남자 가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고

평양냉면은 마치 냉면계의 무림고수들이 먹는 슴슴한 먹어봤지만 맛이 기억이 나지 않는 음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영상 속에서 냉면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존박이 너무 행복하게 냉면을 먹고 있는 걸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행복한 순간도 좋지만, 누군가 가장 행복한 순간을 그 시간을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말이다.

그리고 나는 적었지. 나의 버킷리스트에.


누군가는 내 이 버킷리스트를 보고 배꼽을 잡고 웃었고, 누군가는 피식하고 코웃음을 쳤고, 누군가는 존박의 팬이냐고 물었지만, 누군가는 내가 이 리스트를 적은 이유에 감동과 감명을 받았다며 본인만의 버킷리스트를 적기 시작하기도 했다.

수산봉에서 그네타기 버킷리스트를 해낸 순간!

내 버킷리스트는 인생에서 가장 재미없는 순간에 하자고 시작한 것이지만, 덕분에 내 인생에는 재미없는 순간이 없게 되었다.

아직도 한달에 열 몇개씩 채워져가는 버킷리스트를 보고 있자면, 대체 언제 다 할 수 있지? 다 할 수는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어느 날엔가 자리 잡고 하나 하나 읽어보다보면 혼자 큭큭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기대감이 차오르는 듯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 기분들이 내가 인생을 자-알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


인생에 재미 요소를 조금 넣었으면 싶다면, 무기력함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지금 당장 펜을 들어라!

그리고 정말 사소한 일들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번호를 매겨가며 적어보자.


아무것도 아닌 일도 하나 이루고 나면 해냈다는 뿌듯함과 즐거움이 배가 되어 돌아온다.

그 기쁨을 맛 본다면, 그 뒤로 버킷리스트를 이뤘다는 것뿐만 아니라 채워나가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버킷리스는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무언가 하고 싶다면, 먹고 싶다면, 누군가와 가고 싶은 곳이 생긴다면 일단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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