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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an 15. 2022

( 계획 )에 대한 기록

나를 플랜 마스터로 불러다오

나는 파워 j형으로 계획 덕후이다.

하루 일과를 분, 시 단위로 계획하는 삶은 대략 10살 정도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아마 엄마의 권유로 시작했던 거 같다.

매주 계획을 세우는 것이 습관이 되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는 내가 세운 계획표 안에서 살았다.

매주 일요일이면 그 다음주를 계획하는 시간표를 짜는데 2시간씩 할애했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 계획표부터 체크했다.

계획에 변경이 생기면 바로바로 수정하면서 또 다른 계획을 세웠고, 하루를 마무리 할 때면 내 계획표는 완수를 의미하는 가로선으로 가득찼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빡빡해서 피곤한 삶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26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나는 계획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요즘에는 사는 환경과 집중해야할 일들이 공부를 해야하던 때와는 또 다르게 바뀌면서, 그리고 마음의 여유를 조금 더 가지고 살자는 결심에 따라서.

분, 시 단위로 계획하지 않고 하루에 해야 할 to do list를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계획을 하고 있지만,,,,,,

ㅋㅋㅋ 그렇다. 여전히 계획을 세우긴 세운다.

이것도 병인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들지만, 또 이게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이렇듯, 나는 완전한 계획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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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계획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계획을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감정과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기분이 너무 싫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계획대로 착- 착- 착- 해나가는 기분이 하루를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산다는 기분을 들게 했고, 그렇게 세워둔 계획들로 인해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는 역시 나의 계획성 덕분이야 하고는 뿌듯해했다.


계획을 세우는 일은 시간이 쌓여가며 그 노하우도 다양해졌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계획이 틀어졌을 때의 계획까지 짜고,

혹시라도 그 계획이 틀어졌을 때의 계획마저 틀어져버린 순간에 융통성과 유연성을 발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든 시험과, 모든 여행, 모든 성취의 뒷바탕에는 나의 계획성이 빛을 발했다.

계획을 하며 사는 삶은 아주 생산적이다. 효율적이고, 늘 꾸준히 성실히 나아가게 만드는 나침반이 되기도, 내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게 하는 거울과도 같은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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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잘 하는 팁을 이야기 하자면,

하나. 나 자신을 알자.

계획을 세우다보면 나 자신을 잘 알게된다. 얼마만큼의 시간동안 집중할 수 있는지, 얼마만큼 쉬어줘야 하는지, 아침형 인간인지, 올빼미형 인간인지, 언제 배꼽 시계가 울리는 지 등등. 그렇게 나를 알아가다 보면 충분히 실천해 낼 수 있는 계획을 짜게 된다.


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자.

인생은, 그리고 우리의 일상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너무 많은 변수들이 있고, 그 변수들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순응하는 자세는 삶을 사는 데 어쩌면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계획이 틀어지거나, 지키지 못하는 순간에도 유연함을 가질 수 있어야 꾸준히 계획하며 지낼 수 있다. 계획을 지키지 못할 때마다 좌절하고 당황한다면 계획을 세워나가는 일 자체가 인생에서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될지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계획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그 방향성에 대한 도전을 꾸준히 하자는 생각을 갖자. 다만, 계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길 바란다.


셋. 계획의 시작은 미래에 대한 기대일 것!

계획이 숙제처럼 느껴지지 않기 위해서는 계획을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하고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것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부에 대한, 또 거창한 미래에 대한 계획뿐만 아니라 무엇을 먹고 싶고, 어디에 놀러가고 싶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계획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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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끔은 문득, 이렇게 계획을 세우는 일 자체가 나 자신을 내 스스로가 가두고, 지치게 만드는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계획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느껴지지도, 내가 내 발목을 묶어놓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너무 오랜 생각과 계획을 하다보면 오히려 실천하기 전에 지쳐버리기도, 그럼 도전에는 소극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도 들게 됐다.

그런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때 계획하지 않음을 계획하며 며칠을 보내는 동안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획을 세우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여전히 계획 중이다. 쉼마저도 계획하는 계획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계획만하는 사람이 아니라, 계획하고 실천하는, 가끔은 계획하지 않음을 즐길 줄 아는, 계획을 통해 인생을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만드는.

그런 플랜 마스터로 거듭나아가는 중이다.

이렇게 내 미래를 계획해 나가는 현재가 좋고, 현재를 통해 만들어질 미래가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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