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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애도하는 국민, 책임으로 애도할 국가

책임지라고 세금으로 월급주는 것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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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look.so/posts/6MteXke


- 글을 쓰게 된 목적 : 


2022년 10월 29일 22시 15분, 아마 한동안 내 뇌리에 남을 숫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왜 마침 이태원에 들르고 싶었으며, 왜 내리지 않았을까? 급하게 찾아온 귀차니즘이 나를 살렸다는 생각, 순간적인 나의 판단으로 겨우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오히려 스스로를 더 할퀴고 지나간 상처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한동안 이태원 압사 사고에 집중하던 사이 이틀이 훌쩍 지나갔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쯤 위정자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있었기에 이 글은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들을 향한 분노로 시작했다. 글을 쓰고 있던 사이 하나둘 줄지어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기사가 올라오게 되면서, 그들의 사과에 걸맞는 행동을 요구하는 글로 마무리 되었다. 위정자에게 책임있는 모습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역사를 돌아보면, 무책임한 리더가 만들어 낸 참상, 책임있는 리더가 만들어 낸 기적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 과연 이 시대에 아직도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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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준평론


눈물로 애도하는 국민, 책임으로 애도할 국가



0.

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가 막 지났을 무렵, 합정역에서 지하철 6호선에 몸을 싣고, 이태원역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딱히 핼러윈 분장을 하지도 않았고, 핼러윈데이 때 이태원에 가본 적도 없었죠. 하지만, 가요 [이태원 프리덤],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 등이 심어둔 이태원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제가 지하철에 탑승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린다는 말만 듣고, 한번 구경이나 가볼까 싶은 마음 때문이었던 것이죠.


정거장을 지나면서 핼러윈 분장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지하철에 탑승했었습니다. 다들 분장과 복장에 진심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요. 막상 이태원역에 도착하니 지하철에 탑승해 있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지하철을 타려고 플랫폼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막상 군데군데 비어있던 지하철이 꽉 차게 되자, 이태원역에 하차하는 게 급히 귀찮아졌습니다. 마침 몸에 근육통이 조금 있기도 했고요. "오늘만 날인가, 다음에 친구들이랑 가지 뭐." 하는 마음에 빈자리에 앉아 쭉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집에 들어와 잠들기 전 잠깐 스마트폰을 보는데, 스마트폰에서 지자체에서 발송하는 각종 경보가 울리고, 포털사이트/유튜브/커뮤니티는 이태원 실황을 속보로 끊임없이 몰려들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2시간 가까이 발생한 상황을 파악하는 가운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이태원역에 내렸더라면 사고 현장에 있었거나, 사고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겠죠.


그렇게 이틀 동안 무기력한 채로 사고 관련 기사, 뉴스 영상 등만 찾아보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 너무 끔찍했는데요. 문득, 이번 사고에 제가 너무 과몰입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다 싶은 마음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는데요.


2014년 4월 16일, 이틀 전 제주도에 여행을 갔다가 세월호 사건을 접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나도 피해자였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 피해자와 유가족이 겪게 될 [슬픔], 선장/위정자 등 책임을 방조하는 리더십을 향한 [분노]에 온종일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이번에 사망한 사람 중 다수를 차지하는 20대 청년들은 세월호 사건 때 고등학생이었던 세대들인데요. 전혀 무관했던 두 사건이 제 눈앞에서 겹쳐 보이게 되니, 그때 겪었던 고통스러운 기억이 계속 끄집어내졌고, 제게 참 고통스러웠습니다.


서울에 혼자 거주하는 독거 청년이다 보니, [가족/친척/지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생사 확인을 받게 되더군요.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가 더욱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나도 피해자였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에서 벗어나는 데 시간이 필요했는데요. 더 이상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역시 [각자도생]을 고려할 수밖에 없겠다고 푸념하게 되더군요.




1.

피같은 국민의 세금을

위정자들이 받는 까닭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시민입니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장소에 얼마든지 자유롭게 갈 수 있죠. 그런데 모든 사람이 자유를 추구하다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규제]가 요구됩니다.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가 벌어진 지역은 평소에는 덜 위험하지만, 인파가 몰리면 위험이 예상되는 지역입니다. 올해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렸던 이전에는 사고가 없었는데, 올해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4m 간격으로 매우 좁은 도로에 인파가 몰리면, 압사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사전에 도로를 넓히는 조처를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건물을 헐기 어려웠을 수 있겠죠. 적어도 경찰의 통제 속에 해당 지역의 안전을 도모했었어야 합니다.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이태원역을 지나는 지하철을 그대로 통과시켜 인원을 분산시키거나, 차도를 통제하여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었어야 합니다.


https://blog.naver.com/suitesoo11/222553661190


이번 사고와 사뭇 다른 2021년 핼러윈데이의 모습이 딱 위와 같았습니다. 이것이 작년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일 것이고, 이번 참사가 왜 후진국형 참사인지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평소에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엄청난 인파가 몰리면 사고가 생겨날 수 있다는 걸 일반인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위정자들은 이런 일을 예측해서 대비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던 일을 소홀히 했던 점이 아쉽습니다. 불과 작년 수준으로만 통제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라는 점에서 안타깝고요.


사고를 당한 피해자와 유족, 더 나아가 이 사태를 뉴스를 통해 지켜봤던 국민들이 위정자에게 관련 책임을 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공인인 그들이 욕을 먹게 되는 건 개인적으로 미안한 일이지만, 위정자들은 이러한 사태에 책임지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겁니다.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위정자들의 급여를 주고 편의를 제공하는 까닭은 중요한 순간에 책임을 지고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라는 뜻입니다.


실제 정부 탓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부 탓이라도 해야 가슴 속 응어리가 풀린다면 그렇게 하도록 말해주는 지도자가 더 심각하게 책임지는 사람이 아닐까요? 3일이 지나도록 누구 하나가 책임 있는 사과 한마디로 국민들을 위로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들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기에 바빴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3546165


사고 발생 3일 만에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소방청장이 사과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잇따라 사과했습니다. 사고 초기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것 같았던 시기에 많은 사람이 위정자들의 사과를 요구했죠. 비록 사과할 타이밍이 조금 늦긴 했지만, 위정자들의 사과가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사과에서 그치지 말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이번 사건으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해당 주장에 동의하진 않습니다. 그저 사고를 당한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사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235196




2.

내가 안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


책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 다른 하나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입니다. 전자는 당연한 얘기지만, 후자는 조금 의아하죠. 왜 저지르지 않은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러나 군대에 가서 일병을 달거나, 회사에서 중간 관리자가 되면, 비로소 체험하게 됩니다. 내가 하지 않은 일인데, 부하 직원의 실수 때문에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 생기니까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니, 조금 불합리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한 팀이 가진 정신이지 않을까요? 대한민국이 한 팀이라면, 대한민국 팀의 팀장은 이 사고를 놓고 명확하게 책임지는 언행을 보여야 합니다.




https://youtu.be/2fPg0uyua1I


경찰을 미리 배치했어도 참사를 못 피했을 거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은 바로 작년의 예시를 통해 파훼 되었습니다. 경찰력을 사전에 투입해서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일은 아무리 과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원할 수 있는 경찰력에는 한계가 존재하겠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851783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경찰에 인파 관련 요청 신고가 들어왔다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4시간이나 있었다면 충분히 대응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사고가 갑작스럽게 발생한 일은 아니라는 점이죠. 그런데 동원할 수 있는 경찰력에 왜 한계가 있었을까요?


이 사태가 대통령 탄핵과 연결되는 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청와대가 용산으로 이전함에 따라 대통령의 출퇴근 이슈 때문에 매일 대통령 보호를 위해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력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지속되고 있다면, 정작 필요한 곳에 투입할 경찰력이 소모되었겠죠.


하지만 이러한 이유는 간접적인 요인에 불과합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개입하여 사고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일만으로 대통령 탄핵으로 잇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과 해결책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면, 국민들은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의 언행 때문에 국민들이 각종 부끄러움을 겪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는데요. 이런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다가 언젠가 폭발하게 되면 그때는 탄핵의 흐름을 누구도 막을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제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는 아니지만, 이왕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니 미숙한 국정 경험을 메울 수 있게 최대한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기다리면 좋을지 몰라 답답하네요.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에 있습니다.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가 없었으니,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데요. 그럼 피해자와 유가족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다는 이유로 위정자는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말로 회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3.

책임지는 리더는 오직

국민만을 두려워 하는


2002년 월드컵 때,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박지원 前 국정원장이 말하는 김대중 대통령은 광화문과 서울시청에 응원을 나온 시민의 안전 때문에 안절부절못했던 리더였습니다. 군부 독재 시대 아래에서도 맞서 싸웠던 김대중 대통령이 두려워했던 대상은 [국민]이었습니다.


https://youtu.be/DXIkv2ifwoQ?t=720



과거에는 이런 일이 없었죠. 제가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할 때요. 그때 월드컵이었습니다. 그 광화문, 서울시청에 그 많은 인파가 나왔을 때, 서울시 경찰청장이 비서실장 방으로 쪼르르 왔어요. 와서,

"길을 광화문 쪽으로, 즉, 동서로, 남북으로 둘을 틀려면 리듬이 막힙니다."

그래서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러나,

"우리 시민 정신을 믿고, 경찰이 철저히 경비를 해라."

하는 조건으로 남북 간에만 길을 터줬어요. 제가 끝날 때까지 김대중 대통령도 계속 축구를 보시러 가셔도,

"광화문 어쩌냐."

하면서 5분마다 경찰 보고를 받았죠.

_ 박지원 前 국정원장, 2002년 월드컵 때 광화문 거리 응원 통제에 대한 이야기 中



2007년 태안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 때,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은 직접 태안을 방문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을 보여줬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두려워했던 대상은 [국민]이었습니다.


https://youtu.be/PoxBmz1l7t8


정말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정부로써는, 여하튼 뭐,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할게요. (중략)

지금의 조건이면, 지금 여기 동원되어 있는 역량으로써 막을 수 있냐는 것이죠. (중략)

어떤 조건에서도 남북으로 확산되지 않게 대책을 가지고 있어야죠. (중략)

목표를 그 점은 분명하게 해주세요. (중략)

뭐, 어떤 자원을 동원하더라도 최악의 경우에까지 대비를 하십쇼. 지금 대답을 시원스럽게 못 하는 이유가 최악의 상황을 여러 가지 예측하기 때문에 시원스럽게 대답을 안 하는 것이거든요. (중략)

이제는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습니다.

_ 노무현 前 대통령, 2007년 태안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 대책 마련 中



2017년 손석희 前 JTBC 앵커는 앵커브리핑 시간에 조선의 선조 임금, 이승만 대통령, 세월호 사건 당시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장에서 한 생존 화물차 기사가 간절히 외쳤던 것은 [사과]였습니다.




https://youtu.be/tBKOe8ZNzKo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임금이 배를 가라앉히고, 나루를 끊고, 가까운 곳의 인가도 철거시키도록 명했다. 조선의 왕, 선조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난 그해에, 수도와 백성을 버리고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배를 가라앉히고, 나루를 끊어 강을 건너지 못한 백성이 속출했습니다. "민중은 아무도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였겠죠. 이미 백성들 마음속에서, 그는 조선의 왕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여기, 판박이와 같은 역사의 반복이 있습니다. 그날 새벽, 걷고 걸어서 한강 다리 앞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그 한강 다리는 폭탄을 맞고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고는 곧 무너져 내리고 끊겨버렸다. 어릴 적 집안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참담했던 목격담. 한국전쟁이 시작되고 3일 만인 1950년 6월 28일 새벽의 일이었습니다. 국군은 북한 인민군의 남하를 막는다는 구실로 한강 인도교를 폭파해버렸습니다. 누구도 미리 알려주지 않았기에 다리를 건너다가 사망한 민간인만 수백 명. 이승만 정권은 여론이 극도로 나빠지자, 그로부터 석 달 뒤에 책임자를 사형시켰으나, 그것으로 끝이었을까? 미리 녹음된 목소리로 국민들을 안심시켜놓고, 자신은 일찌감치 부산으로 도피해버린 대통령은 책임이 없었을까?

그리고 또한 여기, 역사의 데자뷔가 있습니다. "세월호 구조의 골든타임은 아홉 시 삼십 분까지였다." 청와대 참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해경의 보고를 받기도 전에. 이미 골든타임을 끝났고 그렇기에 대통령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죠. 난국에 빠진 한국 사회를 구해낼 그야말로 골든타임은 점점 다해가는 지금, 청와대는 그렇게 세월호의 골든타임이라는 차마 꺼내놓기 힘든 가슴 아픈 단어를 또다시 입에 올렸습니다.

그래서 역사는 오늘도 우리에게 날선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대관절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장에서 한 생존 화물 기사가 간절하게 되뇌었다는 이 한마디를 다시 한번 전해드리는 것으로 마무리를 대신합니다. 

"한 놈만 미안하다고 해라. 한 놈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_ 손석희, 지도자의 책임을 묻는 앵커브리핑 中




4.

눈물로 애도하는 국민

책임으로 애도할 국가


애도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누군가는 눈물로 애도할 것이고, 누군가는 직접 분향소에 찾아가서 이름 모를 누군가를 위해 애도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책임 소재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애도할 것이고, 누군가는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방식으로 애도할 테지요. 한 명의 국민으로 각자만의 방식으로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를 놓고 애도합시다.


국민이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하는 동안, 국가는 책임으로 애도해주길 바랍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이미 벌어진 사고에 대응하는 다양한 리더들을 만났습니다. 사고는 이미 벌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 보았습니다. 반대로 오직 국민만을 두려워하는 위정자가 책임 있는 말과 행동을 보여주었을 때, 국민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기억할 것입니다.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거리 응원을 마쳤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검은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나섰죠.


지금은 조선 시대가 아니고, 혼란스러운 전후 시대도, 군부 독재 시대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는 헌법 제1조 2항이 국민의 상식이 된 자유민주주의 국가 시대입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우리는 반강제 선진국이 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런 퇴행적인 사고가 있어선 안 되겠습니다. 위정자는 오직 국민만을 두려워해야 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되겠습니다. 이제는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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