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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패턴의 월드컵 십육강진출 킹우의 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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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 모두 마쳤다. 우리나라는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징크스가 있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첫 경기는 오랜 시간을 들여 엄청 공을 들여 준비하고, 3차전은 뒤가 없다고 생각해서 임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했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2차전에 대한 준비는 아무래도 1차전이나 3차전보다는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도 1차전에 비길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을테니까. 문득 이런 징크스조차도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만들어내는 또다른 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체적으로 징크스를 만들어놓고, 징크스를 극복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고정관념. 정작 이런 징크스 때문에 스스로 한계짓게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 보게 된다. 비록 징크스를 깨진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쩔 수 없이 3차전 경기에서 경우의 수까지 생각하는 상황이 왔지만, 좋은 성과를 내기보다는 부디 아무런 부상없이 복귀하길 바란다. 2018년 우리가 독일을 꺾었을 때에도 16강 진출에 실패하긴 했지만, 우리가 주목했던 내용은 끝까지 투지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때문이 아니었던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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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준평론


똑같은 패턴의 월드컵 십육강진출 킹우의 수

0.

보고싶은 대로 보고싶은

징크스라는 이름의 미신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징크스를 갖고 있죠. 징크스(Jinx)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재수 없고 불길한 현상에 대한 인과 관계적 믿음이라고 정의합니다. 사실 [징크스]는 이미 반복적으로 발생한 결과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귀납적 사고입니다.


좀 더 와닿게 설명하면, 미래가 예상되지 않는 상태는 불안한 상태이니, 안정된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미래를 예측하려고 시도합니다. 이때, 이미 만들어진 틀에 주어진 현실을 꿰맞추는 것이죠. 징크스는 보고 싶은 대로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의 욕망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도적 이야기를 아시나요? 손님을 자기 집에 초대하여 성대하게 잔치를 치른 후, 자신의 침대에 손님을 눕힙니다. 침대보다 키가 크면, 목이나 다리를 잘라서 길이를 맞추죠.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사람을 늘려서 침대 길이에 맞춥니다. 몸에 옷을 맞추는 게 아니라 옷에 몸을 맞추는 셈인데요.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알면서도 이런 실수를 합니다.


사람들은 기존에 반복되는 상황으로 징크스를 만듭니다. 만들어 놓은 징크스를 극복해 내거나, 혹은 극복해 내지 못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것이죠. 결국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사람이라면, 이런 징크스 이야기를 참 쉽게 꺼냅니다.


대표적으로 스포츠 기자가 그놈의 [1승 제물] 이야기를 꺼내지 말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컵에서 [1승 제물]이라는 키워드를 쓰고야 말았습니다. 조회수가 높아지니, 참지 못하고 쓴 것이죠. 결국 [1승 제물]이라고 생각했던 가나와의 경기에서 우리는 또다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기자가 [1승 제물]이라는 키워드를 써서 경기에서 진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기자가 [1승 제물]을 언급하면 반드시 진다는 징크스를 만들어서 이야기를 쓰고 싶은 것이죠. 그래야 사람들이 이 글을 클릭할 테니까 말입니다.




1.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범인찾기는 이제그만


이번 월드컵의 첫 경기, 우루과이와 맞붙은 경기만 해도 확실히 달랐습니다. 축구 강팀을 상대로 70분간 대등한 모습을 보였죠. 이강인, 조규성, 손준호 선수의 교체투입으로 굳어진 흐름에 변화를 주면서 이길 수도 있겠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우루과이전 때 뛰었던 선발 선수 중 아쉬웠던 활약을 보였던 사람만 교체해서 가나전에 뛰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응원하는 외부에서나 말할 수 있는 이야기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도 가나전 선발 선수는 감독이 할 수 있는 제일 나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우루과이전에서 가장 인상 깊은 변화는 이강인 선수의 깜짝 기용이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용이었기 때문에 아마 상대방도 대응하기 쉽지 않았겠죠. 하지만 이제 이강인 선수의 기용은 변수가 아니라 상대방도 예측할 수 있는 상수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왕 예측 가능했다면, 조금 더 교체가 빨랐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마음도 드네요.


후반전 추가시간 마지막에 우리에게 코너킥 기회가 있었습니다. 추가시간은 10분이 주어졌고, 부심이 1분을 더 추가하여 총 11분이 되었죠. 아직 공격 기회가 끝나지 않았을 때, 해당 기회까지 끝낸 후 종료하는 게 통상적입니다. 하지만 심판은 통상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았고, 그렇게 경기가 마무리되었죠.


심지어 경기가 끝났는데, 감독을 퇴장시키기까지 하는 기행을 선보입니다. 평소 이 심판은 자신이 경기를 지배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감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일종의 관종인 셈인데, 이해할 수 없는 심판의 행동 때문에 축구를 보던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았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대부분 인지부조화에서 찾아옵니다. 일반적으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기대, 관념을 벗어날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죠. 우루과이전을 본 팬들의 입장에서 기대치가 엄청나게 끌어올려졌습니다. 그래서 2:2까지 따라가다가 3:2로 석패한 게 매우 아쉽죠.


하지만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남겨야 할 때입니다. 아쉬움을 놓지 못하고 과몰입으로 이어진다면, 실제 당사자인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 또한 고통스러울 테죠. 지금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이 대회를 위해 4년간 준비했던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일 테니 말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자 인간은 자기합리화를 시도합니다. 소위 말하는 범인 찾기죠. 이번 패배의 원흉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공격수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수비수가 실점 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이며, 골키퍼가 잘못했기 때문이고, 감독의 전술이 문제라고 생각하죠. 어떻게든 범인을 찾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겁니다.


사소한 실수 하나만 있어도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패배에 지금은 조금 관대함이 필요한 때이지 않을까요? 범인 찾기가 시작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이번 패배의 원흉을 놓고, 각자만의 범인을 품고 살아가겠죠. 이제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끝내고, 과몰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정말 한국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본다면, 한국 축구가 추구하는 장기 계획을 믿고 기다릴 줄 알아야겠죠. 1992년 제대로 된 축구선수를 양성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갖고, 꾸준히 유스를 키워나갔던 일본조차도 늘 승리하진 않았거든요. 하지만 일본 축구는 조금씩 성장해서 어느새 대한민국과 라이벌을 형성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했습니다. 성장은 단기간이 이뤄지는 게 아니니까 말이죠.


이영표 강원 FC 대표이사는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는 말을 했었죠. 4년 동안 충분히 기다려줬고, 그 기다림에 대한 성과가 미치지 못했다면 경질하고 새로운 감독을 찾으면 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하나의 색깔을 이렇게 오랫동안 입혀가면서 만들어가는 축구를 경험했죠.


적어도 기존 감독처럼 조그마한 성과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축구는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했던 선수들은 다음번 대회에서는 더 의미 있는 결과를 내겠다고 생각해요. 이번 경험을 토대로 다음번 감독도 한번 믿고 오랫동안 기다려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남겼으면 싶네요.




2.

똑같은 패턴의 월드컵

십육강진출 킹우의 수


어쨌든 2차전까지 마친 지금, 16강 진출을 앞둔 상황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를 볼 때마다 언제나 등장했던 경우의 수, 소위 말해서 킹우의 수 따지기 시간이 돌아왔는데요. 경우를 따지는 일은 지겹지만, 우리 대한민국 축구의 위상을 생각할 때 어쩔 수 없이 고려해야 하는 위치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경우의 수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 일이죠.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면 경우의 수는 아예 생각하지도 못하니 말입니다.


월드컵에 계속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16강에 진출하는 성과까지 나오면 당연히 좋겠죠. 하지만 성과지상주의에 묻혀서 과정까지 도매금으로 넘기는 건 매우 아쉽습니다. 가나전에서 우리는 무려 2골이나 넣었죠. 그것도 한 명의 선수가 2골이나 넣은 것은 대한민국 월드컵 도전 역사상 최초로 있는 일입니다. 무려 2골이나 넣은 선수가 패배해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인터뷰를 보는 게 더 마음이 아팠네요.


어쨌든 이제 남아있는 경우의 수는 우리가 3차전으로 예정된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승리한다는 가정하에 우루과이가 가나를 꺾거나 비기는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2014년 월드컵 이후로 매번 반복되는 패턴이라 익숙한데요. 승리해서 16강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3차전에 임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평소에 K리그도 잘 안 보는 사람으로서, 제가 국가대표팀에게 보고 싶은 것은 [투지]입니다. 여러 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주어진 상황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현재 국가대표팀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 축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충분히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하고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한다고 해서, 나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16강에 진출한다고 해서 내가 대단한 존재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느꼈다면, 박수쳐 주면 될 일입니다. 한국축구를 향한 비판은 조금 아껴두었다가 월드컵이 모두 끝나고 나서 해도 한국축구 어디 가지 않아요. 잘한 것은 잘했다고 박수쳐 주고, 못한 부분은 보완할 수 있도록 나중에 이야기해도 충분합니다.


월드컵 축구를 보면서 내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마음을 바라봅니다. 프로크루스테스처럼 나도 모르게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범인 찾기를 통해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성과지상주의에 갇혀 과정을 소홀히 하는 사람이었던 것은 아닌지 등 말입니다. 월드컵에 과몰입하여 범인 찾기에 골몰하기보다는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요?


마지막 경기에도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보여주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 기대합니다. 부디 아무도 다치지 않고 대회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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