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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려지는 마법 두 살이나 줄여주다니

그래봤자 실효성은 별로 없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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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look.so/posts/Djt6ReL


- 글을 쓰게 된 목적 : 


세는 나이와 연 나이를 법적으로 없애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원래부터 법적으로 만 나이만 쓰지 않았었나 싶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술과 담배를 살 때는 생년을 확인해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로 편의상 연 나이로 셌었던 부분의 문제가 있었으니, 해당 문제까지 모두 보완한 형태로 나이 체계를 통일하려는 모양이다. 세는 나이, 연 나이가 모두 사라지게 되면 결국 나이가 1~2살 정도 줄게 되니까 기분은 좋은데, 그냥 기분만 좋고 결국 유명무실할 것같다는 느낌. 어차피 서로 나이 물어보다가 헷갈리면 몇 년생인지 물어볼 거고, 얼추 나이가 비슷하면 빠른 년생인지 아닌지까지 다 말할텐데. 궁극적으로 우리는 왜 나이에 민감한지 생각해 보니, 결국 호칭 문제로 이어진다. 나이를 매번 따지게 되는 까닭은 마땅한 2인칭 표준호격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영어의 you를 일대일 대응해서 번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형/누나/언니/오빠를 써야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대리/과장/차장/사장을 써야 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나이와 관련된 질문이 예민하다 한들 어떻게든 자구책을 마련하여 살아가게 되는 모양. 아재들에게 나이를 물어보면, 5학년 1반이라고 말하거나 5호선 1번 출구라고 말하면서 괜히 억지 유머로 승화시키면서 본질을 회피하게 되는 답변을 하게 되는 까닭은 예민함을 그나마 순화시키기 위한 아재들의 지혜가 담긴 답변이 아닐까. 어쨌든 몇 살이냐고 묻는 질문에 딱 XX살이라고 한 마디만 해도 되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 것인가. XX살 앞에 [만 나이]라고 안 붙일 자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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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준평론


나이가 어려지는 마법 두 살이나 줄여주다니


0.

나이가 어려지는 마법

두 살이나 줄여주다니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056339



대한민국은 만 나이, 연 나이, 세는 나이로 나이 체계가 다양했었습니다. 만 나이는 태어나면 [0살]로 시작해서 [생일]이 지나면 1살씩 더해집니다. 연 나이는 태어나면 [0살]로 시작해서 [연도]가 바뀌면 1살씩 더해집니다. 세는 나이는 태어나면 [1살]로 시작해서 [연도]가 바뀌면 1살씩 더해집니다. 계산법을 서로 비교해 보면, 연 나이와 세는 나이는 무조건 1살씩 차이가 나고, 만 나이는 생일에 따라 연 나이와 같을 수도, 연 나이보다 어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세는 나이로 31살인 사람은 연 나이로는 30살이 되고, 만 나이로는 29살이 되기도, 30살이 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나이를 세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건 한 사람을 볼 때 여러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여지를 줍니다. 세는 나이 방식은 엄마의 뱃속에 있던 10개월도 얼추 1년으로 계산하는 독특한 계산법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생명이라는 관념이 담긴 나름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계산법은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태어난 후 하루 만에 두 살이 되어버리는 아쉬움이 있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는 나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연 나이]도 [세는 나이]와 비교해서 숫자만 줄어들었지, 마찬가지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죠.


이왕 세는 방식이 다양하니,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앞서 나이를 세는 방법을 놓고 세 가지 경우를 다뤘는데, 따지고 보면 한 가지가 더 있었어야 합니다. 경우의 수는 축구볼 때만 쓰는 게 아니거든요. 태어났을 때 시작하는 나이를 [0살]과 [1살] 중 선택할 수 있고, [생일]과 [연도] 중 무엇을 기준으로 더해지는지 생각할 수 있으니 총 4가지 방식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태어나면 [1살]로 시작해서 [생일]이 바뀌면 1살씩 더해지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는데요. 이 방식은 엄마의 뱃속에 있었을 때부터 생명이라는 관념이 담긴 독특한 방식이면서도 생일을 기준으로 나이를 더하기 때문에 기존에 없던 셈법입니다.


어쨌든 나이 세는 방식이 너무 다양하면, 나이를 놓고 기준을 세워야 하는 행정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 표준인 [만 나이]를 따르게 된 것인데요. 그런데 행정적으로 나이를 계산할 때, 원래 만 나이로만 하지 않았었나요? 1962년 1월 1일 기준으로 만 나이가 표준이었습니다. 원래부터 만 나이가 표준이었는데, 굳이 왜 법제화하여 만 나이를 강조하고 통일하려는 것일까요? 아마도 일상에 존재하는 다양성까지도 하나로 통일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https://www.ytn.co.kr/_ln/0103_202204111952457606


예를 들어 술과 담배를 살 수 있는 청소년과 어른은 19세와 20세로 구분합니다. 예전에는 만 나이로 구분했었지만, 만 나이를 적용하면 주민등록증을 보면서 만 나이까지 계산하는데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태어난 연도만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연 나이로 구분했었는데, 이제는 만 나이로 다시 회귀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된 기념으로 술 한잔하고 싶은 청소년에겐 조금 번거로운 문제가 생기게 됐지만, 표준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면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개정해야 맞겠지요. 이외에도 편의상 존재했던 병역법 개정 등을 모두 마치면 행정상 존재했던 나이 세는 방식이 만 나이로 통일됩니다.




1.

위 아래 가르는 문화

법률로 가를 수 있나


나이 세는 방식을 통일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서, 과연 우리에게 [나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왜 우리는 유독 나이에 민감하고, 나이 세는 방식이 다양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언어는 문화를 반영합니다. 우리말에는 반말, 존댓말 등 다양한 방식의 화법이 존재하는데요. 처음 만나는 사이에는 상호 존칭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물어보고, 나이가 어린 사람은 많은 사람에게 존대하고, 많은 사람은 어린 사람에게 반말하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좀 더 친해지면 상호 반말을 하는 사이가 되지만, 호칭만큼은 [형/누나/언니/오빠]를 유지하죠.


대한민국에서 나이의 종류가 유독 다양한 까닭은 2인칭 표준호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쉽게 말해서, 영어인 you를 번역하여 일대일 대응할 수 있는 한국말이 없다는 뜻입니다. 말하는 사람/상황/맥락에 따라 you는 얼마든지 다르게 번역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어떤 사람에게는 형/누나/언니/오빠를 써야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대리/과장/차장/사장을 써야 하니까요. 우리는 나이/직위 등을 통해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구분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윗사람이라는 게 확정되면 아주 편합니다. 그냥 [너]라고 부르면 되니까요. 아니면 그냥 이름을 불러도 되고요. 조금 나이 지긋한 분은 [자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교수님이 학생을 지칭할 때 쓰죠. 하지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부를 호칭이 없다고 해서 이름만 대놓고 부르는 건 실례입니다. 최소한 이름 뒤에 [님]은 붙여야 하죠. 이름을 모르는 경우, 대표님, 사장님, 사모님, 여사님 등 실제 직위와 상관없이 부르기도 합니다. 심지어 타인이지만 호칭만은 어느새 가족이 되어버리는 [이모님]으로 부르기도 하죠. 이것저것 다 애매하고 불편하면 제일 만만한 건 [저기요]고, 오래 알아야 하는 사이라면 [선생님]이 낫죠. 뭐가 되었든 마땅한 대안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결국, 우리말에는 2인칭 표준호격이 없기 때문에, 관계를 맺을 때 친해지려면 상대방의 나이를 물어봐서 위아래를 빨리 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을 건네기 상당히 어렵죠. 말을 놓아야 쉽게 친해지는데, 말을 놓지 않으면 친해지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나이가 다르면 무조건 상하관계가 생성되니, 상대적으로 사회적으로 서로 반말을 써도 괜찮은 동갑을 선호하게 되는데요. 동갑은 앞서 설명했던 호칭에 대한 진입장벽이 필요 없기도 하고, 학창 시절을 대부분 동갑과 보냈기 때문에 동갑과 지내는 게 익숙하기도 합니다. 어떤 모임을 가더라도 유례없이 동갑 모임을 선호하게 되는 건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는지요.


이러한 위아래를 가르는 문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법률로 나이를 가르는 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어쨌든 나이가 1살에서 최대 2살까지 줄어들게 되었으니, 조금이나마 어려진 것 같아 기분만은 참 좋은데요. 과연 행정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일상생활에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까요. 과연 법률로 나이를 통일한다고 해서 기존에 존재했던 나이 세는 방식이 사라질까요? 저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한국 나이로 XX살], [XX년생] 등을 말하고 다니게 되지 않을까요? 여기에 덧붙여 [바뀐 나이로 XX살]까지 말하면서 말이죠. 심지어 1950년부터 2002년까지 존재했던 1~2월에 태어난 빠른 생일자는 [빠른 XX년생]이라는 말을 죽을 때까지 언급하고 살 겁니다. 정말 힘들지만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나이에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래서 나이를 물어보면 "5학년 1반이야.", 혹은 "5호선 1번 출구야."라고 말하는 중년들의 유머가 있나 봅니다. 이 유머는 나이에 대한 예민한 질문을 유머로 승화시키려고 하는 중년들의 자구책이 아니었을까요. "너 몇 살이야?"라고 묻는 가벼운 질문에,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말해야만 하는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나이 질문은 결코 가벼운 질문이 아닌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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