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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가 펼치는 수다에 열광하는 요즘 트렌드

요즘 가장 폼이 미친 사람은 침착맨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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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look.so/posts/njtwmkl


- 글을 쓰게 된 목적 : 


나영석 PD가 침착맨 방송에 출연했을 때, 다소 충격이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유명한 PD가 인터넷 방송에 출연했기 때문이 아니다. 유튜브 구독자가 500만이 넘는 사람이 침착맨에게 인터넷 방송을 컨설팅 받으러 왔다는 점에서 뭔가 어색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방송은 트렌드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표상이라고 생각한다. 현시점 침착맨은 자타공인 인터넷 방송 1인자의 위치에 있다. 침착맨보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들은 충분히 많이 있지만, 그 유튜버들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진 않다. 각자 자신이 잡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방송을 한다. 하지만 침착맨의 방송은 뭔가 다르다. 그저 가볍게 수다를 떨고 있을 뿐, 열심히 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지점이 그의 콘텐츠에 부담없이 쉽게 입문하게 만든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한번씩 날카롭게 보여주는 촌철살인과 인사이트. 이러한 모습이 반복적으로 시청하게 만든다. 입문은 최대한 쉽게, 반복은 최대한 자주, 어쩌면 이것은 그가 만들어가는 콘텐츠의 매력이자, 콘텐츠의 본질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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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준평론


아재가 펼치는 수다에 열광하는 요즘 트렌드


0.

취미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유튜브 시청이라 말하겠소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청이 국민 취미가 되어버린 요즘, 저 역시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임을 인증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숱한 유튜브 채널들 무성히 무성히, 다양한 유튜브 채널이 뜨고 지고. 요즘은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채널이 구독자 백만이 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는데요. 그렇다고 구독자 1만 명을 모으는 게 쉬운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저는 그저 콘텐츠를 소비할 뿐인데도 이 유튜브 생태계가 얼마나 넓은지,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세계의 범위가 얼마나 작은지, 또 얼마나 각자의 세계가 다르고 다양한지 체감하게 되네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일단 인기가 있다는 것부터 정의해야겠죠. 사람들의 대화에 얼마나 자주 오르느냐가, 다시 말해 얼마나 화제성이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겠습니다. 대표적인 기준으로는 시청률을 꼽아볼 수 있습니다. 시청률이 높으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콘텐츠를 소비했다는 뜻으로 인식될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TV 생방송을 직접 보기보다는 유튜브나 OTT로 몰아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조회수나 OTT가 집계하는 시청 순위가 좀 더 정확한 지표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시청률이나 조회수만으로 화제성의 기준을 삼는 게 조금 애매합니다. 예를 들어, 평일 저녁 드라마 시청률이 20% 가까이 나온다지만, 정작 드라마 이름을 말하면 모르는 경우가 많죠. 평일 저녁 드라마는 시청자가 언제 유입되더라도 상관없이, 이야기를 금방 이해할 수 있도록 보기 편한 형태로 만들어지다 보니 배우나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그다지 몰입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봤던 이야기가 조금 변주되어 반복되는 구조이죠.


구독자가 백만이 넘는데 이름을 들어본 적 없거나, 이름을 안다고 말하기에 조금 애매한 채널이 있습니다. 몇십만 조회수는 기본으로 나오는데도, 막상 이름을 물어보면 모른다거나 하는. 대표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리뷰 채널, 먹방 전문 채널, ASMR 채널 등이 그러한데요. 사람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인지하게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하긴 직업별, 연령대별, 성별, 지역별, 정치적 성향 등에 따라 관심 분야가 다르니,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를 꼽아본다는 게 조금은 어불성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

아재가 펼치는 수다에

열광하는 요즘 트렌드


요즘 어떤 콘텐츠가 인기 있는지 꼽는 게 어렵다 보니, 제가 관심을 두고 보고 있는 콘텐츠를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요즘 아저씨들이 펼치는 잔잔한 수다에 빠져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관심 분야가 각자 다르다 보니, 요즘 그런 게 인기 있다고? 아니 그런 걸 왜 봐? 하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제 이 영역도 점차 퍼져가고 있다는 것에 있죠.


아저씨의 수다로 현재 가장 폼이 좋은 유튜버를 꼽는다면, 단연 침착맨을 들 수 있겠습니다. 웹툰 작가 이말년이 인터넷 방송용으로 만든 닉네임인데요. 애당초 혼자 게임을 하는 것이 질려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작은 상당히 미약하였지만, 어느새 구독자 200만을 훌쩍 넘었고, 100만 조회수는 기본으로 보여주고 있죠.


침착맨 채널은 게임 방송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침착맨 개인이 혼자 수다를 떨거나, 초대 손님을 모시고 같이 수다를 떠는 모습이 게임보다 더 인기를 끕니다. 수많은 스타가 그가 차린 스튜디오를 거쳐 가고, 심지어 인기 아이돌이 방문해서 신곡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할 수 없던 일이죠. 공중파 채널과 라디오 방송에도 여러 차례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넓히고 외연을 확장하던 중, TV 예능 전문가인 나영석 PD가 인터넷 방송 전문가인 침착맨에게 인터넷 방송을 배우러 오는 다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하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live/pY5yHv-ZOi4


2시간 30분 분량으로 쉴 새 없이 펼쳐지는 라이브 수다, 이 수다를 통해 나영석 PD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미 TV 방송계에서 최상위급 영향력을 보유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PD였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지나간 영광에 빠지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은 인터넷 방송에 문외한이기에, 인터넷 방송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침착맨에게 비결을 겸손하게 배우러 오는 모습에서부터 역시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https://youtu.be/3mu6aVhnOkY


방송을 보면서 왜 침착맨이 현시점 가장 폼이 미친 인터넷 방송인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방송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가장 정확하게 인터넷 방송 시장과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었죠. 핵심적인 내용만을 모아 만든 1시간 분량의 편집본 역시 볼만하고요.


인터넷 방송계의 1인자, 침착맨은 라이브 방송의 핵심이란 [조심]스러움과 [과감]함 사이를 외줄타기하는 모습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침착맨은 인터넷 방송에 진출하기를 원하는 나영석 PD에게 앞으로 어떻게 방송해야 할지 조언했는데요. 유튜브 구독자가 500만인 나영석 PD에게 인터넷 방송을 컨설팅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뒤바뀐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침착맨의 컨설팅을 받은 나영석 PD는 기존에 해왔던 방송과 아예 다른 형태의 방송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년 동안 쌓아왔던 자신의 방송 경험에 우선하지 않았고, 침착맨이 컨설팅해 준 그대로 날것의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 것이죠. 괜히 그가 방송쟁이가 아닌 셈입니다. 그렇게 나영석 PD의 외줄타기 같은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였고, 과거 방송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편안하게 인터뷰하는 나영석의 나불나불도 덩달아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별다른 게 없어도 그냥 잔잔하게 듣고 넘기는 느낌, 마치 제게 평일 저녁 드라마 같은 편안한 채널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2.

입문은 최대한 쉽게

반복은 최대한 자주


2022년 11월, 대한민국 예능 1인자 유재석 씨가 유튜브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비록 개인이 운영하는 채널은 아니지만, 자신이 속해있는 소속사 안테나에서 운영하는 [핑계고] 채널에 출연하는 형태로 이뤄졌는데요. 평소 예능에서 보여주는 정갈한 모습과 대비하여, 조금은 편안하게 풀어진 듯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인간미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는데요.


유재석 씨는 자신이 방송계를 은퇴한다면, 카페를 차려서 카페에 방문한 손님과 수다를 떨면서 지내고 싶다는 꿈을 공공연히 보여준 바 있는데요. 그만큼 그가 수다를 떠는 것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가 꾸고 있던 꿈을 조금이나마 당겨보고 싶었던 것인지, 유튜브를 통해 본격 수다 전문 방송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방송의 인기가 만만찮은데요. 처음 촬영한 영상이 300만 조회수를 넘기더니 어느덧 백만 구독자를 넘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수다가 그렇듯 방송 초반부에는 별다른 영양가 없는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특이하게도 게스트가 아직 오지 않았는데도 일단 수다부터 시작하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이렇게 뭔가 일반적인 방송과는 다르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종종 드러나는 유재석 씨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 30년 넘은 방송 경험으로 녹여내는 독보적인 인사이트 등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https://youtu.be/94IpRJfCXyA


최근에 봤던 핑계고 영상은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가 참여한 회차였는데요. 김은희 작가의 신작 드라마인 [악귀] 홍보 차원으로 출연한 것이지만, 홍보와는 별개로 현시점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사람의 삶이 어떠한지 엿볼 수 있어서 꽤 흥미로웠습니다. 이 방송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장항준 감독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는데요. 아무리 얄미운 행동을 하더라도 미워할 수 없는 그의 매력에 다시 한번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장항준 감독은 특유의 재기발랄함으로 매사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최근 메가폰을 잡고 상영한 영화 리바운드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지만, 과거의 실패를 훌훌 털고 어느새 미래의 계획을 세워 달려갑니다. 소위 말하는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새로운 장르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 타고난 재간둥이로서의 삶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에게도 그 나름대로 스트레스는 있겠지만 말이에요.


아무리 방송의 플랫폼이 편안한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고는 하나, 어쨌든 방송은 방송. 어쩌면 편안하게 보이는 모습조차 연출된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스타가 보여주는 색다른 내면을 지켜보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심지어 이런 모습이 착각인 걸 알고 있어도, 계속해서 수다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싶습니다.


수다 방송의 매력이란 평범한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한 모습이 드러나는 비범함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방송국에서 만들었던 토크쇼보다 덜 부담스럽게, 평범한 일상과 같은 느낌을 연출하여 부담 없이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드는 것, 입문은 최대한 쉽게, 반복은 최대한 자주. 이것이 콘텐츠의 매력이자 본질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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